먼저 읽은 『집을 순례하다』가 더 마음에 와 닿았던지라 『내 마음의 건축』은 상대적으로 밀렸습니다. 상권 마지막의 마티스랑 하권의 기쿠게쓰테이만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물론 중간에 저를 낚을 만한 곳-스톡홀롬 도서관이 있지만 도서관의 규모나 존재에 대해 저랑은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어서 말입니다. 이렇게 원형 공간에 자연광 아래서, 수 많은 책들을 마주하고 서 있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겠지만 말입니다, 이게 간접 조명이라 책이 덜 상한다한들 조금 걱정은 된다고요. 게다가 이렇게 배치하면 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대규모 도서관들은 책의 보관에 애로사항이 꽃 필 겁니다.

헉! 지금 사진을 보니 몇몇 책들이 쓰러져 있어! 안돼! 이러면 책이 망가져! (....)


흠흠.

하여간 스톡홀롬 도서관에 홀리지 않은 것은 여기 꽂힌 책들이 제가 읽을 수 없는 책이라 그렇습니다. 전 스웨덴어를 모르니까요.(먼산) 그렇다보니 시큰둥하게 책을 넘기는데, 막판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습니다.

그 이야기는 뒤에 꺼내고; 간단 감상부터 적어보지요.

- 타와라야 료칸은 한 번 묵어보고 싶습니다. 게다가 교토네요.;ㅁ; 다다미와는 상성이 잘 안 맞는데 그래도 이런 료칸이라면 하룻밤 머물면서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거든요. 사진만 봐서는 단층건물이겠거니 싶은데, 교토시청사 근처에 있는 3층 건물이랍니다. 옥상에도 정원을 올려서 3층 방에도 딸린 정원이 있더군요. 앉은뱅이 책상이 아니라 아래에 다리를 넣게 되어 있는 책상이라니, 고정이라는게 조금 걸리지만 그래도 책상다리 오래 못하는 사람에게는 좋습니다. 거기서 정원을 내려다보며 종이에 끄적대는 것도 해보고 싶군요.

-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는 앞서 『집을 순례하다』에서도 언급했는데 여기서는 조금 더 자세하게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그리고 사람이 살고 있는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를 소개하고 있네요. 그것도 거의 변한 것이 없이, 약간의 개축만 거친 집입니다. 오래된 집인데도 별 위화감 없이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고, 거기 사는 사람들이 집의 역사를 알고 나서는 관련 자료들을 찾는다는 점도 재미있고요. (여러 가지, 특히 전공의 의미를 듬뿍 담아) 역시 미국이군요.

- '집의 변주곡'에서 나온 단지는 겉만 봐서는 그냥 평범한 미국의 주택단지 같아 보이는데 속을 들여다보고 그 유래를 들여다보니 또 달리 보입니다. 게다가 단지 사람들이 일심단결하여 그 형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니까요. 한국의 아름다운 마을로 꼽혔던 어떤 주택단지가 문득 떠오릅니다. 거기 재개발한다고 하더니만 어찌 되었을라나요. 그런 집들이 점점 사라지는게 안타깝습니다. 아파트가 전부는 아닐텐데 말입니다. 물론 편하긴 하지요.(먼산)

- 상권 맨 마지막에 등장한 로사리오 예배당. 마티스가 직접 건축에 참여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마티스가 말했던 것처럼 겨울의 오전 11시, 햇살이 들어올 즈음에 가서 멍하니 느껴보고 싶습니다. 물론 마티스의 그림은 제 취향이 아니지만,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사진을 보니 낚일 수 밖에 없더라고요. 흑흑흑;


- 하권에서 가장 먼저 홀린 것은 기쿠게쓰테이-掬月亭입니다. 저 (국)자는 다음 한자사전에 안나오는데, 당나라 시인 우량사(于良史)의 시 춘산야월에서 掬水月在手라는 부분이 있어 따온 거라합니다. 손으로 물을 뜨니 손 안에 달이 있다는 뜻이라나요. 연못 위로 살짝 튀어나온 정자인데 사진을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눈 내린 은각사의 사진을 보고 홀딱 반한 뒤로는 오랜만에 이렇게 반해보네요.-ㅂ-

- 카스텔베키오 미술관은 이탈리아에 가면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폴폴 듭니다. 아우. 미술관 건물에 반해서 미술관 찾아가겠다는 생각은 이번에 처음 해보네요. 홀딱 반해서 그 안에서 못 나올지도 모릅니다.;

- 속 나의 집은 재미있지만 이런 장치(?)가 있는 집은 그닥 취향이 아닙니다.

- 아스플룬드가 설계한 숲의 장례식장은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 아래서는 멋지지만 우울하게 구름낀 날에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비석 없이 그냥 수목장이어도 괜찮지 않았을까요. 저는 비석 없이 그냥 묻히는 것이 좋습니다. 하기야 뒤에 찾아올 사람들을 위해서는 비석이 안내판 역할을 할테니 있는 것이 좋은가요.
그러고 보니 유언장에 적어야 하는 것 중에 장례방식도 있었구나. 전 화장 후에 수목장을 하는 쪽이 좋습니다. 납골당에 들어가는 건 갇히는 느낌이라 싫어요. 그게 아니라면 그냥 들이나 산에 뿌리는 것이 좋네요.

- 도요타마 감옥이나 뒤에 나오는 하타노다이역은 이젠 만날 수 없으니 이 책으로만 볼 수 있을테고..

- 오타니에미 예배당은 신교 예배당일텐데, 신교든 구교든 상관없이 저 안에서 사색하고 싶습니다. 역시 멍 때리고 있어도 좋을 공간이군요.

- 셜록 홈즈 박물관은 그 앞부분의 창작에서 포복절도했습니다. 이야, 본편의 소개보다 이게 더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맨 마지막에 적은 작가의 첨언은 '일본인'이기에 가능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무리죠. 일본에서는 어디에 가든 상상한 것보다 괜찮은 기념품을 만나는데 한국에서는 상상한 것 이하의 물품을 만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진짜 그런 기념품을 판다면 당장에 티켓 끊어서 런던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 오키나와의 집은 패스.

- 솔크 생물학 연구소는 앞서 루이스 바라간의 집 기행에서도 잠시 등장합니다. 루이스 칸이 솔크 생물학 연구소를 설계하다가 루이스 바라간에게 SOS를 쳤다는 이야기지요. 그게 어떻든 간에 생물학 연구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갑자기 생물학 책이 마구 읽고 싶어지는게..-ㅁ-/

읽다보니 이 책을 먼저 보고 『집을 순례하다』를 읽고, 『집을 생각하다』를 읽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합니다. 저작권 연도를 확인하고는 이 순서로 보았는데, 읽다보니 그쪽이 읽기 수월하겠다 싶네요. 지금 읽고 있는 『집을 생각하다』는 『집 순례』랑 『마음건축』에 등장한 여러 건축물이 다시 나오니 앞서 두 권을 다 읽고 보는 쪽이 이해가 쉬울거라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확신하긴 어렵지만 말입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 『내 마음의 건축 상-하』, 정영희 옮김. 다빈치, 2011, 18000원



그러고 보니 역주에서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안동 하회마을 기행에서 다루었던 다다미 한 장의 넓이 말입니다. 한 장이 1.8 × 9미터라고 나와 있는데 1.8 × 0.9아닌가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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