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버 연대기는 듣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도서관에서도 여러 번 책을 보았는데 왜 그런지 몰라도 손이 안 가더군요. 그러다가 읽을 책이 마땅히 없고 이제 슬슬 SF 고전들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던 찰나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주말에 시간이 많으니 읽어보겠다 하고는 두 권을 먼저 빌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부터 읽기 시작해 어제 다 읽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읽었지요. 만약 이걸 시간 넉넉한 주말에 보았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읽고 끝을 봤을 겁니다. 상당히 흡입력이 좋은 소설이네요. 그러니 고전이라는 것이겠지만...

취향에 맞춰 평가하자면, 제 취향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습니다. 재미있게는 보았으나 시작 부분인 1권을 보면서 전형적인 미국소설이라 생각했고 전개도 좀 그렇습니다. 마스터님과도 잠시 이야기 했지만 이거 주인공이 너무 잘났어요. 이 집안 사람들 중에 잘 나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지만 주인공은 그 중에서도 유독 잘났습니다. 그야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요.
이 책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는 점은 사실 함정입니다. 제목에서 말했듯이 결말을 보고는 책을 내려놓고 미친듯이 웃고 싶었습니다. 주변에 사람이 있어 그러지 못했는데, 예상 외의 결말이 툭 튀어나오더군요. 아놔.; 그 외에도 중간 중간 2-3번 정도는 뒤통수를 맞습니다. 그런 부분이 또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었겠지요.
그리고 그 반전이 아주 억지는 아니라는 점, 의문이 거의 막판에 가서야 제대로 풀린다는 점이 책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이런 부분은 너무 자세히 리뷰에 적으면 적는 재미가 반감되니 수박 겉핥기로 대강 적어보고..;

다섯 권이나 되지만 생각보다 책이 술술 넘어갑니다. 처음 읽을 때는 미국소설이지만 이건 무협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나 짜임새도 그래요. 하지만 막판 반전은 무협지의 클리셰를 무너뜨립니다. 하하하하. 갑자기 어느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떠오르는군요. 그 가사를 여기에 적으면 막판 반전이 들킬까 두려워 못 적고...;
그리고 주인공의 여성 편력이나 막판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적은 점 등은 아쉽습니다.

"나 완전히 새 돘어~"

SF 고전이 아니라 그냥 판타지 소설로 읽어도 괜찮습니다. 음, 초반부는 미국 소설, 중반부는 무협지, 거길 지나면 궁중권력암투소설, 그 다음에는 철학(선(禪))소설. 뒷 권이 있을 법도 한데 그부분은 확인해보지 않았네요. 아마 첫비행님은 보시면 꽤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을지..?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이보다 조금 더 궁중 암투나 전략, 전술이 강화된 소설이고 이쪽은 그보다는 가볍게 느껴집니다. 옛날 소설이라 그런지 묘사가 굉장히 자세하다는 것, 그리고 조금은 시점이 왔다갔다 하는 듯합니다. 여튼 재미있게 보았으니 된거죠. 앞으로는 젤라즈니의 다른 소설도 찾아 읽어야겠습니다.


로저 젤라즈니. 『앰버 연대기 1-5』. 사람과책, 2010, 각 9800원.
각권의 제목은 『앰버의 아홉 왕자』, 『아발론의 총』, 『유니콘의 의미』, 『오베론의 손』, 『혼돈의 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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