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게 있다는게 아닙니다. 그저 어쩌다 만들어진 괴식일 따름이지요.OTL

아침에 간식이 너무도 먹고 싶은데 밀가루도 안돼, 설탕도 안돼라니까 남은 것은 흰 우유 밖에 없습니다. 찬 우유보다는 따끈한 것이 더 좋으니(우유 비린내에는 강한 편입니다) 일단 500ml 우유팩을 샀습니다. 전기주전자가 작아서 500ml 팩은 들어가지 않지만-업무시간중의 흰 우유는 항상 팩채 주전자에 넣어 중탕으로 데웁니다-엊그제 받아 마신 오렌지 주스 병이 있으니 씻어서 거기에 데우면 될거라는 생각이 있었지요.

주스병의 라벨을 다 떼어네고 잘 헹군 뒤에 맡아보니 그래도 오렌지 향이 납니다. 시간이 있었다면 물을 담아 둔채 내버려 두어서 향을 조금이라도 뺐을텐데 간식이 너무도 고프니 그냥 무시하고 우유를 붓습니다. 그리고 팔팔 끓인 물에 넣어서 중탕. 끓기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뚜껑을 열고 계속 끓이는 쪽이 데우는 속도는 빠르지만 대신 유리병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번에 쓰던 커피병(쟈뎅이었나, 프렌치 카페였나)은 끓이는 도중에 병 아랫부분이 깨져나가서 우유도 못 먹고 병도 버려야 했던 일이 있습니다. 열선이 외부 노출되어 있는 타입이라 그런가봅니다. 물리넥스는 디자인은 좋아도 그런 점에선 테팔보다는 한 수 아래군요. 열선이 나와 있는 것은 물때 문제도 있으니 말입니다.

어쨌건 중간중간 병을 흔들어서 우유 거품을 만들어주고, 다시 물을 끓여서 투하했다가 흔들어주고를 반복하면 이런 상태가 됩니다.

사진은 코코아로 지난번에 해 마셨던 겁니다. 요령은 동일하고, 코코아는 뜨거운 물에 녹여 둔 다음 메이플 시럽을 조금 첨가하고 거기에 위의 방식으로 데운 우유를 붓습니다. 거품 입자가 거칠긴 하지만 이정도로도 만족이지요.


그러나 이번엔 조금 괴이한 것이 나왔습니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괴이할지도 모릅니다. 향이, 오렌 향이 납니다.(먼산) 향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데웠더니 우유에 오렌지향이 배었나봅니다. 비린내는 나지 않지만 그 오묘한 향이라니. 그래도 어쩝니까. 간식은 고픈걸요.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금방 한 잔을 다 비웁니다.


지금 옆에 포도주스 병이 하나 더 있는데 실험을 해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포도향 나는 우유라. 오렌지향보다는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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