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호수까지 신나게 보고는 다이세츠산을 돌아 올라갔다 내려옵니다. 다이세츠산은 활화산이라 아직도 연기를 내뿜고 있다네요. 그렇지 않아도 출발하기 몇 주 전에 EBS에서 방영한 산 관련 영상을 보니 정상 부근에 유황이 쌓여 있는 곳도 많더군요. 거기서 유황을 캐면 유황중독이...(마비노기 이야깁니다-ㅂ-)




후라노 쪽으로 거의 내려와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쪽은 완전히 평지입니다. 꽤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여행을 다시 온다 해도 차를 빌려 돌아다니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운전을 누가 하느냐의 문제와, 숙소를 어디로 잡느냐라는 문제가 동시에 걸리네요. 후라노나 비에이쪽 숙소는 잡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거기에 제가 혼자 여행 간다면 한 번 묵어 보고 싶은 숙소는 오타루 근처라 방향이 전~혀 다릅니다.

한참을 달려 해바라기를 보기 위해 도착한 농장입니다.



해바라기가 빳빳이 고개를 들고 서 있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삿포로에서 교외로 나가면서 여기저기 해바라기를 많이 심어 놓아서 왜 그런가 했더니만 지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심는 거랍니다. 꽃이 제대로 피기 전에 싹 베어서 거름으로 쓴다네요.




해바라기 밭 옆에 1층 높이 전망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올라가서 다이세츠산쪽을 찍었지요. 20년마다 한 번 꼴로 분화한다는데, 그래서 분화구쪽이 헐벗었나봅니다.




건방진 자세로 잡아 놓아 사진을 찍습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배가 통통하니 포스가 안나.;;




하늘에 멜론, 땅에도 멜론. 유바리 멜론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후라노 멜론도 괜찮은 모양입니다. 옆의 직판장에서 메론꼬치-노점에서 종종 보는 과일을 길게 깎아 젓가락을 끼워 놓은 것-가 하나에 100엔이랍니다.
하지만 안(못) 사먹었어요.-ㅁ- 이 바로 다음 일정이 저녁 식사인데다가 이미 배가 포화상태였거든요. 이날 아침도 조식 든든히 먹고 나서 옥수수 한 토막, 찐 옥수수 반 개, 점심은 두 시쯤 느지막히 먹었고 저녁은 6시에 먹으려던 참입니다.

일행과 잠시 떨어져 돌아다니다가 멜론빵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목격합니다. 호기심에 돌아다녀보니 저 안쪽에 멜론빵을 만드는 빵집이 있네요. 개당 250엔이었는데 혹해서 덥석 하나 집어들고는 다시 일행들을 찾아갑니다.




아이스크림을 사기 전에 사진 찰칵. 맨드라미는 사진으로 보면 색이 화사하니 좋은데 그다지 취향이 아닙니다. 불꽃 맨드라미든 그냥 맨드라미든 닭 벼슬이 먼저 떠오르거든요.;

라벤더 아이스크림은 이 꽃밭 앞에서 팝니다. 듣기로는 입구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쪽에서 파는 것이 진짜라는데 이 꽃밭이 보이는 쪽에 있는 집을 말하는 것인가 싶습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이게 팜 도미타에서 운영하는 것이겠지 생각하고는 일단 콘이 아니라 컵으로, 250엔을 주고 하나 삽니다.




진짜 아이스크림이 연보라색이예요. 입맛이 안 돌긴 하지만 머뭇거리면서도 한입 먹습니다.
...
아. 다행입니다. 제가 상상하던 그런 맛을 뛰어넘었네요.
처음 라벤더 아이스크림에 대해 들었을 때, 라벤더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괴식의 범주에 들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다르네요. 유지방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데, 가볍게 입에서 사르르 시원하게 녹는 아이스크림입니다. 게다가 허브 특유의 싸한 뒷맛이 아주 깔끔합니다. 처음에는 괴식이 아닐까 싶어 천천히 맛 봤지만 그 다음에는 사진이고 뭐고 없습니다. 다 먹을 때까지 숟가락을 놓지 못했네요. 정리하자면 라벤더 향이 은은하게 나는 허브 뒷맛의 깔끔한 소프트 아이스크림입니다. 홋카이도 여행 내내 가장 맛있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한 손에 꼽을만 해요.




그리고 멜론빵. 달콤한 향에 끌려 덥석 집어 들어왔는데, 겉은 일반 멜론빵과 다를바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진짜 멜론이 들어갔습니다. 후라노 멜론으로 커스터드를 만들어 속에 넣었더군요. 먹으면 그야말로 멜론맛! 진짜 이것도 맛있었는데, 저녁을 기약하며 조금 떼어먹다가 고대로 남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참 아쉽습니다.


이때가 대략 5시 경. 음식 관련해서는 나중에 한 번에 몰아 올릴 예정이니 저녁은 건너뛰고 다음글은 삿포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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