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rl+Z(컨트롤Z)는 문서 작업할 때 자주 쓰는 기능입니다. 한글뿐만 아니라 웹상에서 글 쓸 때도 지우지 않아야할 것을 지웠다거나 할 때 복구를 위해 누르는 키거든요.
엊그제 어느 게시판에선가 인생에 Ctrl+Z가 있다면이란 글을 보았습니다. 인생에 Ctrl+Z가 있어서 되돌리기가 가능하다면 어떨까요. 나름 재미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지만 곰곰이 따져보니 제 인생에 있어서 Ctrl+Z를 하고 싶은 일들-소소한 일이 아닌 큰 일들-은 없습니다. 말 실수를 했을 때는 자주 주워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거야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고, 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 커다란 사건들을 두고 봤을 때 이랬으면 좋겠다, 이쪽을 선택했으면 더 나았을 거다라고 생각하는 일은 없습니다. 있지만, 그것을 되돌려 다른 방향으로 갔다면 지금의 제가 없을 것이니 Ctrl+Z은 쓰지 않을겁니다.

종종 대학입시 때 특차로 넣었다면 훨씬 좋았을 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특차로 넣었으면 붙었을 대학을, 다른 곳에 시험삼아 넣는다고 상위 대학을 넣었다가 떨어져서 정시를 봐야했던-그래서 원래 가려했던 대학에 붙었던-일이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정시로 가서 (논술을 못 본 덕에.-_-) 장학금 못 받고 계속 하느라 꽤 열심히 공부를 했으니까요. 특차를 넣어서 장학금을 받았더라면 그에 밀려 대학 때 열심히 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2003년에 제 발목을 잡고 위를 잡고 늘어졌던 어떤 사건도,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지금의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고 사람들이 본성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저, 앞으로도 Ctrl+Z가 필요 없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너무 욕심이 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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