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이라고 하면 흔히들 "자기만 생각하는 나쁜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요. 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남을 생각하는 것이 도가 지나치지 않나 싶은 이타주의자를 제외하고, 개인주의적인 사람들도 종종 이기주의자로 매도당하고는 합니다. 내 몸이 좋지 않아서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그것이 아무리 급한 것이라도 내 살 깎아먹는 일이라면 말이죠-는 것이나 내 일 다하고 남은 시간에 쉬겠다는것도 남의 일 나서서 돕지 않는 괘씸한 이기주의자로 치부하니까요. 그건 다르지 않습니까.

아마도 어머니가 오늘 아침에 터진 사건 때문에 저를 그리 생각하실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제 입장을 적어보지요.


오늘 아침 어머니가 제게 물으셨습니다.

"너 (국외)여행갈 때 선글라스 좀 하나 사다줄래?"

엊그제 여행다녀오시면서 선글라스 하나 챙겨오신 걸로 아는데 왠일인가 싶어서 물었습니다. 부모님이 쓰실게 아니랍니다. 어머니 친구분의 딸이 선글라스를 잃어버려서 하나 사야하는데 그걸 (면세점에서) 사다줄 수 없냐는 이야기입니다. 손사래를 치면서 절대 못한다고 강경하게 말하니 "남도 아닌데 그것 하나 못사다줘?"라십니다.

저기, 어머니. 갸는 남이에요.
어머니께는 친구분 딸이고 맨날 자랑질만 들어서 그럴진 몰라도, 제게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 번 보고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가씨랍니다. 게다가 그 아해 하고 다니는 것은 저랑 패턴이 안 맞아서 가능하면 친하고 싶지 않은 사이인데-개인적인 컴플렉스가 없다고는 말 못합니다.=_=;-중요한 물건도 아니고 선글래스를 위해 저보고 일부러 수고를 하라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봅니다. "겨울에는 별로 쓰지 않으니까"라는 말까지 나온 것을 보면 여름에 쓰려고 저 여행갈 때 사오라 하는 것 아니십니까? 그 쪽에 친절을 베풀고 싶은 것은 이해하나 그것이 제 여행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모르십니까. 엄마친구딸의 선글래스 하나 사다주면 그 다음엔 엄마친구의 화장품이 올 수 있으며 그 다음에는 엄마친구의 핸드백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양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실상 선글래스 사다 주기 싫은 가장 큰 이유는 번거로움입니다.
여행나갈 때 사다달라는 것은 면세점 쇼핑을 하라는 것이고, 그리되면 그 아가씨나 아주머니와 만나서 여행 전 쇼핑을 해야하고 말입니다. 거기에 인도장에서 선글래스 포장된 것을 찾아서 들고 나갔다가 들고 들어오는 일도 해야하지 않습니까.
이번 여행은 가능한 짐을 적게 들고 오겠다고 결심한 바 있으나 현재의 루트를 보아서는 작심세달이 되고 있으니 여행 도중에 EMS로 짐을 부쳐야하지 않을까란 괴기스런 고민마저도 하고 있단 말입니다.

워낙 강하게 말해둔터라 더 이상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는군요. 다행입니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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