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이사한다고 말을 꺼낸 것이 올 초의 일이었습니다. 다세대 주택인데 집이 주택공사에 팔려서 영세민 거주로 바뀌었다나요. 전세 만기까지는 시간이 있었지만 미리 옮겨두는게 낫지 않을까 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딱 마음에 드는 집이 없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 드디어 날 잡고 주변 부동산을 돌아다녔습니다.

저는 그냥 그 근처에 물건 전해줄 겸 놀러갔다가 만나서 운동할 겸 같이 부동산 돌아다니자라고 생각해서 졸졸 쫓아다녔습니다. 돌아다닌 부동산이 그 주변 지역의 다섯 군데였고 바로 직전에 이사한 아는 사람이 소개해준 곳이 두 군데, 직접 찾아간 곳이 세 군데였습니다. 같이 다닌 것이 집을 구하는 친구, 저, 그리고 근처에 사는 다른 친구로 총 세 명이었는데 그 셋이 종일 발품을 팔았는데도 딱 마음에 드는 집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한창 비수기라서 나온 것이 많이 없기도 했고 전세보다는 월세가 주종을 이루었다는 점도 문제였지요. 거기에 노통 최대의 업적인 부동산시장 과열화(특히 그놈의 831대책.-_-+) 덕분에 변두리지역인 이쪽도 전세가가 올 초보다 1천 정도 뛰어 있었습니다. 지역은 은평 뉴타운 옆동네 쯤 되겠군요.

저나 친구 S는 현재의 전세금을 가지고 어떻게든 찾아보려는 Y에 비해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셈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갔던 다섯 번째 부동산에서 집을 보고 난 뒤의 잡담을 모아보면 이렇습니다.

- 그 언니들(직전에 이사해서 공인중개사를 소개한 사람들)이 소개한 두 군데의 특징은 공인중개사가 여자라는 점이다. : 다른 세 곳은 전부 남자였습니다.
- 여자들이 소개시켜준 곳은 깨끗하고 큰 골목에 면해 있고 관리가 잘 된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가격대는 높다.
- 남자들이 소개시켜준 곳은 가격이나 크기는 얼추 맞지만 집이 오래되었다든지 욕실이나 부엌이 지저분하다든지 좁은 골목길을 들어가야 한다든지 하는 곳이다.
- 여자 공인중개사는 혼자 사는 여자들이 들어가기 좋은 집을 골라준다.(그 심리를 잘 안다)
- 남자 공인 중개사는 남자들이 들어가 살기엔 전혀 무리 없는 집을 골라준다.


맨 마지막 결론까지 내놓고는 웃었습니다.


제가 직접 공인중개사들을 찾아다닌 적은 없습니다. 자취 경험 제로, 대학다닐 때는 집 아니면 기숙사였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경험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앞으로 제가 독립을 하게 된다면 집을 고를 때 어떤 점을 잘 살펴야 할지, 어떤 점을 주의해야하는지도 배웠고요.


덧붙이자면 제 취향의 집은 옆집과 분리가 잘 되어 있고 방은 조금 좁고 비쌀지라도 깨끗한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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