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보다 소개글을 보고 낚여서 구입한 책입니다. 소개글에 부잣집 아가씨와 독설가 집사의 문제풀이라고 나와 있었거든요. 집사라는 말에 한 번 낚이고, 독설가라는 말에 한 번 더 낚여서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는 서점에서 훑어보고 다음날 바로 주문했습니다.

원 제목은 『謎解きはディナ-のあとで』. 디너를 저녁식사라고 했는데 디너라고 하는 쪽이 글 분위기엔 더 잘 어울립니다. 왜냐면 아가씨는 저녁식사가 아니라 디너를 드시거든요. 저녁메뉴를 보면 그야말로 정찬입니다. 평소 식생활이 이러니 참..;

자아. 아래는 내용폭로 신나게 하면서 리뷰할 예정이오니 한 줄 요약으로 이 책에 대한 평가를 하겠습니다.

공략대상은 마스터님. 키워드는 독설가 집사, 아가씨, 탁상머리 탐정입니다. 마스터님 취향에 아주 잘 맞을 책이라고 단언합니다.




주인공 호쇼 레이코는 비교적 신참내기 형사입니다. 강력계인지 살인사건에 자주 불려 다니는데, 직속 상관인 가자마쓰리는 가자마쓰리 모터스의 아들래미로 야구를 하다가 경찰쪽으로 진로를 틀어버린 케이스랍니다. 이름이 꽤 알려진 야구선수였다는데 그에 대한 비유는 책 본문을 보시는게 더 확 와닿습니다. 그러니 여기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갑니다.
이 아저씨(...)는 은색 재규어를 몰고 다니는데 부하인 레이코에게 마음이 있는 건지 가끔 이리저리 찔러봅니다. 하지만 레이코는 대체적으로 그걸 성희롱이라든지 쓸데 없는 짓이라든지 자기 자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조금 안됐네요. 하지만 글 읽는 사람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고 본인에게 그런 자각은 별로 없어보입니다. 흠흠.



그런 아가씨는 일이 끝나면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현장에서 떨어진 모퉁이에는 리무진이 대기합니다. 그리고 그 리무진을 타고 늘어져 있으면 집사 겸 운전기사가 알아서 집까지 태워다 줍니다. 그렇습니다. 상관인 가자마쓰리가 부르는 별명도 아가씨지만 실제로도 아가씨입니다. 체감상 가자마쓰리와 호쇼는 격이 다릅니다. 가자마쓰리는 중견 기업이지만 호쇼는 재벌입니다.; 한국은 사실 중견 기업과 재벌의 느낌이 별로 와닿지 않는데다 중견 모터스라고 했을 때 떠올릴만한 기업이 없지요. 하지만 이러면 어떨까요. 카페베네 회장집 아들과 롯데 딸이라면 ... ... .... 어쨌든 비유가 어렵지만 그런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가자마쓰리가 중견기업 아들이라는 건 다들 알지만 레이코가 재벌집 아가씨라는 건 극히 일부만 알고 있습니다. 이 아가씨는 평소에는 바지(어떤 바지인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차림이지만 리무진에만 타면 시트에 두 발 죽 뻗고 누워 뒹굴하다가, 전채부터 시작해 3-4코스로 이어지는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가 원피스로 갈아 입은채 와인을 홀짝 거리며 그 날의 일에 대해 고민합니다. 원체 아가씨라 바지보다는 원피스가 편하다는군요. 그렇게 뒹굴뒹굴 하고 있으면서 풀리지 않은 살인사건 수수께끼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패턴이 시작됩니다.

사건 발생 → 귀가 및 저녁 식사 후 휴식 시간 → 고민하고 있자 집사가 사건에 대해 질문 → 사건 내용을 들은 집사가 열라-_- 비웃음 → 아가씨의 폭발 → 문제풀이

중간에 '열라'라는 말을 썼는데 저 단어보다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더군요. 당연히 비웃음 당한 아가씨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 이제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집사에게 넌 해고야!라며 펄쩍펄쩍 뜁니다. 집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하고 나가는데, 뒤에서 아가씨가 해답을 알려달라고 하고, 집사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해답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게 정답으로 추측되니 아가씨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씩씩 거리면서도 자르질 못했지요.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비웃음 당한다해도 꾹 참고 해답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집사의 방약무인한 행동은 계속됩니다. 쭈욱~.

내용이 발랄한데다 캐릭터가 다들 살아 있으니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한 권으로 끝났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고요. 지금 그 후속편을 쓰고 있다니 언젠가는 나오겠지요. 다 읽고 났더니 작가의 전작인 저택섬도 궁금해집니다. 이것도 유머 미스테리라니까 언제 주문할지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습니다. 아마 조만간 주문 들어갈거예요.


기분이 가라앉을 때, 우울해지려할 때 읽으면 좋습니다. 마스터님께 추천했지만 키릴님이나 아이쭈님도 좋아하실거예요.'ㅂ'


히가시카와 도쿠야.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현정수 옮김. 21세기 북스, 2011, 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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