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루루슈? 르르슈? 뭐라 읽는게 좋을까요.)
아주 오래간만에 찾아본 애니메이션입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챙겨본 애니메이션이 로젠메이든이었고, 그 전에는 "본" 애니메이션 없이 구워둔 것만 있습니다. TV 방영 애니메이션을 직접 챙겨서 본 것은 아주 오래간만의 일이지요.(TV 방영으로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코난 극장판은 지난 해 부단히 챙겨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번호 일본판 뉴타입 표지가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라는 것을 알고는 조금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 애니의 캐릭터 디자인을 CLAMP가 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며 그 주인공들이 어른이 된 샤오랑+블랙 카무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주인공인 를르슈가 보통은 악역으로 등장할 만한 배경을 갖추고 있다는 말까지 듣자 안 볼 수 없겠더군요. 그래서 어제 1화만 받아 봤습니다.(다 보고 나서는 2화도 받아 두었지요.)
보았을 당시에는 굉장히 취향이라, 보는 내내 눈도 못 떼고 스토리만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2시간이 지난 지금 찬찬히 생각해보니 이거 문제 많은 애니메이션이군요.
왜 문제가 많은지는 일단 접습니다.
문제제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1화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겠습니다.
20**년.(연도도 정확히 나와 있었으나 넘어갑니다.)브리타니아 제국은 일본을 침공합니다. 일본의 지하에 묻혀 있는 자원들 때문에 여러 차례 충돌한 뒤였고, 인간형 병기 덕분에 일본은 아주 쉽게 무력화 되어 브리타니아 제국의 제 11번 식민지가 됩니다. 전쟁이 일어난지 17년 뒤, 일본은 아예 없어졌고 그 자리에는 브리타니아 식민지, 일레븐만 남아 있습니다.두 소년이 있습니다.
브리타니아의 침공을 직접 겪은 이 두 아이들. 황폐화된 땅 위에서 눈물만 삼키고 있을 때 한 아이가 이를 악물고 말합니다. 브리타니아를 쳐부수겠다고요. 침묵만 지키고 있던 쪽이 스자쿠, 강한 결의를 내보인 쪽이 를르슈입니다.
문제제기 1. 이거, 주일 영국대사관이 보면 들고 일어나는 것 아닌가? 브리타니아의 침공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 나갈 때, 지도상으로 브리타니아 제국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보여진 지도는 주로 북아메리카 쪽이었으니 남쪽은 어떤지 확신은 못합니다)를 포함한 대제국으로 나옵니다. 이름상 분명 영국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영국이 본토, 북아메리카 쪽은 식민지겠지요.
일본이 열 한 번째 식민지라는 것은 그 외에도 총 10개의 지구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제국이란건 둘째치고 침략자로서, 지하자원 강탈을 위해 남의 나라를 짓밟는 존재로 비춰진 영국이라. 알면 굉장히 열받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문제제기 2. 태평양 전쟁의 반전?
자, 상황을 간단하게 줄여봅시다.
대제국이 있습니다. 자원을 갖고 싶습니다. 그래서 옆 나라를 침공해서 홀랑 삼키고는 식민지로 만들고 식민 교육을 합니다. 제국사람들에게 식민지의 사람들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이며 쉽게 죽이고 쉽게 없애도 상관 없는 열등한 존재입니다. 이 땅은 오로지 자원을 위해 존재하며 그러기 위해 무력으로 침공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병기를 찾기 위해 지역 전체를 소개하는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닙니다.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아닙니까?
전 이 설정을 보면서 제작사(나중에 보니 선라이즈 였습니다)가 완전 좌파거나 완전 우파라고 생각했습니다. 선라이즈라는 것을 알면서는 극우파라는 생각에 기울어졌지만 어느 시각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습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에 만주나 한국을 침공하고 거기에서 수많은 물자를 약탈하며 그 곳의 사람들 역시 자원의 하나로 보고 잘만 키우면 대 일본 제국에 충성하는 인간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
그렇지 않아도 1편 내용중에 등장합니다. 일반 병사들에게 "너희들이 공만 세우면 브리타니아의~ "운운 하는 이야기 말입니다.(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제대로 대우받게 해주겠다는 이야기였을 겁니다.)
끼워맞추기라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제게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다만 이 애니를 보는 사람들에게 역지사지의 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합니다.
문제제기 3. 극우파 시각에서 본다면 군비 재무장의 좋은 핑계일텐데.
브리타니아가 일본을 손쉽게 접수한 것은 최신 병기 때문입니다. 2족 보행의 메카닉 병기.(이름이 뭐더라?;) 물론 사람이 들어가서 조종합니다. 부팅하면 브리타니아 어쩌고~라는 로고가 뜨는군요. MS 제작은 아닌가봅니다.
이 최신 병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쟁은 아주 쉽게 끝납니다. 만약 이쪽도 같은 병기가 있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졌겠지요. 일본은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브리타니아 제국같은 큰 나라와는 여러 부분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침략당하지 않으려면 평소에 군비도 확충하고 무기 정비도 잘하고 국방비의 비중을 높이고 군대를 확충해야겠지요. 특히 신무기의 개발에도 소홀히 하면 안됩니다. ... 그렇지요?
최근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해 일본 내에서도 재무장, 군비 증강 등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는데 때맞춰 참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 나왔습니다.
1편을 보고는 홀랑 반해 2편을 받아두긴 했는데 곰곰이 생각하니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집니다. 캐릭터는 꽤 마음에 들지만 이 내용이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네이버 쪽에서 검색을 해보니 반역의 를르슈 외에 반공(反功)의 스자쿠도 나온 모양입니다.
앞으로 코드 기어스가 갈 행보는 대강 이정도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1. 반골 성향의 두 친구. 하지만 서로의 가는 길은 다르다. 오해와 반목을 거쳐 서로를 이해하는 와중에 싹트는 사나이들의 진한 우정! (그리고 BL로.)
2. 스자쿠의 활동에 중점을 맞춰, 메카물로 진화한다!
3. 뭐라해도 주인공은 를르슈다. 썩은 미소가 돋보이는 그대, 홀로 서서 부기팝이 되어라! (응?)
4. 무력 침공한 브리타니아에 맞서 싸워라, 일본인들이여! 그 속에서 벌어지는 자아정체성 확립과 전쟁을 통한 정신 황폐화에 대한 이야기. 다시 말해 건담 짝퉁, 혹은 건담을 넘어선 그 무언가.
1-4번을 다 잡으려다가 죽도 밥도 안될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나갈지는 알 수 없는 고로, 일단 엔딩 나올 때까지는 봉인해두렵니다. 어찌 될지 두고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