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의 일정은 요지야 카페 산조점, 그리고 그 뒤의 아브릴 방문기에서 끝이 납니다. G는 아브릴보다는 그 옆의 프랑스 비즈 판매점에서 M의 두(頭)문자를 가진 화학반응을 일으키고는 그 뒤에 탈력해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탈력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지름이지요. G는 이번 여행 때 여비를 적게 가져가는 바람에 내내 불평했거든요.-ㅅ-;
제 지름 중 가장 큰 것은 여행 첫날 모두 끝났으니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 솔솔 풀어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 혹은 여행의 본말전도.
이번 여행은 간사이 여행이어야 했지만 중간에 아주 커다란 목표가 생겨서 간사이 + 이시카와 여행이 되었습니다. 혹자는 모 만화의 주인공인 이시카와를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이건 현이름입니다. 이시카와현(石川縣).




교토역 북쪽 출구(라고 멋대로 부르는)로 들어가면 눈 앞에 JR 개찰구가 보입니다. 교토역은 순수한 JR역입니다. 사철은 교토역이 따로 없지요.'ㅅ' 그리고 저 앞에 보이는 전광판은 교토에서 출발하는 여러 열차들이 몇 번홈에서 몇 시에 출발하는지 보여줍니다.

여행 3일째. 평소보다는 조금 늦게, 오전 6시쯤 깨서 뒹굴거리다가 6시 반에 숙소를 나옵니다. 이날 오사카로 이동해야했기 때문에 체크아웃은 G에게 맡겼습니다. 저는 오후에 G랑 교토역에서 합류할 예정이었지요.




(다크서클이 낀 것처럼 보이는 태공. '나는 네가 어디 가는 지 알고 있다.')

전날 숙소로 돌아와 열심히 캐리어 정리를 하고 그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들어와 하루카가 출발하는 32(아니, 31인가)번 홈에 가장 가까운 코인로커를 찾아 맡겨둡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남았으니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교토역 앞 스타벅스에 들어가 차이 스콘을 하나 시키고 오물오물 먹습니다. 맛은? 향신료 맛과 향이 나는 스콘에 차이맛 시럽을 뿌린 맛. 맛 본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혹시라도 중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어지면 골치아프다 생각해서 음료는 포기합니다. 그러니 꼭꼭 씹어 잘 먹어야지요.


그리고 다시 교토역으로 돌아와 7시 37분발 토야마행 선더버드를 기다립니다. 이렇게 역 안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것은 제가 JR 간사이 웨스트 레일패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죠.;




이것이 썬더버드. 오오. 하루카도 신칸센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걸 제외하고 신칸센이든 KTX든 고속열차는 이게 첫 탑승입니다. 근데 썬더버드라니. 아무리 봐도 뒤에 잔상은 안 남는데?
(마비노기 유저만이 알아들을 헛소리.)




내부는 사람이 가득합니다. 지정석보다는 자유석이 싸기 때문에 자유석으로 탑승했는데 대부분의 좌석이 차더군요. 저도 다른 사람이 앉은 자리 옆에 앉아 이모저모 꺼내놓고 여행 상황을 정리합니다. 보이는 표는 총 4장. 이 4장의 표를 구입하는데 들어간 돈은 총 12400엔입니다. 편도 6200엔의 어마어마한 가격. 훗. 하지만 애정(충동구매)은 모든 것을 이깁니다.

여행 다니는 동안의 기록은 수첩에 남깁니다. 시간과 다닌 내역, 쓴 돈 등을 적어 놓으면 일기를 쓰지 않아도 여행기를 올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글로 쓰는 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없군요. 그것도 손으로 쓰는 일기가 가장 좋습니다. 다만 하루에 1시간 이상 일기를 쓰는데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문제지요.

여행 다니면서 쓴 돈은 모두 아래아 한글과 엑셀 파일로 남깁니다. 한글 파일이 조금 더 구체적이고 엑셀 파일은 산술 계산을 돕습니다. 엑셀파일보다 한글 파일이 다루기 편해서 양쪽을 모두 남기는 거죠.'ㅂ'




교토역에서 탑승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차장이 와서 검표를 한 흔적입니다. 저 빨간 도장이 검표한 내역인데 흔들리는 차 안에서 찍어서 촛점이 날아갔네요.-ㅁ-; 내리기 직전의 사진입니다.




와아. 여기는 철골 구조물이 근사하네요. 시간이 있었다면 더 자세히 찍었을텐데.




여기는 가나자와입니다.


간사이 공항으로 들어간 주제에, JR 간사이 웨스트 레일 패스도 닿지 않는 곳까지 왔습니다. 그것도 3박 4일 여행의 셋째날, 교토는 뒤로하고 홀랑 여기까지 온 이유는 전시회 구경을 위해서입니다. 정보를 알려주신 키릴님께 축복을..(각혈)

전시회장은 이시카와四高기념관에 있습니다. 시고라고 읽어야 하나요? 하여간 이 정보도 홀랑 까먹고 간 덕에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가서 문학관이 어디에 있냐 물어서는 가는 방법도 같이 알아 왔습니다. 역 바로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가면 되는군요.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니 이시카와시고기념관과 이시카와 근대문학관을 겸하고 있습니다.(링크)




이게 그 문학관입니다. 상당히 고풍스러운 건물이지요. 학교 건물이었다던가요. 하여간 여기도 가나자와 특유의 나무 보호대가 여기저기 보입니다. 눈이 하도 많이 내려서 눈 때문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정식 이름이 아래 있네요. 이시카와시고기념문화교류관. 이 소나무도 가지가 부러질까봐 줄로 매달아 놓았습니다.
가나자와의 유명 정원인 겐로쿠엔에 가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겠지만 무리죠.

교토에서 출발한 시각이 오전 7시 37분. 가나자와에는 오전 9시 45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전 11시 18분에 가나자와를 출발합니다. 1시간 조금 넘게 시간이 있으니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념관까지 걸린 시간이 겨우 왕복 30분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OTL 넉넉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더군요. 하하하하하.
그러니까 이건 배보다 배꼽이 큰 여행이라 불러도 무리가 아닙니다. 왕복 5시간에 체류시간은 달랑 90분인거예요.




보러온 것은 이것. 훗.
아래 작은 포스터 보이십니까? 이게 뭐냐면...





기념관 입장료는 일반 350엔입니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1층에 있는 이즈미 쿄카 등 가나자와 출신 문인들 관련 전시실도 다 보는건데, 마음은 이미 콩밭에 도착해 있으니 2층으로 갑니다. 제가 보려는 특별전은 2층에서 하더군요.

그리고 계단을 올라가니 꽃바구니가 놓여 있습니다. 보고서 빵 터졌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사히 소노라마의 「네무키」편집부는 이해합니다. 근데, 맨 앞에 놓인 이 꽃바구니.




TONO.............ㅋㅋㅋㅋㅋㅋ
여기서부터 헤실헤실 웃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쇼가쿠간(소학관) 편집부도 있지요.




다른 사람은 누군지 잘 모르니 패스. 여튼 사진 찍고 넘어갑니다.




와아, 두근두근두근.
당연히 내부는 사진 촬영 금지일테니 패스. 복도까지만 찍었습니다.




그리고 이것.
1월 16일부터 놓였다는 신년 특별 스탬프랍니다. 어디에 두었는지 찾아보세요라고 했는데 첫 번째 방, 찻집 우유당(...)에 놓여 있었습니다. 방 안에 다다미 4조인가, 그 정도 되는 작은 방이 있더군요. 올라가서 쉬라는 건가라며 들여다보았더니 안에 탁자가 놓여 있고 거기에 원고와 작업실 풍경을 소소하게 재현했더라고요. 그리고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雨柳堂. 그리하여 앞서 올렸던 저 여행 기록 수첩에다가도 스탬프를 쿡 찍어 왔지요. 우후후후후!



그리고 이하는 생략.

신나게 구경하다 왔습니다. 원화는 채색삽화만 있는게 아니라 아예 연재 원고도 있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1월달에는 내내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우유당)』과 다른 단편집을 보고 있었던 터라 일본어가 짧아도 내용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원화들. 아아. 넋이 나갈 정도로 예쁘군요.;ㅂ; 덕분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흑흑흑.. 그리고 일본의 인쇄질로도 이 원화를 그대로 내는 것은 무리네요. 특히 개구리왕관(..)을 쓴 공주님의 원화를 보니 일본에서 출간된 단행본 표지도 그 색이 그대로 안 나옵니다. 그걸 보고 일부러 보러 다녀오길 잘했다 생각했지요. 왕복 다섯 시간도, 차비 12400엔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전시실 세 개를 돌아보고 나오니 10시 40분. 내려가서 기념 엽서 세트를 구입하고 후다닥 튀어 나옵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다시 가나자와 역으로. 역에 도착한 것이 11시 6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열차는 11시 18분 출발입니다. 역으로 뛰어 들어가 일단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과자를 몇 개 사고(11시 10분) 플랫폼으로 뛰어 올라갑니다. 다행히 시간에 맞출 수 있었네요. 대신 아침도 스콘 하나로 대신하고 점심은 ...



여기 보이는 초콜릿이 전부였습니다.


재미있는 건 오사카까지 가는 이 기차에는 간이매점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주 어렸을 적, 기차를 탔을 때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언제 오나 기다렸던 그 이동식매점말입니다. 삼각김밥이라도 사들고 탈걸 그랬나 후회하고 있을 때 기차칸의 문이 열리더니 작은 수레가 옵니다. 우와! 기차여행의 로망이잖아요! 도시락을 살까 하다가 그냥 작은 사과주스를 한 병 사고 그걸로 수분 보충과 영양보충을 했습니다. 꿀맛, 아니 사과맛이더군요. 맛있었습니다.


꾸벅꾸벅 졸면서, 옆 좌석에 앉은 꼬맹이의 멱살을 잡고 탈탈 흔들어 주고 싶은 걸 눌러 참으면서 가다보니 호수가 보이네요.



가나자와의 비를 뚫고 오느라 창이 지저분해서 제대로 안 보이지만,




비와호입니다.+ㅅ+ 쇼타로의 집도 이 근처에 있겠네요. 아, 하기야 지금은 서울도쿄로 이사갔나.



그리고 오후 1시 38분에 교토역 도착.
잽싸게 내려서 트렁크를 꺼내고 하루카 탑승 플랫폼에서 G와 만나 1시 48분 출발의 간사이공항행 하루카를 잡아타고 신오사카로 향했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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