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일입니다.
그 날은 가야하는 곳이 두 군데였습니다. 하나는 한강진의 P5, 다른 하나는 서울역의 북오프였습니다. P5는 가을철 한정 몽블랑이 나왔나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서울역 북오프는 하야시 노조무의 책 등 몇몇 원서가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둘다 가는데 기왕이면 중간에 좀 걸었으면 좋겠다 싶더군요. 그리하여 어떻게 하면 한강진에서 서울역까지 움직일 수 있나 보았습니다. 그런데...




한강진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6호선을 따라 한강진 → 이태원 →녹사평 →삼각지까지 걸어서, 삼각지에서 다시 서울역까지 걸어 올라가는 것입니다. 왜 그게 편하냐,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간에 남산이 있습니다. 가장 빠른 방법은 남산을 가로 질러 가는 겁니다. 그 외에는 방법이 없어보이는군요.

이모저모 머리를 굴렸지만 정말 방법이 없어보입니다. 그래서 P5를 들렀다가(몽블랑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걸어서 이태원에 갔습니다. 그리고 녹사평.




녹사평역까지 갔더니 갈래길이 나옵니다. 삼각지로 가는 쪽은 내리막이고 보니, 경리단쪽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근데 왠지 삼각지로 가면 빙~글 돌아서 가는 길일 것 같고 하니 작은 골목이라도 조금 질러 가볼까 싶어 오른쪽 길을 택합니다. 경리단 앞을 지나 일단 남산을 오른쪽에 두고 걷습니다. 걷고, 걷고, 걷고.

걷다가 나중에 보고 알았지만 자코비 버거인가, 꽤 유명한 버거집을 지나 올라갑니다. 이젠 슬슬 오르막이군요. 질러가는 길인 것 같은데 아마도 남산에 바싹 붙어 걸어가는 건가봅니다. 그런데 길이 뭔가 이상합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남산 터널이라니 인도는 없을 것 같고, 그러니 이번엔 왼쪽을 선택해 걸어가는데 갑자기 급경사가 나타납니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걸어갑니다. 걷고, 걷고, 걷고. 그리고 어느 순간 왼쪽을 보니...



뭔가 이상해. 왜 서울 시내가 발치로 내려다 보이는거지? 여긴 어디? 난 누구?


이상하다 싶어서 오른쪽을 돌아봅니다.



................ 어?
여긴 어디? 난 누구? (2)


아무리 봐도 저건 남산타워-지금은 서울 N타워-입니다. 엥? 탑이 저렇게 가까이 보일 정도라면, 여긴 어디인건가요?
걷다보니 오른쪽에 대원정사인가, 그런 이름의 절도 보입니다. 이상하다 하며 또 걷다보니 오른편에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 아놔. 어느 새 남산을 오르고 있었던 거야!


그리하여 그 윗길을 빙글 돌다 보니 눈 앞에 보이는 것은 STX 건물. 아하하하하. 여긴 어디인가요.



그러다가 밑으로 내려가는 급경사 계단이 보이길래 잽싸게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니 STX 건물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는군요. 이게 후암동 삼거리라던가요. 바로 근처에 북오프가 있어서 정말로, P5에서 북오프까지 헤매지 않고 한 걸음에 온 셈이 되었습니다. 최단거리를 찾겠다면서 원뿔(산)의 중턱까지 기어 올라가 돌았지만 이 거리가 삼각지를 찍고 도는 것보다 짧은지 어떤지는 재보지 않은 이상 알 수 없고...

여튼 운동 한 번 제대로 했습니다. 이모 저모 재미있는 가게도 많이 보았고요.

한국 여기저기에도 숨어 있는 재미있는 가게는 많지만 막상 들어가서 복불복(맛있는가 혹은 아닌가)을 하려니 조금 망설여집니다. 일단 복불복 게임은 집 근처에서부터 시작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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