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가쿠지를 나와서는 철학의 길로 접어듭니다. 큰 길에서 긴가쿠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철학의 길 시작점이 있거든요. 아니, 입구인지 출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안내 팻말이 서 있습니다.




철학의 길 안내문입니다. 메이지 23년~ 운운하는 것이 그 유래를 적은 것 같은데 철학이고 뭐고, 어려운 생각은 잠시 접어 두셔도 좋습니다. 여긴 산책로니까요. 운동하는 기분이든 철학하는 기분이든 상상하는 기분이든 상관없이 걸어가면 됩니다.




그리고 걸어가면서 독특한 건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 것이고,




비린내나 악취가 나지 않아 신기하게 여긴 물길을 죽 따라가면 됩니다.

지도상으로는 긴가쿠지가 북쪽에 있으니 거기가 물길 시작점일 것 같은데 막상 가보니 거기는 수로 끝자락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물도 상류(남쪽)보다 조금 지저분하고 약간의 물비린내도 납니다. 교토에서 만난 수로나 개울, 하천 중에서 안 좋은 냄새를 맡은 곳은 이곳이 유일합니다. 종각부터 물냄새가 나는 이름만 맑은 물인 어느 하천과는 차이가 나는군요. 흑.ㅠ_ㅠ
(하기야 요즘은 아예 가질 않고 있으니 어떨지 모르겠네요. 거기에다 물 가까이 다가가면 냄새가 날지도..?)




가다가 나무에 분홍색 꽃이 피어있길래 찍었습니다.




무슨 나무인지 모르지만 예쁘군요. 정원수로도 괜찮아 보입니다.




길가에는 식빵을 굽고 있는 고양이도 한 마리 보이고.




여기도 무궁화가 한 그루 있습니다.




이것도 무궁화? 잎사귀를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옆에 핀 진한 분홍꽃은 뭔지 모르겠네요.




가다보니 나온 절. 아니, 절이 아니라 다른 건물일지도 모르겠는데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나무들이 울타리처럼 둘러선 것이 재미있어 찍었습니다. 철학의 길 서쪽에 있었으니 호젠지는 아닌데 말입니다. 요지야 카페 지나고 나서 찍은 사진 같으니 지도 상에서는 本妙院이라 부르는 곳인가 봅니다.




아.. 나중에 원본 사진 찍은 시각을 봐야겠네요. 光雲寺인지도 모릅니다. 핫핫핫.;





S와 수다떨며 천천히 걸어 내려가는데 S가 부릅니다. 뭔가 했더니 냥군. 오오오오오!
고양이와 눈을 맞추며 대화를 하는데 이녀석, 피부병이 있다고 합니다. 눈곱도 있는 것이 눈병도 있는 것 같다나요. 삼색인걸 보니 암컷 같은데 아직 성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철학의 길에서 우연찮게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으니 그걸로 만족한다고 하려 했는데 몇 미터 가지 않아 고양이들이 줄줄이 더 나옵니다. 호박도 아니고 고양이가 넝쿨 채 나타나는군요.
저기 저 돌멩이 옆에, 늘어진 녀석이 한 마리 있습니다.




줌을 당겨서 찍으니 이렇고. 이녀석도 삼색인데다가 아까 본 고양이와 색 톤이 닮아 있으니 한배에서 나왔을까요. 햇살이 좋아 그런지 열심히 식빵 굽는게 은근 귀엽습니다. 후후후. 저건 그냥 식빵이라기보다는 토스트겠지요.




아까 고양이가 토스트이니 이건 소시지와 햄과 스크램블 에그...(탕!)


거기서 얼마 안가 또 고양이 세 마리가 나란히 있습니다. 고양이 영역이 있을텐데도 같이 있는 걸 보면 혹시 이 주변에 고양이 급식소라도 있는 걸까요.₁




근데 그 옆에 또 있어!

게다가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세 마리 고양이가 누워 있는 그 안쪽에는 쪼매난 녀석이 더 있었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고양이들을 방해하는 것 같아 안갔지만, 하여간 고양이는 잔뜩 보았습니다. 후후후.
아랫 사진의 털 고르는 녀석은 꼬리만 살짝 줄무늬로군요. 너구리가 변신했나.-ㅁ-;



위 사진은 거의 철학의 길이 끝난 다음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철학의 길이 어디서 끝나는지가 조금 애매하긴 한데, 安樂寺가 끝자락이 아닐까 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길 분위기가 조금 변했거든요. 산길을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산길 맞고요..;..)


난젠지(南禪寺) 안내판이 나왔을 때쯤엔 대략 10시. 저나 S나 걷는 속도가 조금 빠른 편이란 걸 생각해도 얼마 안걸립니다. 그리고 걷기 편한 길이기도 했고요. 보도블럭이었으면 다리가 피곤했을텐데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갈 생각이었던 곳은 11시에 오픈이라 일단 난젠지에 들러보기로 합니다. 여기도 정원이 유명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가는 도중. 위에서 물이 콸콸콸 폭포처럼 쏟아지는 작은 수로가 있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왼쪽편에는 학교가 있던데 지금 지도로 보니 히가시야마(東山) 고등학교인가봅니다. 사진 찍는 것이 이상해보였는지 경비하시는 분이 빤히 보시더라고요.-ㅁ-;




위의 수로는 반대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 오른편은 노무라(野村) 미술관인데 이 때는 아마 도기 전시회를 하고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여러 사발들이 있는 듯했지만 입장료 문제도 있고 그닥 관심도 없어서 패스. 지금 생각하니 아주 조금은 아쉽습니다.-ㅁ-;




미술관 건물이고요. 이런 정원도 마음에 듭니다.




아래는 이런 잡초들이 마구 자라고 있는데, 지저분하다거나 관리가 안되어 있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희한하지요. 한국에서 봤다면 오히려 관리하지 않고 잡초가 자라게 두냐라고 했을텐데 말입니다. 같은 풀들이 자라고 있는 것이니 오히려 손길이 간 걸까요. 하지 않은척 하면서도 은근히 신경쓴다, 뭐, 그런 것도 있을 법합니다.




느닷없이 등장하는 사진. 여기는 이미 난젠지 경내입니다. 3층인가 2층인가, 상당히 높은 건물이 있는데 처마를 보고 있자니 찍고 싶어서 한 방 찍었습니다. 여기는 숲이 워낙 우거진데다가 건물도 크다보니 조금 어두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의 절과 분위기가 조금은 닮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또 뭐더라.; 아마 위의 누각을 지나쳐서 나중에 찍은 걸겁니다. 무책임하지만 난젠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런 전통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건물도 그냥 사진만 찍고 넘어갔고요.




호오. 정원이 있답니다. 난젠인이라고 하는데, 입장료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300엔인가 내야한다는 말에 '긴가쿠지도 보고 왔으니 여기는 넘어가자'라며 돌아섰습니다. 하하하.;



관심을 두고 있던 건 수로각이지요. 아래쪽의 희미한 그림이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저게 수로각의 단면도랍니다. 로마시대의 수로각을 모델로 한 건지 상당히 닮아 있더군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교토라는 것을 밝히지 않으면 헷갈릴 정도입니다.; 쇼와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것 같지요.




수로각의 다리 한 가운데 서서 사진을 찍으면 이렇습니다. 다리 뒤에 다리 뒤에 다리 뒤에 다리 뒤에...... 구멍.(응?)

반대쪽으로 찍었으면 구멍이 아니라 그냥 돌벽이 있었을텐데, 저기 구멍은 출입금지 구역이더랍니다. 수로각 관리실이 아닐까 싶네요.

여기까지 보고서 난젠인의 정원은 보지 않고 돌아 나왔습니다. 수로각은 봤으니 이제 되었음. 그러니 밥 먹으러 가자!
(...)




차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놓은 것인데 그 위에 참새가 앉아 있습니다. 물론 진짜 참새도 아지고 가마쿠라에서처럼 망토를 두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참새죠.-ㅁ-





다음 이야기는 점심. 그리고 그 다음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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