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다가 '/'표시를 넣은 것은 해당 날짜 마지막 글입니다. 그런고로 21일은 글이 두 개이고, 23일은 하나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사진이 잔뜩 몰리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 20-25개 정도에서 끊고 있는데, 사진이 적은 날은 당연히 글도 적습니다. 다시 말해 23일은 사진이 적었다는 이야기죠.



규슈(정확히는 후쿠오카)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그랬지만, 해당 여행지에 한국 관련 유적지나 사적 같은 것이 있으면 일정이 복잡해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집어 넣습니다. 도쿄의 경우에는 예외. 여기는 넣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요. 후쿠오카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명성왕후를 시해한 칼이 있다는 신사와 그 옆의 절, 학문의 신을 모시는 다자이후 텐만구₁, 후쿠오카 형무소₂를 넣었더랍니다.
(주석은 맨 아래에 달았습니다.)

하여간 이번에는 도시샤 대학을 넣었습니다. 이유는 윤동주와 정지용 시비(詩碑). 두 사람을 기리는 시비가 도시샤 대학에 있다고 들어서 다녀오려고 했지요. 이날은 S랑 따로 돌아다닌데다가, 세이메이 신사에서 걸어서 갈만하다 싶어서 걸어 갔습니다.



길은 잘 찾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찾기 어렵지는 않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산... ㄱ-
정확한 위치를 모르고 어림짐작으로 어느 건물 뒤에 있다고만 기억해서 뱅글뱅글 돌았는데 이게 잘못 기억한 정보였던 겁니다. 도시샤 대학의 캠퍼스가 세 개인데, 그 세 개를 다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도 안나오더군요. 우어어어.; 날도 더웠는데 한참을 헤맸습니다. 그리고 1시간 반만에 두 손 들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지요. 사실 맨 처음 갔던 이마데가와 역 옆, 본 캠퍼스에 들어가서 윤동주 시비를 경비하시는 분들께 물었다면 바로 가르쳐 주셨을겁니다. ㄱ- 이날 숙소에 돌아와 검색하니, 학교에서 아예 위치를 표시해서 가르쳐 준다고 하더군요.

묻기 싫어하는 성격이 이런데서 나온덕에 한참 고생했습니다. 뭐, 실컷 걸었으니 나름 좋은 걸까요.

하여간 도시샤 대학 이마데가와 캠퍼스의 건물은 거의 19세기에 지어진 붉은 벽돌이라는데, 그래서 다 문화재랍니다. 구경하는 재미가 나름 쏠쏠합니다.'ㅂ'
(시비의 위치는 그 다음 방문기에 적겠습니다.)




이마데가와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가 이런 것도 찍고....




무궁화도 정원수로 훌륭하다는 걸 교토에 가서 알았습니다. 하지만 전 진딧물이 안 좋아요.; 역시 무당벌레를 따로 키워야하나.



한참을 빙글빙글 돌다가 다시 간 곳은 교토 BAL입니다. 이번 목적은 8층에 있는 카페 모리스였지요. 그 전날에 왔을 때는 살짝 엿보기만 하고 갔는데, 이날은 좀 느긋하게 쉬고 싶어서 일부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찾고 싶었던 몇몇 책들을 검색하고,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엔 8층에 올라갔습니다. 층 한쪽 구석에 벽을 치고 만든 곳이 이 카페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카페 분위기를 요즘 유행하는 식으로 표현한다면 레트로...? 옛날 대학교 앞 다방이 이런 느낌일까 싶습니다. 식사도 가능하고 음료나 디저트도 되고요.




그리하여 창가쪽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것은 아마 기온일겁니다.

식사를 할까하다가, 다음 일정도 있으니 카페인 안 들어간 음료와 치즈케이크를 시킵니다. 여행 가기 전부터 계속 치즈케이크의 유혹에 시달려 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선택이지요.





그러나 스트로베리스무디는 스무디가 아니라 셰이크였습니다. 색이 엷은 분홍이라 설마설마했는데 마셔보니 딸기 아이스크림을 넣고 갈았습니다. 당분이 필요했던터라 그냥 저냥 마셨는데 상상하는 그 맛 그대로라 보시면 됩니다. 가격은 650엔.




치즈케이크 역시 나쁘지 않았습니다. 400엔. 쇼케이스에는 치즈케이크가 보이질 않았는데 메뉴판에 있길래 물었더니 있다 하더군요. 크기는 작지만 맛은 진하네요. 이보다 크면 혼자 먹기엔 버거울테고 말입니다. 초콜릿 케이크나 사과타르트도 있었는데 그냥 치즈케이크만 먹었습니다.
치즈케이크는 커피와 잘 어울릴텐데 왜 커피를 마시지 않았냐면, 이 날 일정에 커피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날은 가능한 커피를 마시지 않았지요.




커피집에 가기 전, 시조 카와라마치 쪽에서 기온으로 걸어갑니다. 어제 기온에서 걸어오며 보았던 가게 중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가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진열장에 아라비아 핀란드의 무민컵이 있었는데 들어가지 않았거든요. 갈까 말까 또 고민하다가 시간도 넉넉하니 다녀오자 싶어 거기에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지름신은 가게에서도 오시지 않으셨지요.

대신 그 옆 요지야에 들어가 유자 비누랑 세수할 때 쓰는 곤약을 삽니다. 비누는 210엔, 곤약은 400엔. 숙소에 비누가 없어서 임시로 몸 닦을 때 쓰는 물비누를 썼더니 찜찜해서 말입니다.



그리고는 길을 건너 버스를 탑니다. 1일 승차권을 가지고 있으니 피곤할 때는 쓰는 것이 좋지요. 버스를 타고 시조 카와라마치에 내리는데 기온에서 출발하는 버스라 내려주는 곳이 다카시마야 백화점 옆, 아마도 에비스 신사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거기서 내려 조금 더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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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으로는 이쯤. 테라마치도리(Teramachi Dori)라 쓴 위치에서 구글어스를 동작시켜 동쪽편을 보면, 오타후쿠(御多福)커피라는 차양이 보입니다.(구글어스링크) 지하에 있는 가게입니다.

일본의 교토 커피 안내책자를 보면 꼭 들어가는 커피점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오타후쿠 커피입니다. 로쿠요샤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고, 이노다 커피도 꼭 들어갑니다. 오타후쿠 커피는 커피맛도 그렇지만 분위기에 대해 강조하는 평이 실리는데, 카페마스터의 복장도 그렇고(정장 + 앞치마)해서 가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분위기인지 궁금하더군요.


들어갔더니 가게는 굉장히 작습니다. 벽면을 따라 2인용 테이블이 6개 정도있고, 4인용 테이블이 2개 있던가요. 그리고 바에 자리도 조금 있습니다. 들어 갔을 때는 20대로 보이는 청년과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바에 앉아 주인장과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오오. 여기는 이런 분위기로군요.

먼저는 벽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가,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바쪽이 낫겠다 싶어 바로 옮겼습니다.(...) 자리를 옮기는 것이 폐가 되는 건 알지만 말은 잘 못해도 듣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이날의 주제는 야구였던 모양입니다. 청년은 잠시 뒤에 가고, 이번엔 다른 단골이 들어와 신나게 수다를 떱니다. 어제 경기가 어땠느니, 선수 누가 몇 살이고 앞으로 어떻다느니 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야구팬은 대단한게, 누구~하고 이름을 대자 바로 등번호가 나옵니다. 아예 카페에 올해의 선수진 소개 책자가 있더군요. 뭐, 여기서 '어느 야구팀 이냐'라고 물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당연히 한신이죠.-ㅁ-




커피는 블렌드 커피와 밀크 커피 등의 커피가 있을뿐, 원산지별로 나온 커피는 없습니다. 그리고 차 종류도 여럿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드립퍼는 아마도 칼리타. 커피는 두 종류를 쓰는 것 같습니다. 여기도 미노루씨₃의 커피를 쓰던가요. 그건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나중에 확인을...;

커피 맛은 무난합니다. 마시기 쉬운, 술술 넘어가는, 부드러운 커피. 마시면 '아, 이게 커피맛이야'라고 느낄 그런 맛입니다. 블렌드 커피 한 잔에 400엔.




그리고 여기서도 치즈케이크. 그도 그런 것이 치즈케이크 한 조각에 200엔입니다. 우오.+ㅠ+
크기는 작지만 역시 진합니다. 이쪽이 카페 모리스보다 조금 더 구웠는지 색이 진하네요. 다른 곳에서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더 궁금해서 시켜보았습니다.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치즈케이크를 음미하니, 이것이 천국.;ㅂ;

손님들과 마스터가 하도 재미있게 수다를 떨어서 듣고 있다보니 다음 주문을 넣을 시기를 계속 놓치더군요. 그래도 일어나기 전 한 잔 더 마셔보고 싶은 커피가 있었습니다.




밀크커피.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시켜보았습니다.
이노다 커피에서도 못 마셨으니 여기서 마셔보겠다 생각을 했는데 여기는 조금 더 고급스럽게 나온달까요. 이노다 커피에 다녀온 사람들 사진을 보면 거기서는 유리컵에 나왔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진하게 커피를 내려서 거기에 데운 우유를 붓는 겁니다. 우유막이 생기지 않게 데우는 것이 포인트가 아닌가 싶고요.(아, 체를 놓고 우유를 붓던가.. 그 부분은 가물가물합니다.)

집에서 비슷한 커피를 마셔본 적 있지만 그 때는 그렇게 맛있다고 못 느꼈는데, 여기서는 맛있습니다. 좋은 분위기도 있고, 예쁜 커피잔도 있고, 서비스를 받는 입장인 것도 그렇고 맛있을 수 밖에 없나요.-ㅠ-




커피만 시키면 심심하니 다른 디저트-호박타르트도 시켜봅니다. 이쪽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었던게, 윗부분이 호박젤리 같은 식감입니다. 단호박퓨레를 젤라틴으로 굳힌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전체적인 평가가 올라가니 케이크에 대한 기억도 좋게 남는 듯....)




앉아 있는 자리 옆에 이렇게 아크릴 그림이 놓여 있었는데요,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홍차 색도 그렇고, 섬세한 표현도 그렇고요. 바로 자리를 옮기기 전, 벽쪽 자리에 앉아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는 사진인 줄 알았습니다. 보고 있자니 '나도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려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라면 아마 밀크티랑 스콘을 그렸겠지요.


여기서 놀며 다른 손님과, 마스터와 수다를 떨다가 숙소로 돌아옵니다. 한 시간 넘게 있었나봅니다. 생각같아서는 더 있어도 좋겠다 싶었지만 대화에 끼어들기엔 아직 일본어가 짧습니다. 그래서 일본어 공부에 대한 열망은 다시 불타오릅니다. G를 붙잡고 같이 일본어 공부에 매진해야겠네요.

아, 그리고 여기는 흡연 가능 카페입니다. 기본으로 재떨이가 나오니 담배연기를 싫어하는 분이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저는 좋아하지 않지만 참을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이날 구입한 것. 오른쪽이 유자 비누, 왼쪽이 곤약입니다. 물에 담가 놓으면 말랑말랑뽀득뽀득해져서 여기에 비누를 묻혀 거품내고 얼굴을 문지르면 되나봅니다. 손으로 문지르는 것보다 거품이 잘 나고 피부에 상처가 안난다나요. 하기야 거품이 필요하다며 얼굴에 수세미를 대고 문지를 수는 없지요.;
써보니 재미있기는 한데 바싹 말라 있을 때는 물 먹을 때까지 20분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단밤. 밤벌레가 그냥 지나갈리 없지요.;ㅠ; 맛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은 하겐다즈 밀크 클래식인데 진짜 우유 맛입니다. 서주 아이스크림의 고급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그리고 이날 저녁 숙소에서 '일본문화체험'이란걸 했습니다. 달맞이 우동과 경단을 만들어 먹었지요.




경단 만드는 과정이고요. 앞에 보이는 작은 그릇이 슈거파우더고 뒤쪽에는 당고분-경단용 쌀가루가 있습니다. 찬물로 반죽하고 나중에 뜨거운 물에 삶는데, 아마도 찹쌀가루인 것 같습니다. 반죽할 때 귓불 정도의 무르기로 하면 된다네요. 집에 찹쌀가루가 있으면 해먹어도 되겠다 싶습니다. 집에서 팥죽 만들 때 넣는 새알심과도 비슷하지만 설탕이 들어가서 더 달긴 한데, 저 설탕을 넣고도 경단 자체에서 그리 단맛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어.. 그럼 도대체 설탕을 얼마나 넣어야 시판 경단처럼 달달해지는거지?;




이것은 달맞이 우동. 우동면을 삶아 날달걀을 넣고 뜨거운 국물을 붓는 것 같습니다. 국물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네요. 살짝 반숙이 된 달걀 노른자에 우동 면을 찍어 먹으면! >ㅠ< 신선한 달걀이 있다면 집에서도 해먹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21일은 지나갑니다.

22일은 대망의 은각사!




₁다자이후 텐만구. 한자로는 太宰府天滿宮라고 씁니다. 교토에도 텐만구라는 이름의 유적이 있는데 모시는 사람이 같습니다. 헤이안 시대에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眞)가 권력 다툼에 밀려 누명을 뒤집어 쓰고 억울하게 규슈로 유배를 갔는데, 가서는 '난 억울해!'라며 절명하고는 원귀가 되어서 교토를 덥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음양사에 있으니 읽어보시면.....;;;
반은 농담이지만 어쨌든 교토에서는 '스가와라 미치자네 공이 원귀가 되어 교토에 역병이 돌고 안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텐만구를 만든 것도 그런 의미인듯. 이 사람이 백제계라는데다가 학문의 신이라고 해서 가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교토 여행에서는 까맣게 잊었지요.
스가와라 미치자네의 이름은 엊그제 읽은 「문학소녀」 외전 단편집에서도 잠깐 등장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 관련 포스팅을 해야하는데 또 잊고 있었네요.;

₂지금은 후쿠오카에 형무소가 있지만 그 전에는 후쿠오카 구치소가 따로 있었던 모양입니다. 위치를 옮겼는지 그랬다던가요. 하여간 도시샤 대학에 재학 중에, '한국어로 시를 썼으니 너는 독립운동가'라며 체포된 윤동주는 후쿠오카 구치소에서 죽습니다. 아마도 약물 실험을 당한 것 같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여튼, 그래서 후쿠오카에 가면 옛 구치소 자리에 가보고 싶었지요. 조금은 감상적일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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