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그냥 발길 닿는대로 움직였기 때문에 따로 일정표는 적지 않습니다. 움직인 순서는 이렇고요.

도지(東寺) → 세이메이 신사 → 도시샤 대학 → 준쿠도 교토 BAL 점 → 오타후쿠 커피점

아주아주 널널한 코스죠.-ㅁ-;


21일은 아침 일찍 도지(東寺)에 갑니다. 유메마쿠라 바쿠의 음양사에서도 종종 등장한 절-멀리 있는 절;-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요. 엊그제 읽었는데도 왜 이런담.-ㅂ-;

21일은 애초에 교토 여행 일정을 잡고 계획을 세울 때부터 도지 프리마켓을 위해 비워놓았습니다. 교토 여기저기에서 프리마켓이 많이 열리지만 이 중에서 여행 일정에 맞는 것은 도지 프리마켓이라 아예 잡아 놓은 것이지요. 다른 곳이야 언제 가도 되지만 프리마켓은 날짜 맞추기가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숙소에서 설렁설렁 20분 정도 걸어갑니다. 숙소는 니시혼간지 길 건너편에 있고, 도지는 그보다 남쪽으로 두 블럭 이상 내려갑니다. 그래도 20분 정도면 충분하더군요. 몇 시부터 시작하는지 몰라 일단 일찍 출발한다고 나갔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프리마켓은 7시부터 17시까지 한답니다. 그래서 8시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인들이 다 나와서 물건 정리도 거의 다 되었더군요.



여기가 도지입구입니다. 구글 지도상으로 보면 대강 규모가 짐작가실 겁니다. 어림짐작으로 따지면 파고다 공원 전체에서 프리마켓이 열리는 수준인듯...;




대강 이런 느낌입니다. 이날은 날씨가 우중충하더니 또 9시쯤해서 소나기가 쏟아지더군요.
프리마켓이라기 보다는 한국의 5일장? 느낌은 그렇다지만, 하여간 여기저기 재미있는 상품이 많습니다. 다른 현에서 특산품을 들고온 곳도 있었고요.





적당히 한바퀴를 돌았는데 연못이 보입니다. 아직 연꽃 몇 송이가 남아 있길래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꽃의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거의 졌더군요.




헤이안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창고도 보입니다. 오오오. 중요문화재라니!




이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 뭔가 이상한게 보입니다. 사진 한가운데, 회색의 새가 보이십니까?




해오라기? 아니, 회색이니 다른 새일지도 모르겠는데 백로나 그 비슷한 종류로 보입니다. 저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프리마켓 시장이니 굉장히 가까이 있는 셈입니다.




잠시 비긋고 있을 때 태공 들고 찍은 사진입니다.



프리마켓 돌아보다가 살까 말까 한참 망설였던 것이 두 가지 있으니, 하나는 밤이었고 하나는 가방이었습니다. 밤은 한 망에 500엔짜리와 1천엔짜리가 있었는데 숙소가 시타딘같은 주방이 딸린 곳이 아니라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습니다. 한국으로 들고 들어오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다른 하나는 가방인데, 이 가방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구입하지 않고 돌아 나온 것은 가격이 8300엔이라 도저히 못사겠다 싶어서였고요. 으흑.;ㅂ; 형태도 그렇고 편하게 메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인데, 문제는 정장에는 미묘하게 안 어울린다는 겁니다. 하기야 정장에 어울리는 가방은 아무래도 브랜드 가방이죠. 제가 봤던 것처럼, 인사동에서 발견할 수 있는 천조각을 이은 패턴이 들어간 천가방은 안 어울린다 싶어 등을 돌렸는데 지금까지도 끙끙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날짜 맞춰 도로 들어가는 것 아닌가 몰라요.-_-;
(물론 그러느니 한국에서 30만원 주고 같은 가방을 구하는 것이 쌉니다.(먼산))


이렇게 비를 피하고 있다가 도지 본당에서 열린 전시회에 들어갔습니다. 대강 훑어 보았는데, 아마 수묵화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의 그림 전시회인가봅니다. 동자승 그림도 많더군요. 보다보니 시코쿠의 88개 절을 그린 작은 그림도 있습니다. 오오. 이것도 재미있어!

엽서를 사올까 하다가 사와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할 것 같아 그냥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리고 도지를 나와 숙소에 잠시 들러 짐을 정리하고, 이번엔 이마데가와로 갑니다. 숙소에 들렸던 것은 버스 1일권을 사기 위한 것도 있었지요. 그리고 니시혼간지 앞에서 9번 버스를 타고 올라갑니다.



버스 맨 앞에서 유유자적하는 태공.



이곳은 맨 처음 교토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숙소로 잡으려고 했던 프티호텔입니다.(가운데의 붉은 차양)
하지만 20일은 호텔 예약이 불가능해서 포기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여기는 교토 역쪽에서 너무 멀어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겠더라고요. 대신 은각사나 금각사 가는 버스가 이 앞을 지나가는 것 같더랍니다.'ㅂ'




그 옆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찾은 것은 세이메이 신사. 아베노 세이메이의 신사가 이 근처에 있다고 들어서 골목으로 들어갔던 겁니다. 날이 흐려서 그런건지 몰라도 분위기가 좀 가라앉아 있군요.




이 사진도 어둑어둑..-ㅁ-;

주변을 빙빙 돌다가 간신히 찾아서 들어갔는데, 나중에 나와서 보니 세이메이 신사는 큰길에서 접근하는 쪽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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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면 약간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아니고요. 일단 니시진 회관이라고, 기모노 패션쇼도 한다는 유명한 건물을 찾아서 그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시면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작네요.=_=




이건 나중에 나오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오망성을 문장으로 처음 쓴 것이 세이메이라고 하지요. 전 저 오망성을 보고 있자면 쓰메라기 스바루가 생각납니다만...(먼산) 덧붙이자면 세이시로도. ... 설마하니 세이시로의 모델이 세이메이이려나요.ㄱ- 아시야 도만과 세이메이를 섞은 다음, 거기에서 히로마사를 빼면 세이시로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주 조금 들었습니다.




신사 입구에는 좌우에 집지키는 개석상이 있습니다.




이쪽은 입을 벌리고 있군요. 사진 오른편이 큰길가입니다. 인도에서 바로 보이는거예요.




그 안쪽에는 이렇게 (가짜) 이치죠 모도리바시가 있습니다. 소설에도 자주 등장하지만 세이메이는 자신의 집으로 오는 길목인 이치죠 모도리바시(되돌아가는 다리) 아래에 식신을 두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 옆에 붉은 띠를 두른 이상한 석상이... ㄱ-




신사 안 쪽에서 큰길을 바라보면 이런 느낌입니다. 도리이도 돌로 되어 있고, 탑도 돌. 대부분이 돌로 만들어 졌더군요.



건물 안에도 사자상이 있어요.



반대편에도 마찬가지로 사자상.
다른 신사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원래 이렇게 사자(혹은 지키는 동물)이 여러 마리 놓여 있나요.




이건 신사 왼쪽에 놓여 있던 황금가마. 축제 같은 것에 쓰는건가 싶었습니다.




이게 신사 본당. 저 왼쪽에 앉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저기 저 지붕위에도 금별이 그려져 있군요. 아아. 어렸을 적에 별 많이 그리고 놀았는데 여기에 일종의 '부적'의미로 있다보니 뭐랄까, 변신소녀물을 보는 듯 손가락이 오글거리는 느낌이 드네요. 별이 남발되어 그런가봅니다. 어흑..;





교토 지역 여행을 하면서 유일하게 다녀온 신사가 바로 여기, 세이메이 신사입니다.
세이메이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연애수호라든지 저주라든지, 저주 풀기라든지, 악한 것을 피한다든지를 비는 곳 같은데 실제로는 교통수호를 담당하고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교토시내 버스에는 세이메이 신사의 부적이 붙어 있더군요. 찍는다 해놓고는 까맣게 잊었는데, 그렇습니다.

세이메이 신사는 굉장히 작고 큰길가에 있어 찾기 쉬우니 근처 지나실일 있으면 들러보셔도 좋습니다. 특히 바로 옆의 니시진 회관에서는 기모노 패션쇼도 하니까요. 거기 들리는 겸 가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물론 저처럼 세이메이에 관심이 있다면 모를까 아니라면 심심하실지도 모릅니다. 문득 음양사가 사람을 버렸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OTL



그리고 다음에는 지난번에도 썼던 바보짓. 도시샤 대학에서 윤동주 시비를 찾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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