묽 맑은 절은 금각사, 은각사와 함께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절이 아닐까 합니다. 교토 여행 준비를 하기 훨씬 전부터 기요미즈데라=청수사에 대한 사진도 많이 봤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으니까요. 그 물줄기가 어떻더라 하긴 하던데..

하여간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 하여 가능한 아침 일찍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교토역에서 버스를 탄 시각이 8시쯤. 나름 빨리 움직인다 생각했는데 기요미즈데라 행 버스는 사람으로 북적댑니다.

어디서 내릴까 지도를 보며 고민하다가, 절에서 남서쪽에 있는 고조자카에서 내립니다. 버스비는 220엔. 교토의 안쪽 구에서는 어디서 타고 어디서 내리든 버스요금이 동일하게 220엔입니다. 물론 구역 밖으로 나가면 버스요금을 추가로 더 내야한다더군요. 아라시야마까지 가는 것도 추가 요금이 붙을테지만 여기는 사철이나 JR로 접근하는 쪽이 편하지요. 버스보다 시간도 덜 걸릴겁니다.


버스를 내리고 보니 기요미즈데라 가려는 사람은 이쪽으로 오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설렁설렁 표지판을 따라 얕은 언덕을 오릅니다.




흐릿하게 보이지만, 사진 중심부에 있는 전봇대, 그 왼쪽으로 탑이 하나 보입니다.
이런 거리를 걷는 것도 은근 재미있네요.+ㅅ+




조금 당겨서 찍어봅니다. 이제는 탑이 조금 더 잘 보이네요. 앞에 있는 것은 태공의 머리입니다.




그리고 그 탑이 이겁니다. 현란한 붉은색의 탑일터인데, 이거 색이 바랬나봅니다. 조만간 다시 칠해야겠네요.




탑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왠지 소시지 색깔이야.=_+
그러고 보니 빗살처럼 뻗어 있는 부분 때문에 생선뼈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남의 문화재를 가지고 이런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뭐,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 것이라고 넘어갑니다. 색이 화려하기도 하고 오밀조밀한 맛도 있지만 취향에는 안 맞습니다. 화려한 것보다는 조금 무뚝뚝한 색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니시혼간지처럼 지나치게 무뚝뚝한-어두운 색이면 그것도 아니고요.





기요미즈데라 본당 입장료는 300엔입니다. 앞면에는 저 탑 모습이 사진으로 나와 있고 뒷면에는 이렇게, 기요미즈데라를 주제로 한 짧은 시가 있습니다.


松風や音羽の淸水を / むすぶ心はずかしがるらん


아마 이런 글인것 같은데, 대략 '소나무에 부는 바람과 소리의 날개의 맑은 물(기요미즈)을 뜨는 마음이 부끄러워지네' 정도로 해석하면 될듯...; 앞의 송풍과 음우는 그냥 자연으로 뭉뚱그려도 되겠지요.

시가 주기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은데 그걸 모으는 재미도 있겠습니다.'ㅂ'




입구를 들어서 걷다보니 이런 모습이 보입니다. 오오. 저 나무 참 신기하게 생겼네요. 아마도 삼나무?





살짝 줌을 당겨 찍은 모습입니다. 교토 시내가 거기에서는 이렇게 내려다보입니다. 저기 멀리 보이는 굴뚝 같은 것이 교토 타워이고요.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물 마시는 곳이 보입니다. 저기가 세 개의 폭포가 있는 곳이라는데, 각각 부, 건강, 공부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다만 어느 쪽의 폭포가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고, 하나 이상 마시면 효과 상쇄로 전체 무효가 된다니까 잘 골라 마셔야 합니다.




저 건너편에서는 건물 보수 공사가 한창인듯합니다.




이쪽이 본당입니다. 본당에서 찍는 것보다는 옆에서 찍은 사진이 더 유명하지요.'ㅂ'
여기도 지붕은 억새지붕이고, 상대적으로 건물이 낮은편이라 권위적인 느낌 같은 것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기서 위압감을 가지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산과 나무였습니다.




근데 사진 찍고 보니 앞쪽 지붕은 낮은데 뒤쪽 지붕은 높군요. 이것도 멀리서 보면...;





상당히 웅장합니다. 주변 공간이 좁아 위쪽을 올려다 볼 수 없어 위압감이 덜한 것뿐일까요. 그래도 억새 지붕이라 약간 포근한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 지붕의 경사도 차이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하여간 니시혼간지보다는 기요미즈데라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 억새 지붕은 몇 십년 마다 한 번씩 교체한다는데 그게 또 장관이라네요. 맞춰 보기 쉽지 않다던데 동영상으로 남아 있을테니 찾아봐야겠습니다.




여기도 지붕 아래, 서까래 모습은 그닥 취향이 아니예요. 검게 칠해 놓아서 어둡게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요. 게다가 저 번쩍번쩍한 것은...(먼산)





사망율 20%도 안되는 자살포인트가 저 기요미즈데라의 무대라지요. 기요미즈의 무대에서 뛰어내린다라는 속담도 있던데 어디 한 두 군데만 부러지고 끝날 거라면 뛰어내린 의미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만.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고 이보다 더한 공연은 할 수 없다, 난 절정에서 가버리겠다!라는 의미였다고 기억합니다.(아마도...;)

약간 고소공포증이 있는터라 난간에서는 저 멀리만 바라보고 아래쪽은 보지도 않았습니다.





내려오다 보니 작은 이나리신사(여우신사)도 보입니다. 사진만 찰칵.





그리고 아래에서 올려다본 본당. 사진이 굉장히 어둡게 나왔군요.-ㅁ-




여기가 물 받아 마시는 곳인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와서 줄서 물을 받아 마시고 있었습니다.
위생이야 철저하게 관리하겠지만 기다려서 받아 마시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추석 때 조상님들께 인사도 안간 주제에 이런 곳에 와서 소원을 빌다니,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교토에서의 여행 일정 내내, 어딘가에서 소원을 빈다거나 신사를 들어간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절 본당에 들어가서 본존불이나 관음상을 본 일도 없었군요. 교토를 제대로 구경하고 온 것이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은각사를 보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위의 규칙은 아마 앞으로 일본 여행 하면서도 죽 이어질거라 생각합니다. .. 도쿄를 그렇게 많이 가놓고도 메이지 진궁 안에도 가본일이 없군요. 아하하.


다음글은 기온까지의 여행입니다.'ㅂ'


덧붙임.
(거의) 라고 해둔 것은 쓰다보니 한 군데 다녀온 곳이 있어서인데, 그건 따로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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