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둘째 날은 아예 가마쿠라에 다녀오겠다고 잡아 놓았습니다. 첫날 이세타쓰에 다녀와야 했던 것도 가마쿠라 일정 때문이었습니다.

지난번 여행(!월:12th)에서 가마쿠라를 돌아다니다가 종이집을 발견했습니다. 와시라고 읽는 화지(和紙), 일본 종이집이지요. 이 일본 종이 집에서 마음에 드는 종이를 잔뜩 샀던지라 이번 여행에서도 일단 다녀와야겠다 싶어서 가마쿠라를 둘째날에 가겠다고 마음 먹었던 겁니다. 종이 사러 거기까지 가는 건 심심하니까, 지난 여행 때 못갔던 호고쿠지(報國寺)도 대나무 숲 구경할 겸 가겠다 생각했지요. 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인 츠루가오카 하치만구에도 연꽃이 있다니, 여름에 간 김에 그것도 구경하겠다 생각했고요.



언제나 그렇듯 일정은 바뀌었고, 호고쿠지는 빼고 그냥 츠루가오카 하치만구의 연꽃만 실컷 구경하고 왔습니다.
그 사진은 나중에 올리겠지만, 굉장히 기분 좋게 보고 왔습니다. 연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런 때가 아니면 보기 어려우니까요. 게다가 이렇게 잔뜩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1월에는 그냥 물만 보고 왔던 기억이 나는데 그 때는 연잎을 모두 잘라내서 그런걸까요. 홍련보다는 백련이 많았고 훨씬 장엄했습니다.
이 풍경이 왜 부여의 연꽃과 다른 느낌을 줄까 생각했는데 ... 그에 대해서는 뒤에 따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연꽃을 보고 상가쪽으로 나와 돌아다니면서 생각한 것은, 야네센 보다 이쪽이 제 취향이라는 겁니다.-ㅁ-; 야네센 분위기는 현대적인 시타마치이고 가마쿠라는 그보다는 조금 더 공예적인 분위기가 풍기는군요. 가마쿠라의 분위기를 따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중간이나 그 이상의 고급스러운 일본 특유의 물건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무늬나 천 등이 상당히 일본적이지요. 야네센은 현재 생활하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니 분위기가 전혀 다를 수 밖에요. 하지만 제 지갑을 여는 쪽은 가마쿠라쪽입니다.(먼산)

파워스톤이라고 하던가요. 준보석이나 여러 돌을 가공해서 목걸이 등의 장신구를 만들어 주는 곳도 새로 생겼던데 거기서 곡옥을 보고 낚였습니다. 그 덕에 이번 주말에는 나리타 미나코의 내추럴과 꽃보다도 꽃처럼을 완독했고요. 하하하; 낚이면 안된다는 심정이었는데 돌아오고 보니 낚여도 되지 않았나 싶은..-ㅁ-;



돌아다니다가 보라색 고구마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 먹고. 그러고는 점심 때쯤에 긴시쵸로 출발했습니다. 료고쿠 근처역으로 가마쿠라 역에서는 한 번에 갈 수 있지만 한 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하지만 전에도 올렸듯이 제가 가려고 했던 긴시쵸의 찻집 약도를 안 들고 나와서, 한참 헤매다가 미쓰코시마에역으로 돌아가 미쓰코시 본점에서 간식 쇼핑을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 약도를 들고 나와 긴시쵸에 갔습니다.
그러니까 대략 이런 코스지요.

가마쿠라 → 긴시쵸 → 미쓰코시마에 → 아키하바라 → 긴시쵸

위의 코스는 모두 중간에 환승 없이 한 번에 갑니다. 아, 미쓰코시마에에서 아키하바라 갈 때는 예외입니다. 여기는 중간에 한 번 환승을 하지요. 만약 한참 걸어서 신니혼바시역에서 요코스카선을 타고 도쿄역으로 가서 환승하면 별도 요금을 무는 일이 없지만, 그냥 아사쿠사선이나 기타 사철을 탔다가 JR로 갈아타면 복잡해집니다. 아키하바라에서 긴시쵸는 JR 소부센으로 나가면 바로 갑니다. 세 정거장이니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긴시쵸는 생각보다 역이 크더군요. 그리하여 알았으니, 제가 나가야 했던 것은 북쪽 출구인데 남쪽 출구로 나가서 헤매고 있었습니다. 만약 제대로 나갔다면? 훨씬 쉽게 찾았을 겁니다.

일단, 가고자 했던 곳은 호쿠사이사보. 한자로는 北齊茶房이라고 쓰지만 이렇게 검색하면 안나옵니다. 齊가 일본식 한자거든요. 그냥 구글맵 도쿄 쪽에서 hokusai sabo라고 검색하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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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으로 위치를 찾으면 대강 저렇고요. 찾기는 아주 쉽습니다. JR 긴시쵸 역에서 북쪽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꺾은 다음, 길을 따라 죽 걸어가면 됩니다. 도부호텔 levant 도쿄라고, 한 블럭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대형 호텔을 지나서 작은 횡단보도를 지나, 공원도 지나 조금만 글어가면 됩니다. 구글 어스에도 나오지만 바로 옆집이 무민가게입니다.'ㅂ'

주 메뉴는 일본식 간식입니다. 차도 있지만 안미쓰라든지 일본풍 파르페, 와라비모치(고사리떡) 등이 메인이고요. 점심 메뉴도 있는데 시간을 못 맞췄습니다.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하더군요. 식사메뉴도 따로 있는 듯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공간구성인데, 문이 미닫이문이고 조금 삐걱삐걱 댑니다. 옛날 가게 같은 분위기고요. 나무 테이블도 그렇고, 천장이 높은 것도 재미있지만 안쪽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다다미방이 두 개 있습니다. 방은 작지만 분위기 내기에는 충분합니다.



맛은 그냥 저냥. 타베로그 평가는 3.7정도던데 이해가 갑니다. 천장이 높고 방음 처리가 잘 안되어 있다보니 소리가 울립니다. 대부분의 손님이 여자라 수다 떨기 바빠서 귀가 좀 아프더군요. 하지만 그걸 견딜 수 있다면 혼자서 호젓하게 놀러오는 것도 할만합니다.

게다가 긴시쵸 역에는 이세탄 퀸즈셰프(식품매장)도 있고, 카페 엑셀시오르도 있고, 재미있는 가게도 많습니다.
그리고 전파탑이었나요. 일본 최고 높이의 전파탑도 여기서 보이더군요. 찍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말았는데 그 다음날 아침 TV에서 보았습니다. 높이가 몇 백미터 수준이라 어마어미하더군요. 만들어지는 것은 저 아래 같은데, 상당히 위에 있는 긴시쵸에서도 한눈에 보였으니 말입니다.


자세한 맛 정도는 다음에 올라가는 포스트에서 적도록 하지요.'ㅂ'




그러고 나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들어와서는 느긋하게 마사지 의자에 앉아 피로를 풀었습니다. 이걸로 이틀째 일정은 끝. 더 돌아다닐까 했는데 가마쿠라 갔다가 여기저기 돌아다닌 것이 피곤했는지 나갈 생각이 안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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