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읽고 나서 분노 수치가 점점 상승했을 때는 관련 글을 쓸 때 처음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해야겠다 생각했지만, 글을 쓰는 지금은 그냥 틀린 부분만 지적하고 넘어갈겁니다. 앞의 이야기가 길어지면 본론이 재미 없으니까요. 그러니 바로 본론 나갑니다.


제프리 스타인가튼의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는 1997년에 나온 책입니다. 십 여년 만에 한국에서도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이글루스의 어느 분이 번역하셨다고 하셔서 기대하고 도서관에 신청해 보았습니다.

최근에는 소설책을 주로 봤다고 기억하지만-책 감상문을 별로 안 올리긴 했지만-그래도 그 전에 읽은 책을 포함해서 이렇게 오타와 번역이 걸리는 책은 오랜만입니다. 책 읽으면서 잘못된 곳을 찾아냈는데 그 중 한 군데는 다시 찾아내려다가 못 찾았습니다. 그냥 마음 편히 포기하고 다른 곳만이라도 소개합니다.


1. 6쪽. 옮긴이의 글입니다.
가장 처음 나오는 오타. 처음에는 몰랐는데 오타 검증을 위해 책을 처음부터 훑다가 발견했습니다. 아래서 9번째 줄 '와규(禾牛)'.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쌀국이 되었네요. 禾가 아니라 和입니다.


2. 36쪽. '태초의 빵'입니다.
밑에서 세 번째 줄에 '이사야는 선지자로서는 일류였지만 영약학자로는 별 볼일 없었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영약이 아니라 영양이 아닐까 합니다.


3. 48쪽의 4번째 줄을 포함하여 작은 따옴표가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제가 다시 찾아내지 못한 것이 48쪽과 236쪽 사이 어딘가에 있는데, 한 글자가 빠져 있습니다. '**습니다'인지 그 유사한 서술어에서 어근과 '니다'만들어갔고 사이에 한 글자가 없어졌더군요. 오른쪽 페이지 상단에서 본 것 같은데 다시 뒤지기가 힘들어 넘어갑니다.


4. 218쪽. '와규(禾牛)와의 첫 만남'입니다.
이후 등장하는 와규의 '화'를 벼 화(禾)로 썼습니다. 그리고 218쪽 밑에서 두 번째 줄에 '일본말로 와(禾)는 "일본", 규(牛)는 "소"를 의미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
和입니다. 가장 분노한 부분이 이 부분이었고 이후로는 기대를 버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분노는 덜했습니다.


5. 236쪽. '해산물의 보고'입니다.
첫 번째 줄의 '다음 음식 수업은 다음날 '바르비카니Barbicani'라는 음식에서 벌어졌는데'라는 문장에서 한 글자가 빠진 것 같습니다. 241쪽 상단에 '바르바카니는 주인이 바뀌었는데 빅터와 마르셀라는 더 이상 갈 가치가 없어졌다고 알려주었다'는 문장이 있는 것을 보아 음식이 아니라 음식'점' 같습니다.


6. 297쪽. '아이스크림의 어머니' 중 초콜릿 그라니타 만드는 법입니다.
네덜란드 식으로 가공된 코코아라고 나와 있는데 그냥 '더치 프로세스 코코아'라고 적어도 되지 않았을까요.


7. 325쪽. 과일케이크 만드는 법이 실려 있습니다.

- '세워서 쓰는 믹서'보다는 '스탠드 믹서'라고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 재료에 버터가 빠져 있습니다. 체리, 파인애플, 건포도, 호두, 설탕, 계란, 다목적 밀가루, 레몬 추출액이 등장하는데 만드는 법 두 번째 문단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버터를 세워서 쓰는 믹서에 넣고 돌리거나 손 반죽기로 가벼운 느낌이 날 때까지 섞거나(중략)'.
버터는 얼마나 넣습니까?
(추측컨대, 다른 재료와 같은 무게가 아닐까 합니다. 다른 재료의 그램수를 보면 '파운드' 케이크 같거든요.)

- 그러고 보니 손 반죽기. 핸드믹서인가요? 저는 손 반죽기라는 부분을 읽고 거품기라고 생각해서 집에 믹서가 없지만 도전해볼까 했는데 핸드믹서라면 고이 마음을 접는 쪽이 팔 건강을 위해 좋겠습니다.

- 버터를 크림화한 다음에 달걀과 밀가루를 넣는다고 합니다만, '계란 세 개와 밀가루 절반을 넣고 나머지 계란을 넣고 섞는다.'고 합니다. 그럼 나머지 밀가루는 언제 넣습니까?
(추측컨대, 달걀 세 개와 밀가루 절반을 먼저 넣고 섞은 다음, 웬만큼 섞이면 그 다음 달걀과 나머지 밀가루를 넣고 섞을 겁니다. 다시 말해 밀가루 넣는 것이 빠졌습니다. 이건 원서 문제인지 번역 문제인지 알 수 없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책 내용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음식에 대한 깊이있는(?), 혹은 장난스런(?), 만용같은(?) 실험들이 등장하니 말입니다. 가끔은 아내가 참 안됐다 싶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가끔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직접 만든 최고의 빵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말에 뺑드빱바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ㅁ-;
사람의 식욕을 자극하거나, 혹은 지나친 실험정신으로 인해 입맛을 잃게 하거나의 양쪽 작용을 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지던걸요. 특히 그라니타는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아몬드 그라니타는 쓴 맛이 나는 아몬드를 구하기가 어렵고 살구씨나 복숭아씨를 쓰기는 귀찮고 하니 아마 에스프레소 그라니타를 만들겠지요.


1권에서 재미있게 본 이야기는 빵, 아이스크림, 과일케이크, 프렌치프라이입니다. 하지만 프렌치프라이는 만들 생각이 없고, 빵은 만드는 방법이 어려우며, 과일케이크는 믹서 문제로 도전이 힘들며, 아이스크림(그라니타)만 집에서 간단히 만들 수 있겠더랍니다. 그나마도 레몬과 귤과 아몬드는 재료 수급의 문제로 에스프레소와 코코아만 만들 수 있겠지요.


2권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이쪽을 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해 분노하고 실망한 것은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고로 2권에 대한 기대도 조금 줄이고 쉽지만 감자와 설탕과 교토가 저를 홀리는군요. 2권에도 오타가 많다면 이후에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제프리 스타인가튼,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1」, 북캐슬, 2010,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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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추가.-_-;

279 쪽 위에서 세 번째 줄. 그라니타를 그라티나라고 썼습니다.

288쪽 위에서 두 번째 줄. 살짝 녹이려면 냉동실이 아니라 냉장실로 옮겨야겠지요.

291-292쪽. 291쪽의 재료소개에는 뜨거운 물 4작은술이 필요하다고 나와 있지만, 만들 때는 4큰술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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