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가마쿠라의 츠루가오카하치만구의 매화. 저 새는 매입니다.)

열 두 번째 여행. 일본여행만 따지면 아마도 열 번째일겁니다. 이번 여행이 어땠냐면...


1. 여행 가기가 왜 이리 힘드나. 일정이 너무 변하잖아!

이번 여행은 우여곡절도 참 많았습니다. 애초의 여행을 A로 하면 최종 여행안은 D쯤. 그것도 D에서 D'로 변했다가 다시 D로 돌아온 경우입니다. 중간에 A, A' 등도 있었던 걸 생각하면 대략 여섯 번 정도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솔로잉 → 파티 → 일정변경 → 취소 및 일정변경 → 파티 2 → 파티 3 → 파티 2 ... 이쯤이죠.;


2. 여행이 왜이리 힘드나. 잠을 못자니 피로가 누적되잖아.

잠자리를 가리는 것이 심한 편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더 심각했습니다. 4박 5일간의 일정 중에서 숙면을 취한 것은 절반도 안됩니다. 카페인의 영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카페인 섭취는 첫날만 하고 그 뒤로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키타야마 커피점에 다녀온 뒤로는 커피나 차나 다 입도 안댔습니다. 이것도 나름 기록이군요.

거기에 또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컨디션 관리가 어려울 경우, 항공기를 탔을 때 몸의 반응이 그닥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무릎 통증(...)과 새우잠. 달랑 두 시간의 비행에도 이런 상태이니, 장기간의 비행은 더더욱 안됩니다.

그런 고로 위의 명제를 종합하면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유럽 여행은 절대 못감.lllOTL

일단 같은 가격인 경우 일본보다 유럽 쪽의 숙소가 더 허름(?)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요구하는 것은 욕실이 딸려 있을 것, 다인실이 아닐 것이라는 겁니다. 이 두 조건을 만족하는 호텔은 유럽쪽에선 드물지 않을까요. 아니, 가 본 적이 없으니 확신은 못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문제는 비행시간입니다. 유럽 쪽이나 미국 쪽이나 양쪽 모두 장시간의 비행을 요구하지요. 힘듭니다. 돈이 넘쳐나서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를 탄다면 모를까.ㄱ-
사실 그 돈이면 일본 여행을 갑니다. 적어도 언어 문제는 걱정이 없으니까요.


3. 여행이 여행같지 않아. 기분이 가라앉아 있다?

이번 여행의 특징 중 하나가 '시큰둥'입니다. 여행 가기 전날에도 뭔가 시큰둥. 정말 가는지 마는지, 그저 여행 일정이 잡혀 있으니 가는 것 같은 느낌이더군요. 마치 출장가는 듯한?; 거기에 여행 전날, 카페인을 과다 섭취한 것도 있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어서 두 시간 간격으로 깨어 있었지요. 거기에 항공기 안에서도 긴장해서 잠이 안 오고, 첫날 일정을 짜는 과정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몸이 배로 피곤해졌던 것도 있고요. 거기에 카페인 섭취까지 겹치니 이날도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쓰는 만행까지 저질렀지 않습니까. 그러고 나서 또 무거운 짐을 들고 움직였던 것도 있습니다.

여행 비망용으로 간단히 짐의 무게를 적어보면, 백팩이 7kg, 오른손이 5.6kg, 왼손이 4.8kg이었습니다. 백팩이 무거운 것은 D90이랑 위키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고요. 위키+전원+배터리의 무게만해도 꽤 나가는데 D90에 18-200이 붙어 있으니 7kg은 가뿐하지요.
그래서 들러 붙은 것이 P6000. 가기 일주일전까지 구입 여부를 고민하다가 그냥 D90을 들었는데 여행 다니는 내내 살걸 그랬다고 생각했지요. 비용 문제로 후회는 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4. 그래도 숙소는 좋았어요.
이번 숙소는 아키하바라 remm(렘)이었습니다. 여기서 머무르고 나니 다른 호텔이 성에 안 차겠다 싶더군요. 다른 것보다 마음에 든 것이 위치라, 이름만 봐도 아시겠지만 아키하바라에 있습니다. JR 아키하바라 역에서 걸어서 1분, 북오프 아키하바라까지 걸어서 30초입니다. 거기에 걸어서 10초 거리에 스타벅스가, 스타벅스 옆에 편의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편의시설은 환상적으로 갖춰져있지요.
다만....;
일본에 입국할 때, 맨 마지막 과정으로 간단한 심사가 있지 않습니까. 백팩에 보조가방 하나, D90은 크로스로 메고, 헤드폰을 목에 걸고 있었는데, 심사관이 숙소가 아키하바라라는 것을 확인하더군요. 확인하는 그 표정과 말투가 참으로 묘했습니다. 무슨 의미였는지는 생각하지 않으렵니다. 아하하.


이번 여행의 목표는 느긋하게 쉬는 것이었는데 쉬기는 커녕 피로만 잔뜩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지름물품은 남았으니 아쉬움은 덜하고, 이미 다음 여행 계획을 슬슬 짜고 있습니다. 거기에 쌓여 있던 번뇌 하나를 털고 왔으니,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맛있는 커피도 마셨고요.

이제 더 잊어버리기 전에 지름목록 작성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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