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보다 더 먼저 올리고 싶은 글이 있었지만 월요일 아침부터 음침한 글을 올리려니 마음에 걸리더이다. 그리하여 다른 글들을 찾아보다보니 묵힌지 하도 오래되어 까맣게 잊고 있던 임시저장글이 하나 눈에 들어와 마저 올립니다. 맛있는 곳이었다면 먼저 올렸을테지만 늦게 올라왔다는 것은 그저 그랬다의 반증입니다.(먼산)


G가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도대체 뭐라 읽어야 할까 고민하는 카페가 있습니다. 동성고등학교 맞은편, 우리은행 근처에 자리잡은 작은 카페지요. 대학로 말고 다른 곳에서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마 일종의 프랜차이즈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항상 밝게 불이 켜져 있고 영업시간도 긴 것 같아 보여 호시탐탐 노리다가 다녀왔습니다. 몇 주 전에 다녀온 것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대강 남은 기억을 추스려 써보지요.

메뉴에 와플도 있길래 케이크를 먹을까 하다가 충동적으로 와플 세트를 시켰습니다. 아메리카노 두 잔에 와플이 함께 해서 1만원 조금 넘는 가격이었을 겁니다. 12000원 정도? 그정도면 나쁘지 않다 싶었지요.



커피와 함께 나온 와플. 아이스크림 와플이 아니라 과일 와플입니다.
와플은 크기가 크다보니 2인용 디저트지요. 저는 주로 혼자 다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와플을 잘 못 먹습니다. 게다가 대개는 크림이건 뭐건 듬뿍 듬뿍 올려주다보니 혼자 먹기에는 칼로리도 지나치게 높지요. 카페를 다니는 시각이 저녁시간임을 생각하고, 제가 저녁은 거의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조합하면야, 와플 먹을 일이 거의 없다는 내용이 도출됩니다.
요약하면, 전 와플을 자주 안 먹습니다. 하하하.



그럼에도 저 와플이 그리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타입의 와플은 재료가 어떠니 저떠니 해도 광화문 일민 미술관 1층의 카페 이마입니다. 그런 고로, 조금은 풀빵과 비슷한 느낌의 약간 질긴 타입의 저 와플은 먹으면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과에 달기보다는 신 맛이 더 강한 키위, 역시 푹 익은 것이 아닌 바나나의 조합을 보자면 뭔가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먹기야 다 먹었지만 먹는 내내 맛있는 와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커피.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맛있는 커피라는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뭔가 맹한 맛.
이전에 어느 분 이글루에서 다른 곳의 Cafe Arvo는 커피 맛이 나쁘지 않았다는 글을 봐서 살짝 기대하고 갔습니다. 아메리카노가 딸려 나왔는데 그냥 맹한 맛입니다. 분위기나 혼자 놀기 좋다는 것은 알겠지만 다시 방문하지는 않겠지요.


좋은 평이 아닌, 부정적인 글을 남길 때는 참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쓰다보면 또 그 때의 실망감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밖에 자주 나가는 편이 아니니 제가 가는 카페에 대한 기대치도 상당한 상태에서 들어가게 되니까요. 커피 체인점에 가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적어도 거기 맛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으니, 맛이 없게 나오면 그냥 남기면 되고 지뢰밟았다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그나저나 손이 근질근질해서 주말에 밟은 지뢰 이야기를 하고 싶어 참을 수가 없네요. 이러다 점심 때 쯤 올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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