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비공개 글들을 보며 어떤 것을 쓸까 고민하고 있다가 아무래도 명절과 관련 있는 것이 급하다 싶어 먼저 꺼내 들었습니다. 제목대로 송편 이야기입니다.'ㅅ'



(좌편우전. ... 음, 한자는 안 쓰겠습니다.)

송편을 처음 빚은게 언제인지는 저도 기억을 못합니다. 초등학교 때일거라 추측은 하는데 몇 학년 때쯤인지는 모릅니다. 꽤 어렸을 적부터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다 안 빚게 된 것이 최근 2년간. 연속 2년으로 빚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올 추석에는 마음놓고 큰집에 가질 않았습니다. 송편빚기는 만두빚기보다 훨씬 느리기 때문에 만들다보면 사람이 지칩니다. 당연히 일손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요. 오촌 조카들이 송편빚기를 못하니 그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송편빚기의 진두 지휘자인 큰어머니께서 건강이 그리 좋지 않으시거든요. 힘드시다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송편빚기를 포기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송편은 근처 교회에서 빚었다는 것을 주문했다는데, 추석 당일, G가 들고온 올 추석 송편을 먹고는 좌절했습니다. 맛 없어요.;ㅠ; 솔잎향은 둘째치고 맛 자체가 이상하게 아려서 어머니께 이야기 했더니 솔잎을 갈아 떡반죽에 넣었답니다. 어허허허. 무슨 그런 망할 짓을! 송편은 솔잎과 같이 쪄서 방부효과를 노리는 것이 목적이지 건강 어쩌고 하면서 아예 갈아 넣는 것은 말도 안되는 짓이란 말입니다! 어쩐지 색이 이상하다 했더니 저런 이야기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그리고 아마 솔잎도 조선솔이라 부르는 것이 아닌 흔히 볼 수 있는 솔을 뽑아 썼을 거라 생각하니 말입니다. 큰집에서 빚을 때는 큰아버지가 미리 산에 다녀오셔서 리기다 소나무는 빼고 조선 소나무만 골라 솔잎을 뽑아 오시거든요. 예전에 몇 번 뽑은 적이 있어 저도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구별은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솔잎을 봐선 모르지만 나무로 본다면야...

하여간 작년도 떡이 맛 없었는데 올해도 그렇습니다. 속이 설탕고물인 것도 그렇고요. 나이를 먹으니 설탕보다는 동부고물을 꽉꽉 채워 넣은 오동통한 송편이 더 좋더랍니다.



그래도 어머니를 졸라 송편을 직접 만들 생각은 전혀 안듭니다. 손이 너무 많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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