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겠다 싶어 골라 놓은 책이 폭탄인 경우 참 난감합니다. 그리고 폭탄이 심지가 길어서 앞부분만 봐서는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엊그제 골라온 책도 그런 폭탄이었거든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 그 책을 읽다가 진도가 잘 안나간다 싶어서 결말부를 확인했는데, 거기서 폭탄임을 확인했습니다. 허허허.

추리소설인 그 책 자체는 그리 별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라 트라비아타 살인사건. 엊그제 아리아 전 권을 막 다 읽어낸 참이라 베네치아가 배경인 이 책에 끌렸는지도 모릅니다. 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들이 배로 이동해 온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말입니다. 하지만 읽어나가다보니 생각보다는 재미없다 싶어서 결말부를 확인하려고 보았는데 그 사건의 실마리가 폭탄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소재가 등장하더군요. 하하하. 개인 블로그라 일기장과 비슷하지만 여기는 열려 있으니 차마 욕을 쓸 수는 없고, 인면수심-그렇게 비교하기엔 獸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고상하긴 합니다-이란 단어만 날립니다. 그래서 사건의 동기에는 참으로 공감이 갔습니다. 가장 확실한 복수를 했더군요. 그것도 처절한.
일단 베네치아 배경의 추리소설이고 글 자체는 괜찮지만 결말을 알아버린 이상 손 대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다른 분들에겐 일단 추천 날립니다.; 이건 개인적인 견해일뿐이니까요.(먼산)
지금 다음 권을 빌려다볼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줄리아 퀸의 브리저튼가 시리즈도 열심히 빌려다 보았습니다. 인기 있는 책인지 도서관에 시리즈가 다 있는 것 같긴한데 대출되어 나가 있어서 순서대로 읽지는 못합니다. 그저 서가 있는 대로 보는 거죠. 공작의 여인 다음으로 본 것이 <프란체스카의 이중 생활>인데, 이건 번역 제목이 잘못 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중 생활이라기보다는 두 번째 생활 정도가 맞지 않나 싶어요. F로 시작하는 이름을 보면 아시겠지만 여덟 형제 중 여섯 번째이고 세 번째 딸입니다. 프란체스카는 평범한 속도로 결혼을 했지만 바로 위의 언니인 엘로이즈는 서른이 다 되어 결혼을 합니다. 그 이야기는 <사랑은 편지를 타고>에 나옵니다. 이 쪽도 제목이 조금 미묘한 게 읽다보면 사랑이 편지를 타고 간 것이 아니라 호감이 왔다갔다 하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충동구매...가 아니라 충동동거(?)를 하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쪽도 무난하지만 아주 재미있다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버드나무 껍질 이야기가 나온 걸 보고 키니네가 언제 만들어 졌는지 궁금해졌지만요.
이번에 빌린 관련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히아신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입니다. 막내딸 히아신스가 주인공입니다. 바로 위의 오라버니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결혼 대상이 아니지만 비슷한 나이의 히아신스는 대상이지요. 워낙 위의 오라버니들과 언니들이 결혼을 잘해서 집안이 대단한지라 막내 히아신스도 그런 점에서는 꽤 좋은 결혼상대이지만 딱 하나 안 좋은 것이 있습니다. 입. 브리저튼가의 인물들은 입담이 대단한데 그 막내도 그 점에서는 전형적인 브리저튼 사람입니다. <프란체스카~>가 막내동생에게 휘둘리는(?) 것을 보고 대강 짐작은 했는데 확실히 무서운 아이로 자라났더군요.(이 부분은 예의 그 톤으로 읽어주시면 됩니다) 게다가 결혼 상대가 앞 편에서 꾸준히 나온 무서운 할머니와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 말입니다. 양쪽의 밀고 당기기가 꽤 재미있습니다. 단 맨 마지막은 맥이 좀 빠져서..-ㅁ-;

<윌리엄 던포드, 1816>은 뒷면의 내용을 보고 호기심에 집어 들었는데 다른 시리즈가 앞에 있더군요. 빌려볼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이쪽도 그냥 그냥 무난하게 볼만합니다.

<레이디 소피아의 연인>은 리사 클레이퍼스의 책입니다. 몰락한 귀족가문 아가씨-직업은 하녀-와 잘나가는 집안이지만 공직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남자와의 연애물. 근데 이쯤되면 로맨스 소설도 슬슬 패턴이 보이는게,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첫눈에 반하더군요. 사랑고백할 때 보면 하는 말이 그겁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반했어. 아하하. 밀고 당기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그런 점에서는 처음부터 잘난 무협지 주인공을 보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합니다. 어쨌건 재미있게 보았으니 괜찮습니다.


로맨스는 이제 적당히 읽고 다른 책을 봐야하는데 영 손이 안가네요. 하기야 요즘 로맨스 말고 보고 있는 것은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라...OTL



돈나 레온, <라 트라비아타 살인사건>, 휴먼앤북스, 2007, 10000원
줄리아 퀸, <프란체스카의 이중 생활>, <사랑은 편지를 타고>, <히아신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윌리엄 던포드, 1816>, 신영미디어, 2004, 9500원(앞의 두 권), 2006, 1만원(히아신스) 2005, 9500원, 9천원(윌리엄)
리사 클레이파스, <레이디 소피아의 연인>, 큰나무, 2004,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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