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치아의 티라미수. 녹아 있을 때는 또 어떤 맛일까요.-ㅠ-)


어제의 일입니다.
일주일하고 조금 더 전에 구입했던 시폰케이크의 끝은 참담했습니다. 절반은 맛있게 잘 먹었지만, 나머지 반은 G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가 잠시 방치되어 곰팡이가 피었거든요. 시폰케이크에 눈독 들이고 있던 아버지가 곰팡이가 피든 말든 먹겠다고 하셔서 그거 치우느라 꽤 고생했습니다.(먼산)
그래서 금요일에 또 얼그레이 시폰케이크를 사러 Passion5에 다녀왔지요. 갔다가 엉뚱한 것에 홀렸다는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ㅁ-;

Passion5에서 한남동쪽으로 나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건물 바로 옆, 주차장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가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거기로 내려가서 골목을 따라 걸어가면 한남대교를 넘어와 옛 단국대 앞을 지나는 큰 길로 나올 수 있습니다. 나오는 길이 딱 양쪽 육교의 중간이라는 것이 아쉽지만 그 길을 따라 걸으면 한남동쪽 버스 정류장에서 P5까지는 5분 남짓입니다. 빙글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가깝죠.
어제도 그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골목이 끝나가고 큰 길과 만나는 지점에 거의 다가왔을 때, 그 끝부분은 오르막입니다. 찻길과 인도를 구분하기 위한 낮은 펜스가 있어서 인도 쪽으로 걸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뭔가 곁눈에 잡힌 것이 있었습니다. 휙 고개를 돌려보니 고양이가 있습니다. 어머나. 어머나. 게다가 이 녀석 아직 새끼고양이입니다. 곁에 어미가 없긴 한데 울진 않고요. 대략 2-3개월? 그쯤 되어 보입니다. 여러 색이 섞인 털이긴 한데 이런 털을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진한 고동색인데 거기에 귤색 털이 무늬로 확연히 구분되지는 않게 섞여 있습니다. 가지각색 털가죽? 그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그 녀석. 참 묘합니다. 처음에 어미고양이를 부르는 것처럼 한 번 울더니, 제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마주봅니다. 하지만 역시 무서운 건지 슬금 슬금 뒤로 물러나, 플레이트-그 뒤쪽은 공사장인지 함석판 같은 물결무늬 판으로 벽을 둘러쳤습니다-안쪽으로 몸을 밀어 넣습니다. 그리고 얼굴만 빼곰이 내밀어 저를 바라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그 눈인데, 밝은 노랑색입니다. 눈을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더니 곰곰이 생각하는 사이에 팍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어허허허허허허허허허. 저녀석 다 커서 기립하고 가죽 장화를 신고 허리에 칼을 둘러차고 나서, 손에 모자를 들면 딱 어울립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 아니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목소리를 맡은 슈렉의 장화신은고양이 말입니다. 눈이 딱 그렇습니다. 서로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왠일인지 반데라스가 아니라 포로리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나 때릴거야?"

하여간 새끼고양이의 눈에 홀딱 반했더랍니다. 지금 쓰면서도 피실피실 웃고 있다지요.



조앤 플루크의 레이크 에덴 시리즈를 또 읽다가 모이셰(Moiche라는 철자더군요) 이야기가 등장하는 바람에 생각나 끄적였습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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