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구운 비스코티. 색이 칙칙한 것은 885 때문이 아니라 집에 남아 있던 말차 가루를 톡 털어 넣어서 그렇습니다. 녹차맛은 거의 안나던걸요.-ㅠ-)


안데르센의 동화중에 백조왕자가 있습니다. 백조공주도 아니고 백조의 호수도 아니고 백조의 춤도 아니고 백조 왕자. 아들 11명에 딸 한 명을 낳고 왕비가 죽자 왕은 새 왕비를 들이는데, 대부분의 동화가 그렇듯 계모는 애들을 괴롭힙니다. 이럴 땐 항상 친부는 무기력하거나 모른척하지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백조왕자에서 계모의 마법으로 백조가 된 왕자들이, 백조의 모습으로 바다를 날아갈 때의 일입니다. 바다는 넓고 넓어서 하루 만에 건널 수 없습니다. 밤이 되면 인간으로 돌아오는데, 낮동안에 열심히 바다를 날다가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아주 작은 바위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밤을 지새고 다시 백조가 되어 날아갑니다. 여동생을 데리고 가던 언젠가는 여동생을 가운데 넣고 스크럼(..)을 짜서 보호했더랍니다. 그러고 보니 팔 한 쪽이 백조날개 그대로였던 막내 오빠가 어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군요. 뭐, 인간의 모습이 되었으니 형제가 다 같이 계모를 찾아가 협박했을 가능성도..?

이야기가 또 헛 나갔는데 저 바위가 이번 글의 주제랍니다. 열 두 명이 앉을 수도 없는 그런 아주 작은 바위.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몸을 잠시 쉬게 하여 다시 바다를 날아갈 수 있는 힘을 보충하는 것뿐입니다. 아니, 사실은 그게 매우 크지요. 그 바위가 없다면 바다에 빠져 죽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올 초에 그런 바위를 하나 박았습니다. 그냥 충동적으로 박은 바위였는데 지난 6월부터 시작해 올 여름까지, 그 바위 하나만 보고 달렸습니다. 8월에, 9월부터 12월까지의 일을 아주 휘몰아쳐서 사람 잡겠구나 싶었을 때도 그 바위가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말뚝을 박았던 것이고 최종적으로 그게 바위가 된 것은 7월쯤입니다. 그리고 바위의 구조도 조금 바뀌고 했는데 말입니다, 그제 그것을 싸그리 들어내야 했습니다. 바위 하나만 보고 달렸는데 이제는 낙도 없습니다. 외부적 요인이 바위를 뽀개 놓은 셈이지만 불가항력이었습니다. 100%까지는 아니고 아마 99% 정도?

혹자는 어차피 내년에 더 큰 바위가 있는데 왜 그 쪼만한 바위를 두고 연연해하냐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 앞에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말이죠, 그 바위의 역할은 오직 잠시 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내년의 더 큰 바위까지 다시 날 수 있도록 날개를 잠시간 쉬게 하려고 했던 겁니다. 쉴 곳이 없으면? 그 뒤의 사태가 어떻게 될지 저도 모릅니다. 다만 아직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지도 않은 지금도, 그 바위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심정적으로 구석에 몰려 있습니다. 대 핀치~☆ (...) 애초에 바위가 없었다면 쉴 수 있다는 기대도 안했겠지요.



...

쓰고 보니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아하하하하. 10월부터 11월까지, 하여간 동지 즈음까지는 블로그에 종종 암흑도(暗黑度) 충만한 글들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유의를..-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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