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생각보다 읽은 책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7월에 왕창 읽고는 8월에 물렸나 싶기도 한데, 다른 것보다 읽어야 하는데 읽지 못하는 책이 한 권 있어 거기에 발목을 잡힌 느낌입니다.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심리적인 압박이 상당해서 손을 못대고 있습니다.<피플 오브 더 북>이라고, 분명 제가 좋아할 타입의 책임에도 손이 안갑니다. 그래서 그 사이 그냥 보던 책만 계속 돌려 보고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이전에 빌린 목록을 뒤져 보니 이정도가 전부입니다. 거기에 지금 읽고 있는 모래선혈이 이달의 독서 목록에 추가될 것이고요. 아하하. 사실 지금 눈물 날 정도로 머리 아픈 건이 몇 가지 저를 쥐어 짜고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전혀 안생깁니다. 그 건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가 따로 글 올리겠습니다.

공의 경계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갑자기 보고 싶어져서 두 권을 빌렸습니다. 빌린 시점을 보니 헛소리꾼 시리즈를 보고 있다가 보고 싶어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책을 빌릴 때 빌렸거든요. 간만에 처음부터 다시 보았는데 분명 맨 처음 보았을 때는 이런 장면이 있었다고 기억했는데 이번에 볼 때는 그런 장면은 나오지도 않더군요.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미키야가 말한 '두 눈 뜨고 못다닌다'라는 그 대화장면을 본 기억이 있었거든요. 착각인듯...;
보고 있자니 기모노 입은 시키의 피규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지를 걸 그랬나 조금 후회하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ㅁ-; 지르면 분명 어딘가에 처박아 두고 있을겁니다. 다행히 이번에 나오는 넨도로이드 시키는 취향이 아닙니다. 시키는 뭐니뭐니해도 몸매가 좋아야... (...) 고양이는 조금 탐이 나더군요.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선, 두 번째 책에는 단편 소설만 실려 있습니다. 쓸쓸한 여자, 불쾌한 남자로 나누어 이야기를 실었는데 제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쫓기거나 어딘가에 몰려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읽고 나면 가슴이 무거워집니다. 결국 절반 정도 읽고는 두 손을 들었습니다. 굉장히 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 읽지 못했다는 것이 맞을겁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이야기는 이렇구나란걸 뼈저리게 느낀 셈입니다.

그러고 보니 문학소녀의 졸업논문 주제가 모리 오가이였다 했지요. 제가 모리 오가이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이 마쓰모토 세이초의 걸작 단편선 상권에서였습니다. 거기에 모리 오가이가 소재인 단편이 하나 실렸습니다. 그래서 모리 오가이가 누구인지 대강이나마 알고 있었던 것이지, 안 봤더라면 그게 누구야라고 했을겁니다. 간발의 차라고 해야겠지요.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선을 본 것이 올해 초, 문학소녀는 올 여름에 보았으니 말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읽다보니 이제 슬슬 물립니다. 할로 저택의 비극, 살인은 쉽다, 슬픈 사이프러스, 밀물을 타고, N 또는 M, 푸아로 사건집까지 여섯 권 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것은 절반입니다. 푸아로 사건집은 예전에도 읽었기 때문에 트릭을 거의 기억하고 있어서 몇 군데만 뽑아 보았고, 슬픈 사이프러스는 앞과 뒤만 보았습니다.
이번에 읽은 이야기는 로맨스가 중심인 이야기가 많아서 재미가 반감되었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읽는 것이 추리소설인지 로맨스 소설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아마 이번을 마지막으로 애거서 크리스티는 한 동안 쉬겠지요. 그러다 2-3개월 뒤에 다시 손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빠의 여름방학은 사카키 쓰카사의 신작입니다. 먼저 본 <신데렐라 티쓰>에서 잠시 소개가 되었길래 언제쯤 나올까 생각하다 홀랑 까먹고, 도서관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는 빌려왔습니다. 신데렐라 티쓰나 끊어지지 않는 실은 생활 추리형이라고 하면 이쪽은 그보다는 로드무비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호스트 생활을 하고 있는 무뚝뚝남 야마토는 어느 날 아들을 만납니다. 한창 업무(접객) 중이었는데 왠 초등학교 꼬맹이가 와서 아빠라고 하는군요. 절대 아니다라고 했지만 꼬맹이의 엄마 이름을 듣고는 K.O. 당합니다.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는 말에 결국 여름방학 동안 같이 생활을 하게 됩니다. 여름 방학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초보 아빠와 그보다 더 어른스러운 초등학생의 동거일기가 시작되었다 끝을 맺습니다.
표지가 박스인 것은 모종의 이유로 야마토가 소설 초반에 전직을 하기 때문입니다. 호스트에서 택배 배달원으로 말입니다. 그러니 이야기도 택배배달을 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마을 내의 소소한 사건들을 소재로 해서 돌아갑니다. 중심은 역시 아빠와 아들 이야기죠.
잔잔한 이야기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끊어지지~나 신데렐라~와 마찬가지로 아빠의 여름방학도 1인칭 주인공 시점입니다. 작가가 특별히 좋아하는 시점인지도 모르죠.^^;

마경의 기사는 갑자기 옛날 옛적에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다시 읽어볼까 싶어서 도전했지만 말입니다. 그 표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나름 몸매 좋은 언니와 여자처럼 보일 정도로 예쁜 외모의 남자주인공이 있음에도 그 얼굴을 그렇게 밖에 못 그리나 싶더군요. 표지를 그린 사람에게도 흑역사가 아닐까 싶은데요..;
오랜만에 본 이야기고 약간의 환상을 품고 있었지만 그래도 특별히 걸리는 곳 없이 무난하게 읽었습니다. 다만 디켈이 디네즈가 되고, 제레뮤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있었을 심정적인 변화가 크게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그 부분을 바꿔 생각하면 이거 BL인데 말입니다.;;; 제레뮤의 얼굴이 여자같다는 것이 혹시 포인트였을까요.ㄱ-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는 이번에 본 책들 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책입니다.
무르무르가 나올 때 구입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 평부터 보고 나서 구입 여부를 결정하자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평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읽고 난 사람들이 단 권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하기도 해서 한참 손을 안 댔더랍니다. 하지만 막상 빌려 놓고 나서 한참만에 손을 댔더니 읽고 읽고 또 읽게 됩니다. 무르무르, 모래 선혈, 먼 곳의 바다 모두 괜찮았으니 올해의 노블레스 클럽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ㅠ-
어떤 이야기인지 대강이나마 적어보자면, 신화에 따르면 창조주는 처음 달을 하나 만들고 거기에 따라 조그마한 달들을 여럿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서로의 교류가 없도록 하였으나, 다른 달들의 간청이 있어 때마다 서로의 달을 오갈 수 있게 하였다 합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그런 조그마한 달들과는 달리 아예 알려지지도 않은 어둠의 달, 일곱 번째 달입니다.
어둠 속의 달이다보니 환경은 척박합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고든은 아들을 하나 얻고 스포러라 이름 짓습니다. 그리고 스포러를 데리고 '사냥터'를 떠돌다 무리에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사냥터에서 다양한 자원을 얻고 채취하고 모아서 암컷을 얻어 스포러의 자식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지만-고든과 스포러가 속한 무르무르족은 일생에 한 번 밖에 짝짓기를 할 수 없습니다-원래 목적대로 가긴 하더라도 이리저리 돌아가게 되지 않습니까. 이 이야기도 어떻게 보면 스포러가 암컷을 얻으려다 무리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지적했다시피 이야기는 더 나갈 수 있는 부분에서 끝을 맺습니다. 뒷 이야기가 6-7권 정도 더 나올법한테 일단은 한 권으로 마무리를 지었더군요. 채집, 수렵, 그리고 주인공의 성장을 좋아한다면 굉장히 재미있게 볼만합니다. 어, 솔직히 말하면 마비노기와도 크게 다를바가 없네요. 아하하. 채집해서 스킬을 올리고 수렵해서 경험치를 쌓으며 그걸 돈으로 바꿔 새로운 스킬을 익히는. 그러면서도 메인 스트림이 있어 그걸 따라가게 되니까 말입니다.

상당히 취향에 맞았지만 뒷 이야기의 여지를 많이 남겼던데다 마지막에 먼치킨이 하나 만들어진 것은 아쉬웠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언제쯤 나올지 기대되네요.>ㅅ<




나스 기노코, <공의 경계 상-하>, 권남희, 학산문화사, 2005, 각 12000원
마쓰모토 세이초,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선 중>, 이규원, 북스피어, 2009, 14000원
애거서 크리스티, <할로 저택의 비극>, <살인은 쉽다>, <슬픈 사이프러스>, <밀물을 타고>, <N 또는 M>, <푸아로 사건집>, 황금가지, 2007-2008, 9000원
사카키 쓰카사, <아빠의 여름방학>, 인단비, 노블마인, 2009, 1만원
유민수, <마경의 기사 1-4>, 너와나미디어, 1999, 각 7500원
탁목조,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로크미디어, 2009,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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