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G가 말했습니다.

"우동이 먹고 싶어. 맛있는 걸로."

그리하여 알고 있는 우동집을 몇 찾아주고, 거기에서 고르다보니 가기에 가장 편한 강남에 있는 곳을 골랐습니다. 평도 괜찮고 해서 일요일 점심에 다녀오자고 했습니다.


그 즈음 날이 굉장히 더웠기 때문에 둘다 뜨거운 국물의 우동은 먹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냉우동 쪽으로 골라 주문을 했습니다. 이미 가기 전날에 이오리의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메뉴를 보고는 대강 결정해두었습니다. 저야 당일날 봐서 먹고 싶은 걸로 골라 먹겠다고 했지만 G는 거의 결정을 해두었더라고요. 예상대로 음식점에 들어가서는 또 한참 고민했지만 말입니다.-ㅁ-



G가 고른 것은 낫토 붓카케(붓가케?) 우동입니다.



콩은 좋아하지 않으면서 낫토는 좋아하는 독특한 식성 때문에 일식집에 와서 낫토가 들어간 음식이 있으면 눈을 반짝 빛내면서 도전합니다. 그리하여 이번에도 낫토 붓카케를 시켰습니다. 삶아서 차갑게 한 우동면 위에 잘 휘저은 낫토와 달걀 노른자를 올립니다. 붓카케 우동은 우동면에 진한 장국을 부어 휘저어 먹는 것이니 여기에도 똑같이 진한 장국을 취향대로 뿌리고 잘 섞어줍니다.



제가 시킨 것은 텐뿌라(텐푸라?)자루우동입니다. 이름 그대로 튀김(텐푸라)가 함께 나옵니다.



사진이 살짝 흔들렸네요. 자루우동은 자루소바처럼 장국에 면을 찍어 먹는 겁니다. 컵에 보이는 것이 장국이고 여름이라 그런지 잘게 간 얼음 위에 면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 위에는 무순과 김을 뿌렸고요.



<system> 키르난은 딱딱한 면발을 경험했습니다.

이지만 나중에라도 이 집에서 자루우동이나 붓카케를 먹지는 않을겁니다. 다음에는 따끈한 국물이 있는 것을 먹어보고 싶은데, 평에 의하면 면발을 국물이 못 따라 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딱히 가서 먹을 이유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저 면을 먹는 순간 밀가루의 향을 느꼈습니다. G도 그랬지만 전체적으로 면발이 딱딱합니다. 탱글한 수준을 넘어섭니다. 첫 손님은 아니었고 사람이 붐비는 것도 아니었는데, 게다가 7월 마지막 일요일이었으니 휴가철 직전이었습니다. 평소의 맛이었을거라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밀가루 냄새가 나고 면발이 딱딱했습니다. 게다가 얼음 위였지요. 면은 먹으면 먹을 수록 더욱 딱딱해집니다. 얼음이 없었던 G도 그랬습니다. 면이 딱딱하다고요. 비슷하게 나왔으니 같이 준비하고 삶았을테고 면발 삶은 정도가 같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설명이 길지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면이 조금 덜 삶아졌군요. 바쁘지도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ㅅ-

맛있는 우동을 먹으러 왔는데, 평도 좋아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러면 아니됩니다. 기대한 만큼 절망도 깊고 그런 고로 다음에 올 생각은 그다지 없는 가게가 되었군요. 슬픕니다. 맛집은 환상으로만 두는 것이 좋았을까요.




하기야 애초 생각했던 분당 야마다야에 가서 먹었다면 먼 곳까지 일부러 갔는데 더 실망했다는 상황도 가능하니 뭐, 이정도로 끝나서 다행일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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