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정문 근처에 직접 콩을 볶는* 카페가 있다는 정보를 펠로우님 이글루에서 보고는 벼르고 있다가 지난번에 다녀왔습니다.



퍼플레코드 지하 1층이라고 말로만 들어서 거기가 어딘가 했더니 제가 자주 가는 지역이었습니다. 퍼플레코드라고 했을 때 맨 처음 떠올랐던 곳은 삼거리 포차 근처의 레코드 가게였거든요. 퍼플레코드는 거기가 아니라 홍대정문 길 건너편 쪽입니다. 지도에서는 옛날 버전으로 나와 커피빈이 있지만 지금은 네스카페고, 그 옆의 연녹색 자리는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지요. 스타벅스를 지나 산울림 소극장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됩니다. 거기 지하 1층에 루트가 있습니다. 어렴풋한 기억에는 하늘색 간판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쁘게 들어갔다 나오느라 간판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카페는 상당히 넓습니다. 지하층 전체를 다 쓰는 것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넓더군요. 게다가 손님은 저 한 명. 음.. 아직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손님이 없나봅니다. 분위기 자체는 괜찮았거든요. 넓은 테이블도 많고 게다가 재미있는 것들도 몇 보였습니다.

핸드 드립 커피와 바리에이션 커피가 둘다 있었는데 살짝 실망했습니다. 생각보다 핸드드립 가능한 커피 종류가 많지 않았고 제가 마시고 싶었던 인도네시아 만델린이 없었습니다. 고민하다가 많이 볶은** 커피가 뭐가 있냐고 물었더니 탄자니아와 다른 한 종을 추천해주십니다. 다시 고민하다가 탄자니아로 시켜보았지요.



제가 앉았던 테이블에는 이런 것이 놓여 있습니다. 크래프트지로 된 작은 메모장, 그리고 유리컵에는 연필이 꽂혀 있습니다. 왼쪽은 색연필, 오른쪽은 그냥 연필입니다. 게다가 스태들러. 오오오~. 유리컵 뒤쪽으로 모나리자로 추정되는 그림이 붙은 캔에는 샤프가 꽂혀 있습니다. 그 오른쪽에는 작은 연필깎이가 있고요. 메모지도 있으니 재미있게 혼자 놀 수 있습니다. 스케치북을 들고 갔더라면 더 놀았을텐데 말입니다. 나무 테이블에 의자도 괜찮아서 지하만 아니라면 자주 갔을텐데 싶더군요. 하지만 지하라 아늑한 감도 있습니다.



(위의 구도에서 화이트밸런스만 조정해 다시 찍은 모습)



잠시 뒤 커피가 나왔습니다. 설탕이랑 작은 간식도 함께 나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앞에 보이는 테이블에 몇 가지 과자가 보이길래 그런 것도 파나 했더니 곁들이는 간식을 서비스로 주시는군요.



정체를 알 수 없는 과자인데 한 입 베어물었더니 예상대로 달걀 맛이 강하게 납니다. 비린내가 난다는 것이 아니라 옛날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달걀빵과 비슷한 맛입니다. 약간 쫄깃하면서 속에 다른 부재료가 들어간 것이 씹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옛 기억을 떠올리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쿠키보다 입안이 깔끔하니 더 좋더라고요.



(역시 윗 사진의 화이트 밸런스 조정 사진)


커피맛은 그냥 저냥. 탄자니아는 가격이 조금 높아서 한 잔에 7천원이었지만 대신 아메리카노로 리필이 가능하답니다. 다른 커피도 마찬가지로 아메리카노 리필이 가능하다 되어 있더군요. 그렇다면 직접 커피 원두를 볶아서 커피를 내려주는 값을 생각하면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분위기도 괜찮고요. 사실 테이블 큰 것이 여러 개 있고 아직까지는 손님이 없는 분위기라 생협 번개를 여기서 해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ㅂ-



* 이글루스에서 모 글을 보고 감동을 받아 로스팅이나 배전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볶는다라는 말을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 실제 물었을 때는 강배전 커피라고 물었지요.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순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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