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침,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라고 해서 맛있는 커피를 바로 만들어 마실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입니다. 대개의 경우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준비작업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동기가 생기면 머리를 움직여서 거기에 따른 비용 계산과 기타 동선을 계산하고 동선에 따라 준비를 한 다음에 커피를 마시게 되는겁니다.

특히 집에 커피가 단 한 톨도 없는 경우엔 마시고 싶다와 마신다 사이의 시간 간격은 엄청납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상황이지요.

1. 커피가 마시고 싶다.
2. 어떤 커피를 마실 것인지 결정한다.(드립 커피? 카페라떼? 아이스 커피?)
3. 어떻게 마실 것인지 결정한다.(카페에 간다, 집에서 만들어 마신다)
4-1. 카페에 가는 경우엔 새로운 카페에 도전할 것인지 기존 카페로 갈 것인지 결정한다.
4-2. 집에서 만들어 마실 경우엔 재료를 확인한다.(커피콩, 혹은 우유)
5-1. 카페에 간다.(그러나 엉덩이가 무거운 경우엔 마음먹고 가기까지 한 달이상 걸릴 수도 있다.)
5-2. 집에서 만든다.(재료가 없는 경우엔 재료 수급까지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다.)
6. 마신다.(맛없는 경우엔 4번으로 되돌아간다)

써놓고 보니 꽤 길군요. 위의 사진은 5-2입니다. 이 때는 1에서 재료 수급까지 대략 2주일 가량 걸렸습니다. 아이스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데 집에는 커피가 단 한 톨도 없고 커피를 사러가야하며 기왕이면 카페 라떼도 해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소 배전으로 사오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격대 성능비가 꽤 괜찮았던 빈스 서울에서 커피콩을 사오기로 해놓고는 움직인 것은 그 한참 뒤였지요.

보통 카페에서 부르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탄 것입니다. 드립 커피를 하지 않는 곳에서 나오는 아메리카노는 아이스건 아니건 에스프레소가 기본입니다. 예전에 내렸던 것은 서버에 얼음을 담고 그 위에 드립을 한 것이고 이쪽은 에스프레소를 얼음에 부어 잘 섞어 준겁니다. 농도(진하기) 조절은 에스프레소를 쓰는 쪽이 편합니다. 대신 맛은 드립 커피 쪽이 좋지요.

정말 진한 아이스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는 에스프레소를 쓰지만 저도 이렇게 마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이스 커피는 거의 마시지 않는데다가 모카포트는 아주 오랜만에 꺼내봤거든요. (모카포트 사진은 패스~)

비알레띠 투명창 브리카 4인용을 써서 카페 라떼 한 컵을 만들고 나머지는 전부 아이스 커피로 만들었습니다. 분량도 내 마음, 농도도 내 마음.

만들기는 번거롭지만 그래도 좋아요~♡


덧붙임. 모카포트를 잘 쓰지 않는 것은 커피가 엄청나게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지금 남은 커피 콩으로는 얼마나 더 해 마실 수 있으려나요. 빨리 소비하기는 해야할텐데 날마다 만들어 마실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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