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흔히 말하는 날라리 불교신자입니다. 초파일에도 절에 안가니 날라리라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종교란에는 항상 불교라고 적습니다. 그래서 이번 명동성당 관련 글을 이글루스에서 훑어 보았다곤 하지만 카톨릭 신자의 입장을 100% 이해할 순 없습니다. 뭐, 본 글도 대강 훑어 보고 해당 기사도 읽지 않았으니 더 날림이긴 하지만....-ㅂ-;

- 쓰레기 장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성당 모습을 보면 당연히 분개할 것이고,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못하는 것들에게 왜 장소를 내주어야 하냐는 말도 당연히 나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고요. 업무상 다른 부서와 협력해서 일을 하고 행사장을 빌려준 뒤 뒷정리 등을 하는 일을 자주 맡기 때문에 그걸 보고 더 속이 터졌습니다. 그 사람들은 장소를 빌려 쓸뿐입니다. 빌렸다면 원래 모습대로 가능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서로간의 암묵적인 약속 아닙니까. 그래서 분노했고, 그래서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 하지만 자그니님의 글을 보고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명동성당의 대처가 카톨릭의 기본 이론이랄까, 원리랄까, 하여간 그런 자세에서 벗어난다는 내용이었지요. 처음에는 반감을 가지고 읽다가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카톨릭의 기본 정신이란 건 어떤 것일까요? 교황을 비롯한 그런 관료체제를 다 던져 내고 소설, 혹은 여러 전설 등에 등장하는 카톨릭 성인들과 신부님들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성경 구절. 뺨을 맞으면 다른 쪽도 내밀라는 성경 구절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떠오른 장면은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장발장과 신부님의 이야기입니다. 여러 해 동안 복역하고 나온 장발장은 신부님께 잠시 몸을 의탁합니다. 환대와 함께 따뜻한 음식을 대접받은 장발장은 신부님의 마음을 배신하고 은그릇을 훔쳐 달아납니다. 하지만 신부님은 그런 그를 용서합니다. 레미제라블말고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왜 이것도 더 가져가지 않냐고 도둑에게 다른 물건을 더 챙겨주는 신부님도 있었지요.
위의 이야기에 비춰본다면 명동성당의 처사는 카톨릭의 정신에 바르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이 그런 정신일테니까요.


...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안 치워놓고 간 놈들은 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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