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에서 작년말부터 본격적으로 커피 공략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미국에서의 맥도날드 커피 점유율은 상당히 높아져서 스타벅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정도라고 하는군요. 안그래도 건너 들은 이야기로는 미국 맥도날드의 커피 맛은 꽤 괜찮다고 합니다.

다만...
저는 맥도날드에서 새로 잡은 커피 광고 문구가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별도 콩도 잊어라'라는 것은 별다방과 콩다방의 이용객을 맥도날드로 이끌겠다는 이야기일겁니다. 즉, 새로운 맥도날드 커피의 이용자 층을 별다방, 콩다방과 같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별다방과 콩다방을 이용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지만 제가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 따뜻 혹은 시원하고 상대적으로 조용한 환경
- 오래 앉아 있어도 종업원의 눈치를 받을 일 없이 좌석을 점유할 수 있음
- 편안한 좌석
- 발견하기 쉬움, 마음의 준비는 필요 없음(아무래도 카페에 들어갈 때는 마음의 준비가 조금 필요하니..)
- 그럼에도 저렴한 가격. 카드와 컵 할인을 이용하면 중간컵의 아메리카노는 2500원, 카페라떼는 3000원이면 마실 수 있음

만약 맥도날드가 이런 조건에서 스타벅스보다 앞선다면 당연히 거기에 커피를 마시러 갈겁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맥도날드의 TV 광고는 이런 것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TV 광고는 맥도날드 커피도 별다방이나 콩다방 못지 않게 맛있는 커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천원, 4천원 커피를 가져다 놓고 맛 감별을 하는 것은 '당신들이 별다방, 콩다방 커피가 맛있다고 하는 것은 단지 가격이 비싸서 그런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거 상당히 기분 나쁘지요. 당신이 마시고 있는 것은 가격과 브랜드지 맛이 아니다라고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진단 말입니다? 차라리 위의 저 조건들에 대해 강조한다면 모를까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는 광고를 내보낸 것은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끌어 오려는 이용자들을 잡아 놓고는 그 사람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삽질하는 격이지요.

일단 CF 이야기는 여기까지이고...


엊그제 대학로에서 맥카페 커피 무료 시음 행사가 있길래 한 잔 받아 보았습니다. 그 날 혜화역 출구 쪽에서 커피 머신을 가져다 놓고 즉석에서 뽑아 주더군요. 날도 무지 추웠는데 아르바이트 학생이 참 안되어 보였습니다.'ㅂ'; 평소라면 줄 서는 것도 번거로우니 그냥 지나쳤겠지만 커피 향이 굉장히 좋아서 절로 유혹당했습니다. CF 때문에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한 번 도전해보았습니다. 
시음용으로 따라준 커피의 양은 저 컵의 40% 정도였습니다. 컵 뚜껑을 닫아주었지만 궁금해서 컵을 열어보았는데 생각 외로 크레마가 꽤 두껍게 깔려 있습니다.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한 모금 마셨는데 우왓! 맛있습니다! 기대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커피 향이 좋아서 은근히 어떤 맛이 나올지 궁금했거든요. 약간의 신맛도 돌면서 진한 것이 이런 커피면 스타벅스보다 훨씬 낫습니다. 오오~.

그러나 그 다음엔 회의가 듭니다. 절대 매장에서 이런 커피가 나올리 없다는 것을요. 같은 머신을 쓰긴 하겠지만 커피 역시 동일할까요? 신선한 커피를 즉시 갈아 내야 이런 맛이 나올텐데 그 바쁜 매장에서도 그렇게 할까 걱정이 됩니다. 마침 시음 커피를 받을 때 맥 카페 쿠폰도 한 장 받았으니 직접 맥도날드에 가서 마셔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방문한 매장은 대학로가 아니라 종로에 있는 매장입니다. 유동인구도 많고 꽤 큰 곳이지요. 거기서는 아직 시음 행사를 하지 않았는지 쿠폰을 내밀었을 때 당황하더니만 매니저가 바로 처리해줍니다. 기왕이면 아이스크림도 같이 가져다 놓고 아포가토 식으로 만들어 먹자 싶어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같이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받아온 커피가 왠지 맛 없어 보입니다. 향도 나질 않고, 시음 행사 때 보았던 것처럼 크레마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드립커피를 따라온 것 같은 느낌인데요. 겁부터 집어먹고 조심조심 한 모금 마셔보았습니다.


........


던킨에서는 1월 31일까지 5년전 가격인 1900원으로 커피를 제공하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그 커피를 마시겠습니다. 맛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그 던킨커피가 맛있게 느껴질 정도로 무미의 커피였습니다. 이걸 커피라고 부르기는 참 미안하고 그냥 커피콩 달인 물이라 부르는 것이 낫겠습니다. 커피 맛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향도 나지 않는 커피.
제가 일하는 동안에는 베트남 핀으로 커피를 내려마시는데, 커피를 진하게 내려서 아메리카노처럼 물을 타서 조금 연하게 마십니다. 1차로 물을 탈 때까지는 그럭저럭 아메리카노 맛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향도 거의 안나고 커피물이라고 불러야할 정도로 맛도 향도 거의 없습니다. 그냥 물 대신 마시는 음료지요. 제가 이날 마신 맥도날드 커피에서는 그런 맛이 났습니다.


저런 이유로 앞 부분에 장황하게 커피 CF가 잘못되었다고 한거지요. 시끄럽고, 춥고, 자리도 편하지 않고, 오래 앉아 있으면 종종 종업원들의 눈총을 받는 패스트푸드 점에 왜 가겠습니까. 500원 더 주고 별다방에 가거나, 아니면 돈 더주고 맛있는 커피 마시러 카페 가렵니다.


한 줄 요약: 어느 매장에서건 맛있는 커피를 제공해준다 한들 갈까 말까인데 커피도 맛없으면서 저런 CF를 하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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