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벌써 9번째 도쿄여행인가요. 일본 다른 곳은 안가고 줄기차게 도쿄만 가고 있으니 쓰는 저도 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번 갈 때마다 다음엔 꼭 다른 곳도 가보겠다 하지만 시간과 자금의 문제 때문에 도쿄만 찍고 휙 돌아오는 일정으로 잡게 됩니다.

제 여행은 뒷 이야기보다 앞 이야기가 많습니다. 준비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일거예요. 제가 블로그에 올렸던 사진 중 종종 보였던 손바닥 보다 작은 크기의 작은 수첩-다이어리와 같은 천으로 만든-은 여행 준비를 위한 끄적임 수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수첩을 만들었을 당시에 세웠던 계획과 실제 여행을 보면 한숨이 나올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여행 계획은 아마 2년쯤 전에 세웠을 겁니다. 2년 동안 돈을 열심히 모아서 한 달 동안 장기로 일본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나의 도쿄놀이가 나오기 전부터 세운 계획이었습니다. 그 때의 참고도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였으니까요. 유럽쪽은 언어 문제로 어려우니까 그냥 도쿄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장기 체류자로 있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금이 허락하면 교토를 잠시 다녀온다거나 하는 일도 해보고 싶었고요. 블로그 여기저기를 뒤져보면 그럴 생각으로 검색해둔 여러 일본의 장기체류용 숙소가 있습니다. 숙박 예산은 20만엔 전후로 잡고 있었고 생활 예산과 항공권 합해 대략 300만원 정도 잡고 있었습니다. 물론 환율은 8-9배가량입니다. 지금 환율이 아니죠.

그랬던 것이 자금을 모으는 것이 어려워지고 한 달간의 휴가를 내는 것이 절대 무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다음에 열흘 정도의 장기 체류로 바꿨습니다. 뭔가 아쉬워지니 이번엔 G를 끌어들였지요. 일본에 놀러가자고 꼬셨는데, G가 참여하게 되자 체류기간이 확 줄었습니다. G가 쓸 수 있는 휴가기간이 저보다 훨씬 적었으니까요. 투덜대면서 G의 요청대로 후쿠부쿠로(복주머니: 일본의 정초에 발매하는 무작위 상품꾸러미)를 구할 수 있는 연말 연초로 여행계획을 잡았습니다. 연말 연초에 가면 G가 딱 하루(1월 2일)만 휴가를 내면 갈 수 있으니까요. 저는 31일에 조금 일찍 출발하고, G는 조금 늦게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름에, 리만브라더스의 환상적인 말 실수 연속 콤보로 인해 엔화 환율 크리티컬을 맞고는 계획을 올빼미 여행으로 바꿨다가 끝내는 날렸습니다. G와의 계획은 5월쯤에 잡았고 환율은 여름부터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지요. 정말 눈물이 나더이다....;

그러다가 11월에, 올빼미 상품이 없어질 것 같다는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다시 G를 꼬셨습니다. 원래는 혼자갈 계획이었지만 진짜 올빼미 상품이 없어지면 G가 일본 쉽게 갈 일도 없겠다 싶어 꼬신겁니다. '숙박비와 식비는 내가 낼 게'라고 살랑살랑 꼬시니까 홀랑홀랑 넘어오는군요. 그리하여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ㅂ'

지금까지 다녔던 여행 중에서 이렇게 일정이 없었던 여행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원래 목표로 했던 것을 아주 훌륭하게 달성했기 때문에 미련은 남지 않습니다. 그 목표는 다음주에 사진 찍어서 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을 안 찍었다는 걸 어제야 깨달았지만 지금 공방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찍을 틈이 안나는군요.


자아. 이제 조금씩 여행 기록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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