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의 일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지나가는 골목에는 작은 미용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 많이 다니는 길의 뒷골목쯤 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일단은 상가가 딸린 주상복합이라 보도블럭도 깔려 있고 화단 보호석도 꽤 넓은 편이라 의자 대용으로도 종종 쓰이더군요.(다시 말해 약간은 음습한 데이트 코스-_-인겁니다)

미용실이 중요한 건 다름이 아니라, 3년 전쯤엔 여기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암컷이었지요. 코숏 태비였는데 제가 막 이사왔을 무렵에는 새끼고양이 네 마리도 있었습니다.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은 미용실에 거주하고 있는 고양이는 없습니다. 고양이 넷이 다 자라서 주변 영역을 점유하게 되어서 그런건지 어미도 가출아닌 가출을 했습니다. 지금은 간간이 미용실 앞의 화단에서 얼굴을 볼 따름입니다. 미용실에서 앞의 화단에 항상 물과 사료를 갖다 놓기 때문에 거의 날마다 오긴 하는 모양인데-아침이 되면 비어있는 통을 볼 수 있습니다-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고양이들의 활동시간과 제 활동시간이 맞지 않아서 한달에 한 번도 보기 어렵다는거죠.
가끔 얼굴을 볼 때면 그 어미가 아니라 아기 고양이들이 자라서 새끼를 친 것인지 다른 색-노란태비나 젖소 등-고양이도 눈에 띕니다. 그러던 어제, 정말로 절호)의 순간을 만났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다가 미용실 앞 화단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미용실 주인 아주머니가 초록 손가락을 가지셔서 이런 저런 화분을 많이 갖다 놓고 화초와 채소를 기르시거든요. 별 생각없이 시선을 주었는데 정면으로, 새끼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것도 아주머니의 화분에 대롱대롱 올라가려는 그 나이스 셔터 찬스(....)에 말입니다. 턱시도에 하얀 양말을 신은 녀석이었는데 제가 허둥지둥 디카를 꺼내려는 사이에 휙 도망쳐서 화단 사이에 숨어 제 눈치를 보더군요.
검은 녀석인데다 아침이라 햇살이 좋지 않아-어제는 안개도 있었으니 어두웠지요-눈물을 머금고 디카를 도로 집어 넣어야 했습니다. 꼭 찍었어야 했는데, 1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절호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다음에 볼 때는 두 달짜리 새끼냥이가 아니라 청소년 고양이가 되어 있겠지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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