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다니는 동호회 게시판에서 싸움이 났습니다.
어느 분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하나에 굉장히 격한 덧글을 달면서 촉발된 이번 싸움을 보다가 위가 망가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홍차를 입에 달고 살다가 화요일엔 무려 3포트를 마시는 기염을 토하고 위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어제 그 싸움 보다가 위 상태가 조금 악화되었습니다. 망가진 수준까지는 아니고 삐끗하면 털썩할 정도는 됩니다.(...)

그러니까 위가 아팠던 것은 그거죠. 처음에 글을 쓴 A가 저도 몇 달 째 계속 걸리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싸움이 크게 번진 이유는 뾰루지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게사판에서 자주 활동하던, 혹은 게시판 글을 자주 읽던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B라고 해두지요. B는 꽤 오래 게시판을 읽어왔고 그 분위기를 좋아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A라는 사람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여러 글에다가 분위기에 안 맞는 덧글을 달거나, 몇몇 주제에 관해서는 앞뒤 꽉 막힌 반응을 보이거나, 이런 건 게시판에 올리지 않았으면 하는데라는 글을 올리거나 합니다. 이미 마음에 안 드는 덧글이 하나 생기게 되면 그건 게시판에서의 뾰루지로 느껴집니다. 한번 뾰루지로 인식되면 그 다음에는 A가 올리는 글 하나하나에 신경이 가고 뾰루지는 점점 더 커집니다.
실제 얼굴에 무언가 났을 때 그렇지 않습니까? 한 번 신경쓰면 점점 거슬리고 만지다 보면 더 커지는 것 같고, 불편하고요. 그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뾰루지를 뾰루지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말 싸움이 커진 것은 뾰루지가 아니라 애교점이라 생각한 사람과 뾰루지라 생각하고 과격하게 반응한 사람사이에 의견차가 생기고 덧글싸움이 시작되면서 그것을 뾰루지로 생각한 사람과 문제 없다 생각한 사람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생겨서 그런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도 뾰루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시판 활동을 여러 달 해왔으면서도 분위기 파악이 안되는 것인지 가끔 뜨악한 글을 올리곤 하거든요.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을 두고서는 자기가 소수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비난 받는 것이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소수자 맞습니다. 그렇다면 다수의 의견을 보고 그에 대해 어느 정도 따라주는 것도 소수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수가 불편할 것이라는 것을 눈에 보듯 뻔히 알면서도 올려놓고는 그에 대해 의견 개진 하는 것을 소수에 대한 탄압이자 억압이라고 말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허허.

이번에 사건이 촉발된 글은 어찌 보면 문제가 없고 어찌 보면 문제가 많습니다. 저는 기묘하게 걸린다라고 생각했지만 이전까지 저것이 뾰루지고 꼭 짜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졌던 분께는 도화선이 될 여지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것을 두고 왜 이런 아무렇지도 않은 글에 반응을 하느냐고 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건 뾰루지에 대한 반응의 개인차라니까요.



이번에 뾰루지를 꽉 짜내려 했던 분들 중 거슬려서 못참고 나가신 분도 있습니다. 아쉽습니다. 하지만 동호회도 점점 분위기가 변해가고 있으니 이것도 하나의 도화선이 되었을 수 있겠군요. 제가 예전에 동인쪽-801쪽 활동을 완전히 접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사실 몇 작가의 책은 꾸준히 사고 있습니다. 게시판 활동과 기타 다른 소설에는 손을 대지 않을 뿐이지요)
그렇게 나가시는 분을 보고 저도 생각했습니다. 이제 곧 나도........라고 말입니다.


이렇게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제 속이 곪을 것 같았다니까요.-_-;;
어쨌거나 저도 저런 뾰루지는 되지 말아야지요. 부지런히 정신수양과 글 수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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