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수집부터.

1. 필립 블룸, <수집 - 기묘하고 아름다운 강박의 세계>, 동녘, 2006
나온지 얼마 안된 책입니다. 수집광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읽었는데 어떻게 보면 수집광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단 박물관의 역사이기도 하군요.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던 수집들이 귀족, 왕족을 거쳐 전문 관리인에게 넘어가고, 국가에서 이들 수집물을 전문 관리인을 통해 관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박물관이 나타나게 되었다...는게 주요 내용인가봅니다.
........
읽다가 지루해서 뒷부분 40% 정도는 건너 뛰었습니다. 하하하.;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의 설립 배경 같은 건 꽤 괜찮더군요.

2. 구로야나기 체츠코, <이상한 나라의 토토>, 랜덤하우스중앙, 2005
2005년 발행되었지만 수집과는 한 달 차이밖에 안납니다. 비교적 신간인 셈이지요.
읽으면서 묘한 감정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토토짱. 왜 사진마다 분장한 것 같은 얼굴입니까. 다 흑백사진이지만 얼굴은 하얗게 분칠하고 입술은 뻘겋게 칠한 것 같아요. 사진이 뜹니다.ㅠ_ㅠ

- 후반부에 등장하는 방송국 관련 이야기는 분위기가 동 떨어져 있습니다. 신변 잡기적 이야기랄까요. 하기야 테츠코씨도 본문에서 자주 "샛길로 빠지는게 내 특기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으니 이것도 샛길 이야기의 하나라고 보렵니다.

- 읽다가 문득 토토짱이 한비야씨와 김혜자씨의 대선배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 활동한 것도 오래되었고 구호활동도 그만큼 길었고 이런 류의 책을 쓴 것도 토토짱이 먼저니까요. 그래도 세 사람의 책들은 나름의 특징이 있고 글맛이 다 다릅니다.
아, 그러고 보니 토토짱은 유니세프, 한비야씨는 월드비전, 김혜자씨는 한국선명회로군요. 이것도 차이점.
(제가 후원하는 쪽은 유니세프입니다)

- 중간에 보면 토토짱이 내전으로 피폐해진 여러 아프리카 나라들을 다니면서 자신도 그런 전쟁상황을 겪었다고 강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굉장히 속이 불편합니다. 지나친 피해의식일 수도 있지만 반딧불의 묘에서처럼 "우리도 피해자다"라고 외치는 일본인의 속내를 보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하기야 태평양 전쟁중에 어린이들에게는 전쟁에 대해 반대할 권리도, 전쟁하지 않는 세계를 선택할 수도 없었겠지만 말입니다.

- 불편했던 곳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시에라리온, 소말리아의 내전 상황을 이야기 하면서(이것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죽음을 목도하고 그 살해자들에게 강간 당하며 위안부로 살아야 한 소녀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는건가요, 아니면 모르는 건가요? 정신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돈 많이 준다는 말에 자원해서 끌려가 위안부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바로 옆나라에 있고, 그렇게 한 것이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체 하는 겁니까? 이미 옛날 일이니 난 모른다라는 겁니까?
(음; 조금 흥분했군요)

- 일본 갈 때마다 자주 들리는 지유가오카. 그게 토토짱이 다녔던 학교에서 유래한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학원 기념비도 있다고 하니 다음엔 꼭 찾아가서 사진을 찍어오겠습니다. 어쩐지 지명치고는 독특하다고 생각은 했지요.(지유가오카=自由が丘 : 자유의 언덕)

- 김혜자씨 책이나 한비야씨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혹은 NHK의 방송역사에 대해 간략히 알고 싶다는 분들이 있다면 뒷부분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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