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사가 있습니다.
지금 심정으로 말할 것 같으면, 몸살감기에 걸려서 일주일간 고생해도 좋으니 제사에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할 정도로 제사 때문에 큰집 가는 것이 내키지 않습니다.
집이 큰 집이어서 일 년에 몇차례 제사 준비에 시달리는 분들이 들으면 화내실지도 모르지만 제사에 참석해야하는 작은집 딸래미는 정말로 제사가 싫습니다. 준비하는 것도 거의 없고, 최근에는 느지막히 가서 얼굴만 비추고 오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제사가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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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사가 싫은 것인지 친척들 얼굴 보기가 싫은 것인지는 저도 확신을 못하겠습니다. 둘다 복합작용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군요.
추석이나 설처럼 크게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간단하게 준비한다고는 하지만 제가 갈 때쯤이면 일들은 다 끝나서 나중에 뒷정리하는 것만 도와드리면 됩니다. 거기에 제사지내는 방이 좁아서 큰아버지 외 남자 어른들과 큰집 오빠들 외 사촌 오빠들이 들어가면 여자들은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어렸을 때는 들어갔지만 다들 나이먹고 덩치가 커진 뒤에는 남자들만 들어가고 여자들은 방 밖에서 제사 끝나기 만을 기다립니다. 그래야 뒷정리 하고 식사하고 설거지할 수 있으니까요.
원래는 12시에 지내야 하지만 출퇴근 문제로 8시에서 9시 사이에 제사를 지냅니다. 그래도 저녁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10시가 넘어가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집에 들어오면 11시, 들어와서 씻고 잠자리에 드는 것은 12시가 다 되어서입니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때, 12시에 제사 지낼 때는 정말 새벽에 들어와 씻지도 못하고 잔 기억이 있습니다.
제사가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지낸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흔히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제사를 지내는 수고로움은 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보답 역시 제사를 지내는 자신에게 돌아돈다는 것을요. 그래도 지금 심정은 복 안 받아도 좋으니 집에서 푹 쉴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습니다.ㅠ_ㅠ;;
(게다가 제사 가면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얼굴도 보게 될건데 그건 더 싫어요!)
일단 부모님께는 땡땡이를 선언한 상태이지만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지요. 혹시 아버지가 집에 오셔서 절 끌고 큰집에 가실지도 모르니 말입니다.=_=;;
제사
2006. 6. 11.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