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가미 나오코, <카모메 식당>, 2007

2007년도 출시된 DVD입니다. DVD의 경우 맨 뒤의 연도는 상영년도가 아닌 출시년도를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언제나 처음이라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그리고 G의 경우에 이 DVD는 처음이기에 아주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카모메(갈매기) 식당은 G가 구입한 첫 DVD이며, 그렇기 때문에 DVD 구입은 하지 않았던 G의 테이프를 끊어 주었습니다. 테이프를 끊었으니 이제는 계속 구입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다음 DVD가 무엇이 될지 모르겠지만 제 솔직한 심정은 마구 증식하는 DVD를 보게 될까 두렵습니다.

지난 주에 갑자기 G가 제게 말했습니다. 카모메 식당을 구입해달라고요. 영화건 애니건 지금까지 DVD는 손을 대지 않았던 이 녀석이 왠일인가 싶었지만 지르라면 질러드려야죠. 게다가 식당입니다. 먹는 장면을 무척 좋아하니 저도 귀가 솔깃했지요. 도착한 것은 지난 주중이었고 본 것은 주말입니다. 주말에 거실 컴퓨터를 차지하고 앉아서 중간에 한 번도 안 끊어 먹고 죽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보고 났더니 마스터님이 관련 포스팅을 했던 기억이 나서 조금 뒤져보았습니다. 카모메 식당의 2부-마스터님의 설명으로 정정. 2부가 아니라 같은 감독의 다음 영화랍니다-에 해당하는 영화가 한 편 더 있었군요. 아직 DVD는 발매되지 않았지만 작년 여름에 상영한 모양입니다. 보지 못해서 조금 아쉽지만 DVD가 나오면 G 옆구리를 슬며시 찌를 것이니 괜찮습니다.

식사 후에 보시는 것이 좋지만, 토요일 오후, 점심도 건너 뛰고 만사 귀찮아서 늘어 있을 때 본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아니면 평일 저녁에 다이어트로 식사를 건너 뛰고 보신다면 환상적으로 몰두할 수 있습니다. 식당이 처음에는 손님 하나 없이 조용하지만 커피부터 시작해 난데 없이 등장한 시나몬롤-시판하는 시나몬롤은 이런 모양이 아니라 거의 달팽이 껍질을 그냥 놓은 것 같은 모양입니다. 중간을 누른 모양은 본 기억이 없습니다-부터 시작해 연어 정식, 고기 정식, 오니기리까지 사람을 홀리는 음식들이 차근차근 나옵니다. 단 번에 맛있는 음식으로 한 방 날리는 것이 아니라 소소하게 작은 것부터 보여줘서 어느 새 영화에 몰두해 군침만 흘리고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겁니다. 감독님이 정말 멋진 수를 쓰십니다.

그릇이나 인테리어나 2006-7년도 사이에 일본에서 불었던 북구풍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경이 그렇기도 하거니와 취향도 딱 그렇습니다. 지난번에 Passion 5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컵을 보았지만 원색의 대비가 화려한 줄무늬 그릇도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넓은 접시도 냄비나 프라이팬, 식당의 열려있는 주방과 그 인테리어, 원목의 식탁과 의자까지 그대로 잡지 화보에서 떼어온 듯하지만 살아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갈매기 식당이 제 취향에 100% 맞는 것은 아닙니다. 북구풍 인테리어는 삭막하다고 해야하나, 너무 깔끔해서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커다란 원목 테이블이 좋긴 하지만 그 곳의 나무들은 너무 하얗습니다. 소나무를 살짝 그을려서 갈색을 내는 정도가 취향이지요. 하지만 주방 기구들은 정말 부러웠습니다. 연어를 구워내는 장면에서는 모니터에 손을 집어 넣어 꺼내고 싶은 생각도...;


총 상영시간이 102분입니다. 슬렁슬렁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 새 식당 이야기에 푹 빠져 있게 됩니다. 그리고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요. 아우. 점심 시간을 앞두고 이런 글을 쓰고 있자니 힘듭니다.
다들 밥 맛있게 드세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