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뎅보다는 어묵이란 단어가 좋습니다. 어묵이라하면 오뎅과는 조금 다른 음식을 가리키는 것 같지만 그냥 상관없이 쓰렵니다. 오뎅이라 하면 흰살생선 반죽에 기타 재료를 잘게 썰어 넣고 기름에 튀긴 것을, 어묵이라하면 반죽을 찜통에 넣어 찐 것을 말하는 것 같거든요. 사전 찾아보지 않고 제 이미지만으로 적어보는 것이니 그냥, 제게는 그런 식의 분류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기회에 찾아보니 어묵은 일본어로는 가마보코. 하지만 어묵의 정의로 그냥 나무판에 올려 익힌 음식이라 되어 있으니 오뎅이건 가마보코건 한국어로는 어묵이라 뭉뚱그려 불러도 좋지 않을까요. 국어사전에서는 오뎅에 대해 꼬치나 꼬치 안주로 순화하라 나와 있습니다.)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어묵전골이 먹고 싶어집니다. 그러면 그 다음 단계는 G를 꼬시는 겁니다.

"먹을래?"
"오, 좋다. 만들어 먹자."

만들어 먹을 즈음 길거리 오뎅의 간장에 문제가 많다는 방송이 꽤 나오고 있었지요. 떡볶이라면 아주 가끔 사먹지만 오뎅은 그 보다 더 빈도가 낮으니 간만의 음식인데다 어묵전골이든 어묵탕이든 어묵국이든 만들어 먹은 것은 고등학교 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 손으로 만들어 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대강 어떻게 국물을 내면 되는지는 알고 있으니 문제는 안됩니다.

집에서는 국물낼 때는 한 가지 재료를 씁니다. 모 CF에서 만들어 쓰기 귀찮다, 시간이 없다라고 말이 많은 그 천연조미료 말입니다. 다시마와 말린새우와 멸치를 손질해서는 햇빛에 잘 말리고 블렌더에 갈아서 1:1:1의 비율로 섞습니다. 이걸 콜라 페트병에 담아 냉장 보관하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씁니다. 2리터 가량에 조미료 한 큰술에서 두 큰술 정도를 넣고 보글보글 끓이면 국물만들기는 끝납니다. 떡국을 끓일 때는 여기에 양파와 달걀을 추가하고, 된장 끓일 때는 된장과 다른 부재료가 들어갑니다. 어묵 국물을 낼 테니 이번엔 여기에 다시마와 양파, 무를 추가합니다. 다시마는 갈려서 들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또 넣습니다. 찬물에 조미료를 넣고 다시마와 양파 하나, 바람들었다는 무 하나를 넣고는 바글바글 끓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를 빼고 양파와 무는 그대로 놔둡니다. 그리고 물이 좀 줄었다 싶으면 간장으로 간을 하고 불을 끕니다.
(실은 이 과정에서 간하는 것을 까맣게 잊었다가 어묵국 다 만든 시점에서 간을 봤답니다. 덕분에 무는 심심했습니다.)

하루 저녁 방치한 다음, 만약 깨끗한 국물을 쓰고 싶으면 체에 한 번 걸러주고, 상관없다 싶으면 이대로 씁니다. 사온 어묵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국물에 넣고 보글보글 끓입니다. 저나 G나 쫄깃한 것보다는 불어 있는 쪽을 선호하니 오래 끓입니다. 훗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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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 있었기에 다른 세팅은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연겨자. 개인 접시에 조금씩 덜어서 취향대로 섞어 먹습니다. 저는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매운 쪽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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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를 걸러내지 않아서 냄비 주변에 찌꺼기가 붙어 지저분해 보이지만, 자작하게 끓인 국물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제 손으로 이런 맛을 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더군요.(..) 거기에 G가 좋아한다며 집어 넣은 팽이버섯도, 저 아래 깔려 있는 무도 어묵탕의 별미였습니다. 다음에는 무를 더 많이 넣고 해볼까란 생각도 들더군요. 양파는 흐물흐물했지만 국물맛이 좋으니 흐물거려도 문제 없습니다.


다음에는 펜로를 해먹고 싶은데 그러기엔 조금 시간이 지났군요.(겨울 배추가 들어가는 냄비요리라..) 게다가 B말마따나 인덕션 렌지가 있어야 가능할듯합니다.'ㅂ' 내년 겨울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제대로 만들어 먹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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