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침이라는 단어가 부적당하다고, 지나치게 전투적이지 않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이런 연유에서 격침이란 단어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간식이 너무도 땡기는 어느 날, 미소년 대화를 하다 말고 지갑을 챙겨 들고 P5에 달려갔습니다. 직선 거리상으로는 굉장히 가깝지만 지하철을 타고 가려면 두 번은 갈아타야 하는 곳이 P5입니다. 한 번 갈아타고 가면 너무 돌아서 가니까요.
지하철 노선 검색을 하니 5-6호선을 갈아타고 가는 것이 제일이라 하던데 그 방법으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으니 이번에 도전하자는 생각에 지하철을 탔습니다. 하지만 점심시간 되기 조금 전인데, 무리를 했나보군요. 한강진역에 도착했을 때는 긴 환승거리와 지하철 탑승 대기 시간으로 인해 지쳐 있었습니다. 게다가 생각보다 사람이 많군요. 사람은 많지만 응대하는 직원 수는 적습니다. 좀 어리버리한 직원이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고 물건 포장을 합니다. 제가 주문한 것은 초콜릿 푸딩과 크렘 브륄레. 이 두 가지를 시켜서 받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기다리자면 못 기다릴 것도 없지만, 직원이 움직이는 것이 동선의 효율성과는 한참 멀었기에 더 답답했습니다. 제 물건 포장하다 말고 다시 다른 사람 주문 받고 하다보니 시간이 걸릴 수 밖에요. 막상 물건을 받아 놓고 보니 시간이 걸릴만 합니다.(그것은 잠시 뒤에)

하여간 돌아왔을 때는 탈진 직전이라, 오는 와중에도 P5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기 싫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번에 일간지 기사로도 떴으니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게다가 12월에 갔을 때보다는 재료도 조금 하향조정된 듯하니...

까지 속으로 생각하고 일단 세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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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은 파리바게트의 모카빵. (겉의 쿠키부분에 설탕이 많이 들어가 바삭바삭하고 달달합니다.-_-)
아래쪽은 파리바게트의 치즈고구마브레드. (호오.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제가 고구마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리고 맨 오른쪽의 박스가 크렘 브륄레가 들어 있는 박스입니다. 저 상자를 꺼내서 리본까지 묶었을테니 시간이 오래걸리긴 했겠지요. 초콜릿 푸딩은 G 몫으로 냉장고에 들어간 뒤입니다.

크렘 브륄레를 본 것은 지난 12월, 첫 번째 방문 때였습니다. 푸딩을 사는데 저 편에서 크렘 브륄레의 윗부분을 토치로 가열하는게 보이더군요. 다음에는 꼭 먹겠다고 결심했는데 계속 미루고 있다가 이제야 먹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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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었더니 포장은 이렇습니다. 어머나...; 이러니 시간이 꽤 걸리지요. 저 종이 팩은 크기를 조절해서 벨트처럼 끼우는 방식입니다. 케이크 보호용이겠지요. 달랑 하나만 사들고 온게 미안하기도 합니다. 아래 보이는 검은 것은 냉각팩입니다. 이번의 냉각팩에는 Passion 5의 문양이 박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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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는 루피시아의 닐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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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숟가락을 잡고 한번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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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떠 먹고는 정신을 못차리고 만세를 외칩니다. 그리고 좀더 떠먹다가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숟가락을 들어 포즈를 잡습니다.
흑흑..
설탕이 캐러멜이 되었어요! 단단한 캐러멜, 그리고 부들부들한 아래의 크림층..... 입에 넣으면 지나치게 달지 않은 크림과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캬라멜이 환상적으로 어울립니다. 아우! 거기에 캐러멜은 단단하니까 오독오독 씹히기도 하고요. 하.하.하.하.하. 반쯤 넋이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 크림까지 손가락으로 싹 긁어먹었습니다. 역시 여기서도 빠지지 않고 보이는 바닐라 씨들. 다음 일본여행 때는 필히 바닐라빈을 구해봐야겠습니다. 지난번에 홍콩여행에서 본 것은 너무 비쌌어요!

먹고 나서 결심했습니다.
제 손으로 이 수준의 크렘 브륄레와 푸딩을 만들어 내기 전까지는 P5는 절대 못 끊습니다. 그러니 사람이 없는 시간을 골라 가더라도 절대, 절대, 또 갈겁니다!




그리하여 크렘 브륄레에 격침당해 P5에 백기를 들었다는 이야기. 그대가 이 맛을 유지하는 동안 저도 그대를 따르겠사와요~.



덧붙임: 12월 첫 주 일요일에 갔을 때보다 가격이 살포시 올랐습니다. 언제 올랐는지는 모르지만, 예전에는 푸딩 값이 분명 2500원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2700원. 그래도 이정도 가격이면 만족합니다.-ㅠ-
참, 크렘 브륄레는 4500원. 그릇값이 상당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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