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팬케이크를 만들 때는 반드시 통밀가루를 씁니다. 작년에 방산시장에서 구해다 놓은 독일산 유기농 통밀가루입니다. 물론 이게 진짜 유기농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그저 유기농이라니 그런가 싶은 것이지요. 좀 믿고 쓰려면 한살림을 가야겠지만 저 밀가루를 살 때는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습니다. 1.6kg인가, 1.8kg인가 하여간 꽤 양이 많았기 때문에 자주 해먹었는데도 아직 30% 가량은 남아 있습니다.
통밀가루로 팬케이크를 만들면 질감이 좀 퍽퍽합니다. 보들보들하지는 않습니다. 집안 식구들이 제가 만드는 팬케이크와 비스코티를 먹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설탕을 팍팍 줄인데다 통밀이 들어가 식감도 그리 좋지 않고. 어머니는 이 팬케이크를 두고 보리개떡맛이라 하십니다.(...)

최근 팬케이크는 catail님의 레시피를 이용해 만들고 있습니다. 만들다보니 레시피가 조금씩 변형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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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가 듣고 기겁했던 그 미색 달걀물. 실온에 둔 달걀을 계속해서 거품내면 병아리 털색처럼 뽀얀 노랑이 됩니다. 웬만큼 쳐서는 안되고, 허벅지에 올려놓고 살짝 데워(?)가며 치는 쪽이 거품이 더 잘 납니다. 팔이 아프건 말건 이글루스 밸리 눈팅을 하며 휘젓다 보면 금방입니다. 팔은 좀 아프지만 이렇게 거품을 잔뜩 내면 식감이 훨씬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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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거품낸 달걀에 메이플 시럽을 휙 뿌리고 통밀가루 1컵 안되게, 거기에 무가당 코코아가루를 적당히 넣고 거품이 꺼지지 않게 살살 섞습니다. 이 때쯤에는 프라이팬 예열에 들어갑니다. 반죽이 된 편이니 두께는 두껍게 나올 수 밖에 없고, 그러니 불은 가장 약하게 조절해둡니다. 한 동안 방치했다가 돌아와서 기포가 두 세 개 올라오면 뒤집고, 다시 방치합니다. 태우지만 않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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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색이 태운 것처럼 진하게 났군요.
팬케이크를 굽는 동안 옆에서는 코코아 농도의 핫초콜릿을 만듭니다. 우유를 끓기 직전까지 데우고 뜨거운 물을 부어 컵을 살짝 데운 다음, 컵의 물기를 제거하고 거기에 초콜릿을 넣습니다. 우유를 조금씩 넣어가면서 분리되지 않게 열심히 휘저으면 핫 초콜릿 완성. 들어간 초콜릿이 85%짜리라 단 맛이 강하지 않습니다. 쌉쌀하지요.
메이플 시럽을 뿌린게 아니라 반죽에 부었기 때문에 팬케이크를 잘라 입에 넣으면 입 안에 메이플시럽향이 확 퍼집니다. 한 큰술 넘게 부었는데도 생각만큼 달지 않아요. 그럼 시판 팬케이크는 설탕이 얼마나 들어간거야!
제과제빵할 때마다 좌절하는 것이 이런 부분입니다. 허허.


지난번에 만들었을 때는 녹차가루를 퍼 부었는데도 통밀가루 색에 밀려 녹색이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맛도 뭔가 부족했지요. 다음에 만들 때는 한 큰술 듬뿍 넣어볼까봅니다. 아니면 아깝지만 말차가루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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