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아직 퇴근 전, 어머니는 쇼핑 나가셔서 아직 안 들어오시고, 동생은 친구 만나러 잠깐 나간 사이인 토요일 오후. 약간의 삽질을 곁들인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삽질 1. 더운날 처음으로 스콘 만들기
처음 만드는 스콘을 가지고 티타임을 가진다는 것은 어찌보면 무모하지요. 재료 계량하는 것도 번거로운 작업이었지만 그 더운 날에 버터가 녹지 않게 하면서 재빨리 밀가루랑 비벼주다가 하마터면 부엌 전체를 밀가루 투성이로 만들뻔 했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고 입고 있던 반팔 티셔츠 앞부분에 살짝 밀가루가 날렸습니다. 버터가 녹아서 인지 반죽도 진 편이었는데 냉동실에 잠시 보관했더니 괜찮더군요.

삽질 2. 레시피 변경
레시피는 정확하나 만드는 것은 정확하지 못한 인간이라, 대강대강 계량하고 대강대강 만들고 대강대강 굽다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플레인 스콘의 레시피에서 밀가루를 빼고 가루 설록차를 들이 부은데다 호두도 넣었던 것이 문제지요. 그래도 먹을 만한 것이 나왔습니다.
(50% 이상은 제가 먹었습니다.)

삽질 3. 스콘 굽기와 홍차 우리기의 동시 진행
따끈한 스콘에 뜨거운 홍차!라고 부르짖으면서 스콘 굽기와 홍차 우리기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포트를 데우고, 차를 넣고 3분 20초 가량의 시간 제한을 지키며 갓 구워낸 스콘을 그릇에 세팅해 전체 티 세트를 완성하기까지. 으음. 지금 생각해봐도 무모한 도전입니다. 거기에 성격 상 설거지 거리가 쌓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서 만드는 도중에 계속 설거지를 했습니다. 덕분에 스콘 반죽을 다 구워냈을 때는 실리콘 매트와 홍차 포트 쪽을 제외한 나머지의 설거지가 모두 끝나 있었습니다.


그래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 네 번째 삽질도 있군요.
티타임 준비과정을 후다닥 사진으로 남겨야 했으니 말입니다.
사진은 매트와 티코지, 홍차 우리는 포트와 홍차 담는 포트, 홍차 병(코지 옆에 숨어 있지요) 홍차를 티메이저로 계량할 때 쓸 작은 그릇, 찻잔입니다.

홍차도 우려내고 스콘도 구워서 세팅한 모습. 소금이 조금 많았는지 짭짤하더군요. 잼을 바를까 하다가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고 생각해 여기서 멈췄습니다. 냉장고에서 포도잼을 꺼내 작은 그릇에 잼을 덜고 잼스푼까지 가져다 놓는 건 무리였다고요.;

위의 사진을 찍는 동안 스트레이너와 티 메이저와 홍차와 포트와 티코지는 위에서 얌전히 사진 촬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홍차는 위타드 기문. 맛은 그럭저럭이지만 향이 안나서 이번에도 맛있게 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내일 코코아 스콘을 구우면서는 고디바 오렌지 블로섬이나 해로즈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써야겠네요. 그건 제대로 우릴 수 있기를...T-T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