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더빙판 CSI부터 시작해, 라스베가스를 거쳐 마이애미의 호반장님께 홀딱 반하고, 뉴욕까지 챙겨보다가 이젠 특수수사대 쪽까지 영역을 넓혀가다보니, 묘한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퇴마록 때도 그랬지만 CSI의 경우도 "무감각"의 세계가 열리더군요.

중학교 때까지는 무서운 것도 못보고, 피 튀기는 것은 질색하곤 했는데 퇴마록부터 시작해 그 뒤 다른 일본 만화들-특히 X;-를 보다 보니 어느 정도는 넘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리 되는데는 몇 년이란 긴 기간이 필요했지만 CSI는 그보다는 조금 짧았나요.
피라는 것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가끔 헌혈과 관련해서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요. 뭐, 사람의 피를 헌혈팩이외엔 대량으로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영화도 무서운 쪽은 질색을 하고 보지 않으니까요.


왜 아침부터 CSI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출근길에 피를 봤습니다.
은유적, 비유적 의미의 피를 보다가 아니라 직설적으로, 피를 봤습니다.
출근이 빠른편이라 서둘러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에 어젯밤에서 새벽 사이에 일어난 듯한 유혈사태의 흔적을 봤습니다. 그것도 코피가 난 정도의 흔적이 아니더군요. 상처를 누르고 있었던 듯한 피묻은 하얀 천과 그 주변에 흩뿌려진 피. 거기에 역쪽으로 가는 약 20미터 가량의 길에는 여기저기 핏방울이 남아 있습니다. 직경 2-3cm 정도 되는 자국도 보였으니 작은 사고는 아니었던 듯합니다. 게다가 뿌려진 자국이 다섯 군데도 넘었고요. 상당한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밤에 일어났다기보다는 새벽쪽이 맞겠네요. 갈색과 붉은색의 중간 정도......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문득, 너무 분석적이 되어 있지 않았나 자책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피구나, 어제 큰 사고가 있었나보네. 상처가 컸을 것 같은데 죽진 않았으려나"정도로 멈췄을 것인데 핏자국의 크기와 피의 양까지 생각하면서 보고 있으니 사건에서 사람은 배제하고 현장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ㅠ_ㅠ
(어떻게 보면 피에 대한 자기 방어체제가동-AT필드?-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문득, 피투성이가 된 함장님을 놔둔 채 뒷처리를 해야했던 라시드 부함장이 생각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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