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 전만해도 가리라 생각못했던 홍콩을 가게 된 것은 어머니와 아버지 덕분입니다.

① 작년 추석 때 큰집 큰오빠(장손)가, 아들래미의 아토피 문제로 온천여행을 갔습니다. 원래는 추석 다음날 올라온다 했지만 마음에 걸려서였는지 추석 전날 올라왔습니다. 사촌오빠의 가족여행을 본 아버지가 이야기 하십니다. "우리도 다음 구정 때 가족여행갈까?" 역마살이 있다고 어머니께 종종 구박받으시는 아버지, 이 때도 바람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셨습니다. 기왕이면 따뜻한 곳이 좋다고 추석 연휴 기간 합의를 본 곳은 호주였습니다.

② 그러나 호주는 가격을 알아보면 알아볼 수록 가격이 비쌉니다. 4인 가족이 간다면 800은 있어야할 듯합니다. 경제권을 쥐고 계신 어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리십니다. "호주 말고 싼 곳은 없나?" 그러나 여기에도 복잡 다단한 전제가 붙습니다. 저나 G는 당근 일본을 선호했지만 어머니는 단호하게 거부하십니다. "가족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여행지로 가자." 이렇게 되면 여행지 선택의 폭은 굉장히 줄어듭니다. 가족들 중 누구 하나도 가 본 적이 없는 지역, 가격이 싼 곳. 그렇게 되면 선택지는 홍콩과 싱가포르 밖에 남지 않았으며, 양쪽 모두 가본 분의 충고에 따라 홍콩을 먼저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되니 구정에 갈 필요가 없이 그냥 G가 이틀 휴가를 내서 주말 껴서 가면 되겠다고 하였고 일정이 확 당겨져 1월 초로 잡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예약시점이 상당히 촉박합니다.
(이리되면 차라리 앙코르 와트를 가는 쪽이 쌌지만 어머니는 이미 가보셨다고 딱 잘라 목록에서 뺐습니다. 앙코르 와트를 가본 것은 저와 어머니뿐이고 G와 아버지는 아직입니다.)

③ 패키지를 주장하시는 어머니와 달리, 가격상의 이점으로 저는 항공과 호텔의 별도 예약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예약을 들어간 시점이 12월 초라, 1월 초의 호텔들은 상당수 만실입니다. 순위에 올려두었던 호텔들이 이미 다 마감되고 결국 들어간 곳은 Empire Kowloon입니다. 부모님은 꽤 좋다 하셨지만 속 사정-좀더 싸거나 비슷한 가격에 좋은 위치, 좋은 시설의 호텔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저나 G는 굉장히 불만이 많았습니다.

④ 예약 완료되고 한시름 놓았는데, 출발하기 열흘 전에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하*투어에서 나온 홍콩여행상품 중에 한 명 가면 동행 1인은 공짜로 보내주는게 있네. 예약한 것 취소하고 이걸로 해라." ... 항공권은 4인 이상 예약가능한 대한항공 것으로, 취소 불가입니다. 이미 발권까지 다 마친 상태. 취소가 안된다고 말씀 드리니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취소하라 하십니다. 이모저모-G가 쓸 수 있는 휴가일정이 맞지 않아-문제가 발생해 일단 납득했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불만 많으십니다.

⑤ 호텔과 항공권은 부모님이 부담하시는 걸로 했지만 공짜로 따라가기가 찔려서 체류 비용은 저와 G가 공동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말이 공동부담이지 저와 G가 3:1로 나눠 부담했습니다. 그나마 G는 홍콩여행 동안 자기 몫으로 산 물건이 없다는 이유로 남은 경비를 모두 모아 가졌습니다. 그것이 약 1800 홍콩 달러. 환전하면 20만원을 챙긴겁니다. 본인이 낸 돈보다 더 돌려받았습니다.
(그 상황을 인식한 G. "뭐 맛있는 것 먹고 싶어?"라고 묻습니다. 그냥 카드비용에 조금만 보태달라 했습니다.)

⑥ 출발하기 직전 감기 기운은 아니고 목이 뻑뻑하고 가래가 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기관지를 비롯한 호흡기 계통이 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기관지는 홍콩에 가서 엄청나게 혹사를 당합니다. 가이드북에서 슬쩍 읽고 지나간 홍콩의 공기오염문제는 제 기관지가 확실하게 체험했습니다. 지난 주말 동안의 홍콩 공기는 그래도 아주 심각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만-여름에는 숨도 못쉴 지경이라 들었습니다-한국, 서울 기준으로 따지면 3-4월의 황사정도는 됩니다. 최고 황사가 아니라 중간 정도의 황사일까요?

⑦ 가기 전에도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홍콩은 쇼핑에는 좋지만 무엇인가 구경하기에는 좋지 않습니다. 그나마 심포니 오브 라이츠(Symphony of Lights)와 빅토리아 피크에서의 구경 정도가 괜찮았습니다. 이것을 뺀다면 쇼핑몰 구경하는 것 밖에 할 일이 없으니, 나이 드신 분들이랑 갈 경우엔 명품을 사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영국 조차지(맞나요?)였기에 기대했던 홍차들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일본과 계속 비교가 되더군요. 같은 가격이라면 차라리 일본을 간다 싶었습니다. 전 (옷 등을 사기 위해 발품파는) 쇼핑이 싫어요!

⑧ 그런 이유로 출국전부터 귀국후 지금까지 이번 여행을 바라보는 제 시선은 한결같습니다.
"이번 홍콩여행이 처음이자 마지막 홍콩여행이 될것입니다."
물론 타의로 가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끌려가겠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혹은 누군가 공짜로 보내준다고 해도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여행은 4일을 통째로 날려버린 고행길이었습니다.



자아. 불평 불만은 이정도로. 오늘 중으로 리뷰 다 올리겠습니다~.
(이거 다 하고 상냥용 읽으러 갈거예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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