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금단증상에 시달리며-요 이틀간 카페인 때문에 밤잠을 설친 것을 생각하면 카페인 금지는 타당함-커피 견문록이라는 책을 봤습니다. 책 사이즈도 마음에 들고 종이도 가벼워서 마음에 들지만 내용은 전혀 마음에 안듭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배낭여행객이 커피와 관련된 문화를 찾아서 전세계를 떠돈다라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제 취향과는 백만광년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지역과 밀착된 여행을 해야 지역 고유의 커피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 이런 여행은 싫어요.OTL

그에 반해 어제 읽은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는 여러모로 커피 견문록의 반대에 서 있군요. 일단 책이 무겁습니다. 올 컬러의 아트지라 책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괜히 아트지로 만든 책도 아닌게, 책의 절반 가까이가 중세 예술장정책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고풍스런 필기체에 장식글자들과 채색 삽화들. 베리 공의 성무시도서보다도 더 아름다운 책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샤를마뉴(라고 쓰고 찰스 아저씨라 부르지만;)의 문예부흥즈음부터 시작된 예술장정책들은 여러 왕실들과 수도원들의 관심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 그 누군가의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 중 하나가 되었지요.
슬픈 것은 이 책들을 구하려면 제 10년치 월급을 쏟아 부어도 소용이 없다라는 것입니다. 하기야 16세기에 만들어진 한국의 목판인쇄본이나 활판인쇄본을 구하려 해도 웬만한 전세값 만큼은 나갈진대, 13세기에 만들어진 예술장정본을 구하려면 그 정도 돈으로는 어림없지요.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구텐베르크의 성서도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게다가 이쪽도 한정 생산. 첫 쇄가 100부를 넘지 않았다고 했던가요.)

윌리엄 모리스의 초서시리즈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가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집에 모셔왔다가 혹시라도 책에 누가 된다면 그게 더 안 좋을 것 같아 마음을 접었습니다. 보는 것만이라면 헤이리에 가면 될테니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렵니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는 구입 여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눈은 호강하지만 지갑은 빈곤해지는 것이 도서구입의 기본 원칙이니 좀더 머리를 쥐어 짜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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