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선물을 받았습니다라고 하기 보다는, 사실 그릇 선물을 친구들에게서 받아냈습니다가 옳은 표현일겁니다. 하하하;

친구들 사이에서의 생일 선물은, 당사자가 사고 싶은 것을 고르면 거기에 구입비용을 보태는 것으로 암묵적으로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제 올해 선물은 지난 주말에 인사동 갔다가 덜컥 구입한 이 그릇으로 결정되었습니다. 했다가 아니라 되었다고 수동태를 쓰는 것은 굉장히 갑작스럽게, 원래 구입할 생각은 있었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라 말이죠.

지지난호였나. 행복이가득한집을 보다가 칠기그릇에 홀랑 넋이 나갔습니다. 발우라든지, 밥그릇 용으로 나온 나무그릇들의 요염한 라인에 혼이 빠진 것이지요. 가격대라도 알아보자고 인사동 쌈지길의 그릇가게 두 군데를 들렀습니다. 하지만 한군데는 안쪽이 아주 화려한 색으로 코팅되어 음식을 담았을 때 그리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고 다른 한 곳은 무형문화재의 작품이라 다양한 형태가 나오지 않는데다 가격대도 비쌌습니다.
그렇게 일단 물러났다가 지난 토요일에 친구들과 함께 가본 것이지요. 가게를 지키고 계신 분은 좀 놀라십니다. 20대의 아가씨들이 칠기니 방짜유기니 갖고 싶다 쓰고 싶다 하고 있으니 말이죠. 그러다 3합발우세트 중 가장 작은 그릇을 덥석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제 올해 생일선물이 되었고요.

한참 시간을 걸려 아저씨가 포장해준 상자는 이렇습니다.

이렇게 둘둘 싸인 포장을 풀고 나면 드디어 그릇 등장입니다.

밥그릇같기도, 국그릇같기도 한 약간은 넓은 그릇입니다. 사발로도 쓰고 찻그릇, 차사발 등으로도 쓸 수 있겠지요.

안쪽이 좀 진한 편입니다. 겉은 이렇게 붉은기가 많이 돕니다. 옻칠을 여러 겹 할 수록 색은 점점 더 진해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래 쓰면 안쪽의 옻칠도 색이 좀 엷어진다 하시더군요.

크기비교를 위한 야호메이컵의 쇼.
대강 이정도입니다. 용량으로 따지면 아마, 300ml? 정확히 재보지를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밤이 듬뿍 들어간 단팥죽을 붓고 그 위에 집에서 만든 플레인요구르트를 뿌린다든지, 갓 만든 따끈따끈한 호박죽을 담아 먹는다든지 하면 잘 어울릴겁니다. 친구들을 그릇을 보면서, "이제 나무숟가락도 구해야하는 것 아냐?"라며 놀렸지만 티스푼이라면 집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큰 나무숟가락을 구할 때까지는 플라스틱 숟가락이 대신 해주겠지요.



잘 쓰겠습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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