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밀탑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첫 팥빙수이자 올해 첫 방문이로군요. 밀탑으로 첫 팥빙수의 테이프를 끊게 되다니 영광스럽습니다. 게다가 마침 주말이 하지였지요. 해가 가장 긴 날의 팥빙수라.


물론 농담입니다.


평소의 밀탑은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기다리는 줄도 엄청나게 길고 시끄러워서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먹어야하며 먹고 나서도 느긋하게 못 있고 바로 일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이날은 좀 다릅니다. 일요일 아침에, 원래는 11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어쩌다보니 백화점 개점과 동시에 들어갔습니다. 일찍 만났던 겁니다.'ㅂ' 지하 1층의 식품매장을 한 바퀴 휙 돌아주고 밀탑에 올라가니 11시가 조금 안됩니다. 들어와 있는 손님도 얼마 없고 해서 느긋하게 시키고 느긋하게 맛 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 이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비오는데 팥빙수 먹으면 춥겠다 했는데 날도 쨍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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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빙수와 팥빙수. 녹차빙수 위에는 팥을 올릴지 말지 선택할 수 있나봅니다. 주문할 때 팥을 올려드릴까요?라고 물어보더군요. 올라가지 않으면 작은 그릇에 따로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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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은 붉은 색에 민감합니다. 혹시 이것도 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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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페라는 메뉴가 있어(6천원) 홀랑 낚여 주문을 했는데 아이스크림 세 덩이와 휘핑크림(생크림이 아니라)이 함께 나옵니다. 팥빙수를 안 먹는 사람을 위한 메뉴로 일부러 시켜먹을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실수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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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 두 종이 먼저 나오고 파르페는 그 다음에 나왔습니다. 그런 고로 앞의 빙수는 벌써 파먹기 시작한 흔적이 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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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단팥죽입니다. 11시 넘어서 가능하다 했지만 주문한 시각은 10시 55분 경이었던가요? 그래서 이것만 조금 늦게 나왔습니다. 삼청동의 둘째집과는 달리, 통팥이 그대로 있습니다. 둘째집은 팥을 갈아서 걸쭉하게 만들어 내오지요.


일주일간의 조절 식단 후의 팥빙수. 굉장히, 매우, 아주 달았습니다. 팥죽보다 팥빙수의 팥이 더 달더군요. 아니면 온도 차 때문에 더 달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그 단맛에 혀가 오그라드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혀가 순화되었다고 말하기는 또 그런 게, 아이스크림은 달긴 했지만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그 전날인 토요일에는 배스킨라빈스 쿼터 아이스크림 반 통을 G와 함께 먹었습니다. 물론 이 때도 단 맛이 강하다고 속으로 투덜대고 있었긴 했지요.

하여간 간만에 먹은 밀탑 팥빙수는 무진장 달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집에서 팥빙수를 제 입맛에 맞춰 만들어 먹는 일만 남았군요. 다른 것보다 얼음제조가 문제입니다. 밀탑의 얼음은 우유와 물을 섞어 만든 것이니 집에서도 한 번 따라해봐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름다운 차 박물관의 빙수도 참 희한하군요. 거기는 우유 비율이 더 높은데도 잘 안 녹으니 말입니다.'ㅅ' 작년에는 아예 안갔고 올해도 갈 예정이 없으니, 올해는 그저 맛있는 팥빙수 자가 제조법 개발에 몰두하렵니다.
지난 토요일, 첫비행님과의 데이트 마지막 코스는 현대백화점의 밀탑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밀탑은 간다간다 하고는 몇 년 간 가지 못했던 지라 사주신다고 했을 때 굉장히 기뻤습니다.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분과 같이 먹는 것은 참 행복하지 않습니까.-///-

푸드코트에 올라갔더니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바로 밀탑이 있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가장 기본적인 맛인 우유빙수와 단팥죽을 시켰습니다. 비온 뒤라 날이 좀 쌀쌀했던 것도 있고 빙수만 먹으면 추울테니 같이 먹으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말입니다. 훗훗.

기본 세팅은 저렇습니다. 팥죽 하나, 우유빙수 하나, 거기에 우유빙수의 팥 리필.

얼음을 부드럽게 갈고 그 위에 우유를 뿌린 다음 달게 조린 팥과 떡을 얹은 우유빙수입니다. 6천원.
왜 밀탑의 빙수가 그리 맛있다는지 먹어보고는 바로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팥빙수라면 아름다운 차 박물관의 녹차빙수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단번에 갈렸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밀탑 빙수가 최고입니다.
말랑말랑 쫄깃쫄깃한 떡과, 달달하고 부드럽게 삶아진 팥. 팥의 농도도 딱입니다. 너무 알갱이가 살아있다던지 너무 뻑뻑하다든지 하지 않고 팥빙수에 섞어먹기 제격의 농도로 만들었더군요. 떡은 지금까지 제가 먹어봤던 팥빙수 떡 중에서 가장 맛있습니다. 굳지 않고 말랑말랑하면서도 쫀득한 씹는 맛이 빙수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단팥죽도 좋았습니다.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과 비슷하지만 이쪽은 팥 알갱이가 있더군요. 거기에 쫀득한 떡도 들어가 있고 말이죠. 한 술 두 술 뜨다보니 어느 새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빙수에 팥을 더 얹어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별도로 담긴 팥과 떡은 아예 처음부터 같이 넣어 먹었습니다.
아아, 지금 생각해도 정말 행복해요!




그리하여 올 여름의 목표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집에서 밀탑의 빙수를 재현해 보는 것. 집 어딘가에 아직 얼음이 살아 있나 모르지만, 안되면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도전해보겠습니다.+_+ 팥과 떡을 재현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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