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시땅 광고는 가끔 날아오지만 전단지에 보통 샘플 교환권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G의 이름으로 날아오는 광고지는 꼬박꼬박 확인하고 내키는 것이 있으면 교환하러 다녀오곤 합니다.


엊그제 올린 페라가모의 구두 장인 사진은 록시땅 샘플 교환하러 갔다가 찍은 것이었지요. 신세계에는 록시땅 매장이 없어서 쿠폰 교환은 롯데 본점에서 합니다. 오랜만에 갔더니 매장 위치가 바뀌어서 찾느라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흑역사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언젠가 장미향수를 찾으러 이런 저런 향수 매장을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제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장미향수는 록시땅이어서 사다 놓고 꽤 오래 썼는데, 록시땅은 향수 양이 많아서 정말 한참을 썼습니다. 다 쓰기 전에 향이 날아가더군요. 그 뒤에 모종의 사건이 있어 록시땅의 장미향수를 한 번 더 썼지만 다시 나온 장미향수는 제 취향이 아니라 그 뒤에는 더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나온 아이리스는 조금 궁금하더라고요.



오늘 아침에 써봤는데 첫 향은 상당히 취향에 맞았습니다. 은은한 꽃향기가 참 좋다 생각했는데 1시간도 채 지나기 전. 첫 향기-그러니까 탑 노트가 날아간 뒤 그 자리에 남은 향은 아주 파우더리한 향. 이런 걸 파우더리하다고 표현하는구나 싶은 정도의 '옛날옛적어머니화장품향'에 가까운 화장품 냄새더랍니다. 같은 파우더리라도 베이비파우더 같은 가벼운 파우더리가 아닙니다. 진짜 어머니 분냄새에 가까운 진한 향이 나더군요.

화장품향은 좋아하지 않는지라 이번에 사서 쓸까 싶었던 마음이 싹 가셨습니다.


그랬는데 또 그 향이 날아가고 나니 자리에 남은 향은 꽤 무난한 향입니다. 무슨 향인지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도로 꽃향에 가까운 향이 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중간 향이 취향이 아니라서 쓰진 않을 것 같네요.



이리하여 지름신은 또 한 번 오셨다가 가셨습니다. 하하하..

빙고님은 대강 들으셨겠지만... 그 뒤에, 어제 파란이 일었습니다. G에게 무진장 화냈거든요.-_-;

G가 어제, 갑자기, 선물이라면서 록시땅 장미 향수를 줬습니다. 저는 거기에 대해 버럭버럭 화를 냈고, 왜 화를 내는지 모르는 G도 맞받아친 덕에 오밤중에 소리가 커져서 어머니께 야단 맞았습니다.

화가 가라앉은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사려고 했던 생일선물 대신 가격도 더 비싼 다른 걸 선물이라며 의기양양하게 내놓는 남편에게 화내는 아내'의 포지션이더군요. 딱 제 심정이 저랬습니다. 차근차근 설명해보자면..


2004년인가 2005년쯤에 친구 A의 도움을 받아 장미향수를 구했습니다. 록시땅의 네롤리로즈였지요. 작년까지만 해도 괜찮더니 요즘 들어서 향이 확 날아가 알콜향만 남은 것 같더랍니다. 그래서 새로 향수를 살까 싶어 알아보려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 오시는 분들도 아시겠지만 전 화장품류에 대해서는 굉장히 게으릅니다.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 퇴근길에 잠시 록시땅에 들렀습니다. 향수쪽도 포장이고 뭐고 다 바꿔서 다시 나오는 통에 네롤리로즈는 없고, 다른 종류의 장미향수가 나와 있더군요. 향을 맡아보니 달달하고 상큼하지만 예쩐에 맡았던 것 같은 정진정명 장미향은 아니더랍니다. 망설이고 있으려니 점원이 작약도 있다면서 뿌려주더군요. 그쪽은 훨씬 상큼합니다. 여름용 향수 같던데요.
가격을 물어보니 작약은 40ml인가만 나와 있는데 72000원. 장미는 20ml에 35000원이랍니다. 대신 작약은 10ml인가를 담아 립글로즈 형태로 바르는 것이 있더군요. 이것도 34000원.(홈페이지 확인해보니 작약은 75ml에 65000원이네요) 가격을 보니 면세점에서 사면 훨씬 싸겠다 싶어 면세점 가격을 확인하고, 다른 브랜드에서 나오는 장미향수도 찾아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단계 1, 한줄 요약. 록시땅 장미향수를 시향하고, 면세점 가격을 알아본 뒤 다른 장미향수를 탐색하기로 결정함.



그런게 어제 낮이었습니다.-_-;
그러고는 저녁 때 빙고님이 마침 작약 향수를 가지고 계셔서 발라볼 수 있었지요. 제게는 좀 상큼하다 싶더랍니다.

단계 2. 한줄 요약. 록시땅 작약향수를 시향하였음.


그리고 그 저녁 때. G에게 전화가 걸려옵니다. 면세점인데 뭐 살 것 없냐는 전화였지요. 제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록시땅 향수들 가격을 알아보라고만 시키고 끊었습니다. 왜 면세점이냐면 제주출장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거든요. 게다가 6월 초에도 출장이 있다고 해서 그 때 다시 부탁해도 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단계 3. 록시땅의 면세점 가격을 알아보라고 시킴.


그랬는데 이 아해가 덥석, 그것도 75ml 병을 사온 겁니다. 2005년도에 산 향수는 반병도 못썼습니다. 75ml 사면 당연히 남습니다. 20ml 정도만 사도 충분합니다. 향에 약하기 때문에 향수는 진하게 뿌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주 뿌리지도 않고요. 면세점 가격이 아니라해도, 백화점에서 사도 20ml에 35000원이면 삽니다. 그런데 저 바보는 그보다 훨씬 비싸게 주고 사왔다니까요.-_-+ 오늘 아침에 정확한 가격을 들으니 4만 9천 얼마였답니다. 거의 5만원이지요. 그래도 G가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서 제 속을 뒤집어 놓았다는 것은 바뀌지 않습니다.

- 향수는 취향입니다. 록시땅 로즈를 바꿀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시점에 그걸 사옵니다.
- 가격도 그냥 구하는 것보다 훨씬 비쌉니다. 물론 면세점에는 작은 용량이 없었다지만, 그냥 구하는 것보다 더 비싸게 사왔다는 것은 변함없습니다.
- 저 녀석, 최근에 저보고 돈 없다고 우는 소리 했습니다. 돈 모아 놓은 것이 없어서 절약해야하는데 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했고요. 그래놓고는 5만원짜리 향수를 사왔습니다. 특히 제게는 다른 화장품보다 향수의 실용성이 낮습니다.


이상이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G랑 싸운 대략적 내용..-_-;;

적고보니 이거 애인과 싸운 내용을 적는 것 같은 썰렁한 생각도 들지만. 그러면 어때요. 훗.-_-+
빨리 결혼해서 분가하지 않을래? 그러면 좀 덜 싸울 것 같은데 말야.






덧붙임.
혹시 헷갈리실 분들을 위해. G는 친동생입니다.-ㅅ-
1. 대학로 미스도는 의외로 사람이 없군요. 이른 시간인 것 같긴한데, 12시쯤 갔을 때 손님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친절도는 지금까지 가보았던 미스도 중 가장 좋습니다.'ㅂ' 음료를 사면 도넛을 하나 무료로 주는 행사를 하고 있어서 아이스티 피치를 사고 폰데링을 하나 공짜로 받았습니다. 2500원에 음료와 도넛이라. 괜찮지요.

2. 모처에서 봐둔 옷을 G에게도 보여주기 위해 데려갔다가 함정에 빠졌습니다. 그 옷집이 G의 취향으로만 가득했던 겁니다. 게다가 이전까지 G가 샀던 옷들도 여기서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 가능하더군요. 물론 제 시선에서는 저 돈 주고 저런 옷을 사나 싶었지만 말입니다. 산술 계산으로 G가 찍어둔 옷을 다 구입한다 치면 한달 용돈의 반은 날아가겠던걸요. 허허허;

3. 대학로 4번 출구 앞에 있던 하겐다즈 카페가 없어졌습니다. 대학로에 하겐다즈 매장은 두 곳 있었으니 크게 상관은 없지만 장사가 안되었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 가게 자리도 꽤 자주 바뀝니다? 오래 버틴 가게가 없는 것 같군요.

4. 예전에 찰리님 블로그에서 보았던 록시땅의 향낭(?)은 더이상 들어오지 않는답니다. 무료교환 쿠폰 받은 김에 롯데 본점 록시땅에 다녀왔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교환 쿠폰으로 무슨 사은품을 주려나 싶었는데 받고 나서 오히려 빈정상해서 말이죠.'ㅂ' 록시땅이야 원래 잘 안가기도 했지만 뭐...;

5. x100의 실물을 오늘 보았습니다. 끄응. 진짜 작군요. 제 이미지 상에서는 작다보다는 얇다가 강조된 모습이었는데 실제 보니 작기도 꽤 작습니다. 이거야 말로 노트북이란 느낌? 그 때문에 자판도 작으니 남자들이 쓰기에는 불편하지 않을까 싶은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 얇은게 192만원이나 하나 싶으니 끄으으으으응....; 그래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가격만 조금 더 다운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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