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이런 지름이 그러하듯이 이번에도 정보는 트위터에서 얻었습니다. 누군가가 GS25에서 이 거위맥주를 아이스박스까지 하여 세트로 3만원에 판다더라는 트윗을 올렸고, 회사 근처에서는 구할 길이 없어 눈물만 삼키다가 본가 근처의 편의점에서 발견했습니다. 원래는 알라딘 택배를 찾으러 간 길이었는데, 이 아이스박스가 있는 걸 보고는 바로 집어 들어 단칼에 결제했습니다.

 

본가에는 아이스박스가 여럿 있지만, 제몫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도 한 몫했지요. 쓸 일이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하나쯤 있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도시락가방 하기에는 조금 많이 크고, 도시락가방용은 따로 다른 가방을 수배했으니 다음에 소개하지요.

 

문제는 구입했을 때, 제가 알콜금지를 당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지금은 약이 없어서 의도치 않게 끊었지만, 항히스타민제를 먹을 때는 알콜섭취금지입니다. 술 마시지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들었지요. 영양제 등이야 크게 관계 없지만 약을 먹을 때는 가능하면 안 먹는 쪽을 선택합니다. 그러니 맥주 사놓고도 맛은 못보고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대신 아버지에게 한 캔, G에게 한 캔 넘겼고요. 아버지는 한 모금 드시더니만 이런 맥주는 취향이 아니라며 물렸습니다. 앞서 구입했던 다른 맥주들도 취향 아니고, 코스트코에서 파는 독일쪽 밀맥주는 좋다 하시네요. 그거 이름이 뭐더라. 노란색과 파란색의 조합인데. 아. 산토리 프리미어 아닙니다. 독일제의 330ml 캔이라 기억하고요.

 

 

약을 안 먹으니 맥주는 괜찮다며 어제 드디어 한 캔 뜯었습니다. 의외로 색이 진하더군요. 노랑이 강렬하게 도는 맥주색인데, 맛도 조금 자극적입니다. 탄산이 강한 편이네요. 맛도 더 진한 편? 신맛이나 쓴맛은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신맛은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네요.

마시기 나쁘지 않지만, 마시고 난 오늘 아침에는 또 간지럼증이 도졌으니 자주는 아니고, 가끔, 일주일에 한 캔 정도만 마시렵니다. 9캔 남았으니 다 마시려면 한참 멀었네요.'ㅂ'

 

제목은 저렇게 써놓고 맥주 사진을 올립니다. 요즘에는 가려움증 때문에 알콜은 극도로 제한하고 있지만, 그럭저럭 버팁니다. 하기야 하루 걸러 500미리 한 캔을 비웠던 그 전달이 이상했지요. 평소라면 그정도로 안 마십니다. 여튼 간지럼증의 원인은 식생활보다는 그 외적인 문제가 아닐까 짐작중입니다. ... 제가 매우 청소를 게을리하여 먼지가 쌓인게 원인...(...) 청소는 매우 싫지만, 그렇다면 로봇청소기를 들여서라도 처리해야하지 않나 통장 잔고와 면담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잔고보다 건강이 소중합니다. 일찍 죽더라도 건강하게 죽는 것이 좋지, 건강이 무너지고 오래 살면 그게 무슨 고통이랍니까.

 

엊그제 매우 주사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끼친 사례를 듣고는 어이가 날아갔습니다.

 

그 원룸에는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이 많이 산답니다. 읍지역이고, 기피지역이라 연고 없는 사람들이 발령 많이 난다던가요. 그래서 그 지역은 새로 발령받은 공무원이 사는 원룸,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전출해 단독 부임한 공무원과 교사들이 사는 사택 등이 많답니다. 사택도 있지만 매번 부족하다보니 밀린 사람들은 원룸에 들어가는 거죠.

그래서 그 친구가 사는 원룸도 은근히 공무원이나 교사가 많은 듯합니다. 얼굴 알고 지내는 건 아니지만, 서울 사는 집주인 대신 관리하는 공인중개사가 그리 말하니 그런 줄 안답니다.

 

 

그날은 평소보다 커피를 늦게 마셔서 잠이 안와 뒤척이던 참이었습니다. 비온 뒤라 바깥바람이 그럭저럭 서늘하고, 밤 사이 비예보가 없어 창문을 열어 놓고 잠을 청하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근방에 술집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가끔 술취한 사람들이 고성을 지르며 지나는 일이 있어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지만 아니었습니다. 술에 취한 그 무리는 원룸 앞에 설치된 보안패널을 붙들고 씨름을 하더랍니다. 영어로 뭐라뭐라 대화하는 소리도 들리는 게 이상했지만 잠이 더 중요하니 계속 청하는데, 영어로 숫자를 부르며 하는 소리가 대략 '이 비밀번호 뭐야, ****? ***@? 이 원룸 비밀번호가 뭐야?'였다는군요. 반복적으로 이름으로 추정되는 누군가를 부르고 있고, 그 앞의 숫자 두 개는, 적어도 원룸 출입구 비밀번호가 맞았고요.

웬만하면 무시하고 자려 했는데, 그 소리 지르는 와중에 출입구 문을 발로 차는 소리가 들리니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답니다. 두터운 유리문이지만, 이 밤중에 유리문이 깨지면 더 소란이 커질테고, 그러면 잠은 더 못잘 것 같았다나요. .. 아니, 솔직히 그 친구가 이런 저런 사건에 고개 들이밀기를 좋아해서 그렇다는 쪽에 한 표 던집니다.-_-

 

 

대강 옷을 챙겨입고 내려갔더니 예상대로 술 취한 한 무리가 원룸 유리문 밖에서 실랑이 중이더랍니다. 남녀가 섞여 있었는데, 안쪽에서 나타난 그 친구를 보고 매우 반기며 이 문을 열어달라 손짓하더라는군요.

 

그리하여 파악한 대강의 내용이....

1.교사로 추정. 얼굴들이 다들 어림 = 신규이거나 1~2년차 교사.

2.그 중에 원어민교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한 명 있음. 원어민이랑 술 먹다가, 매우 취해서 집까지 바래다 주기 위해 왔는데, 너무 취해서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원룸에 들어오지 못하던 상황.

 

밖에 두는 것보다는 안으로 들이는 것이 낫겠다 싶어 문은 열어줬지만 그 다음에 또 문제가 발생했답니다. 이미 문 밖에서 실랑이 한게 20분. 넷 정도되는 인원이 원룸 건물로 진입한 뒤, '원룸 출입 번호가 몇 번이냐!'는 문제로 40분간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친구네 방 한 층 위에서 술 취한 사람들이 영어로 떠들고 난리나는데다, 그 층의 다른 세입자들까지 끼어 들어 한 바탕. 그 와중에 '원룸에 문제가 생겼다'고 관리 공인중개사에게 연락이 가서 다시 혼돈과 파괴의 엉망진창 사태가 이어졌......

 

결론적으로 그 친구는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잠들었고, 잠들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사이에도 난장판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난장판이 끝나고 조용해진 뒤에야 기절했다는군요. 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니까 그 술취한 원룸세입자 말고 일행들 역시 취해 있었으니 개념이 잠시 꺼져 있었고, 그 때문에 늦은 밤시간에 그 소란을 떨어대며 몰상식한 일을 벌였다는 결론이었져. 매우 분노한 친구는 주변에 수소문해서 저 원어민이랑 아마도 동료 교사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다니는 학교에 항의 전화를 넣을까 했지만, 일단 어디 소속이냐 밝히는 일도 또 쉽지 않아서 분노만 하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그러므로 술은 역시 혼술이 좋습니다. 다른 사람과 떠들며 먹다가는 저 술취한 일행들처럼 마스크도 안 쓰고 실내공간에 들어오는 짓을 하게 되고, 게다가 공무원이! 민폐를! 끼치면! 어쩌자는 거냐! 라는 민원을 받을 필요도 없으니까요. 허허허허.

 

 

엊그제 구입한 거위맥주는 사진 찍는 걸 잊어 못 올리고 있네요. 오늘은 잊지말고 친구의 저 에피소드를 안주 삼아 즐겁게 반주를 즐길까 합니다. ... 항히스타민제는 버티고 안 먹는 중이니 괘, 괜찮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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