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조리고 있을 때의 사진. 이보다 더 조렸지만 조리고 나서 보니 아예 갈색이 나도록 조렸어도 좋았겠다 싶습니다. 사과파이에 쓰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 글.(http://esendial.tistory.com/7473)




앞서 구입한 시나노 골드 한 상자입니다. 한 상자라고 해봐야 몇 개 안 되지만 혼자 먹기에는 차고도 남습니다. 특히 요즘 위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보니 사과 하나를 다 먹는게 부담되더군요. 그리고 신맛이 강하게 느껴지니 이걸 익히면 어떻게 될까라는게 지난 글의 결론이었는데.



그리고 첫 사진으로 돌아갑니다.

오늘 설탕을 들고 와서 드디어 조렸습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멍든 사과 포함해서 사과 세 개를 꺼내 껍질을 벗기고 잘게 썰었습니다. 그리고 설탕은 사과 세 개 분량에 대략 한 컵을 준비했지만 실제 사용한 건 약 2/3컵입니다. 먹어보니 그보다 더 줄여도 괜찮습니다.


사과를 잘게 썰어 담고 설탕을 뿌립니다. 그리고 잠시 사과에서 물이 빠져나오도록 방치. 냄비에 담았다가 나중에 코팅프라이팬으로 바꿨는데 그러길 잘했습니다. 하여간 사과에서 물이 상당히 많이 나오니 따로 물은 안 부어도 될겁니다. 저는 부었습니다만.;

사과가 익고 색이 변할 때까지 가끔 뒤적이면서 가열합니다. 냄새는 맛있지만 크게 기대는 안했고 그래서 별 생각 없이 한 조각 먹었는데! 오오오!


살짝 퍼석퍼석한 느낌이 있던 과육은 익은데다 수분도 빠져서 상대적으로 단단합니다. 게다가 단맛은 설탕 단맛에 가깝지만 과육 자체의 신맛이 두드러지네요. 그렇다보니 새콤달콤 맛있습니다. 맛보겠다며 계속 퍼먹다가 이러면 큰일나겠다 싶어 주걱을 내려놓고 그 뒤에는 졸이기에 열중.... 그리하여 300ml 정도의 사과조림을 얻었습니다. 도려낸 부분이 있으니 사과 세 개는 조금 안될 거고, 대략 사과 두 개 반에 설탕을 섞어 조리면 그정도 나오네요. 나머지 사과도 모두 잘라서 익히고 싶은 걸 참고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사과파이 만들어 보고 싶은데 파이지 만들 실력은 안되고. 아마 토스트에 올려먹는 걸로 끝나겠네요.-ㅠ-



사과의 이름을 제대로 알고 먹기 시직한 건 비교적 최근 일입니다. 그 전에는 사과 종은 알았지만 시판 과일들은 그냥 사과, 귤, 배 정도로만 나오다보니 제대로 알고 먹은 건 아오리와 부사 정도였습니다. 그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홍옥을 찾기 시작했고 그 뒤에는 홍옥 대신 즙 많고 아삭한 홍로의 이름도 알았지요. 홍로도 생산 시기가 비교적 짧지만 홍옥보다는 상대적으로 구하기 쉽습니다. 홍옥은 .. 정말 구하기 어렵죠. 신맛이 강하고 과육이 단단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래서 설탕 넣고 가열하면 맛있습니다. 쓰읍... 재배하기가 쉽지 않은 건지, 아니면 판로가 안 잡혀서 그런 건지 시장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먹는 사과는 거의 부사인게, 가장 보관이 용이해서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저장성이 좋으니 판매 기간도 길고, 사과 먹는다 그러면 다른 종류는 거의 찾아서 먹어야 하지만 부사는 있는 것 집어들면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거죠.


양광도 이번 도전이 처음이었습니다. 락식에서 판매하는 것을 보고 가격이 높아 한참 고민하다가, 끝물 사과 할인판매 하는 것을 보고 도전했습니다. 개당 2천원 가까이 되는 것이 할인된다 해도 그리 싼 것은 아니지만 도착한 사과를 보고 만족했습니다. 예쁩니다. 진짜로요. 그러니까 마트에서 봉지에 담아 파는 그런 사과가 아니라 어디 선물로 보낼 그런 사과가 한 상자 왔습니다. 오오오. 이런 사과는 제 손으로 처음 사봅니다! 거의 바구니나 봉지 사과였는데!



부모님은 맛이 그저 그랬다 하셨지만 약간의 실망감을 감추고 먹어봤습니다. 음. 아니, 맛있는데요. 물론 드라마틱하게, 번개 맞은 것 같은 그런 충격받을 만한 맛은 아니지만 맛있습니다. 물이 꽤 많고 시고 단맛의 균형이 좋습니다. 부사는 단맛이 강하지만 이건 신맛이 좀 돕니다. 아마 부모님 입맛에 덜 맞았던 것도 그 신맛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퍼석하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퍼석한게 아니라 물이 많아 살짝 그렇게 느껴지는 겁니다. 허벅거리는 그런 맛 없이, 준수한 사과입니다. 쓰읍.


덕분에 내년에는 양광 말고도 다른 사과도 도전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다른 용돈을 줄이고 아껴서 이런 데 쓰는 거죠 뭐. 지금 자취방 냉장고에 모셔둔 양광이 있으니 괜히 더 신납니다. 훗훗훗.




그래도 아직 시나노 골드를 구입할 정도의 담력은 못 키웠습니다. 그럴려면 저금통에 돈을 더 모아야...


언젠가, 코스트코의 사과파이는 부사(후지)가 아니라 홍옥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 S가 해준 이야기였을 겁니다. 그 때부터 한 번쯤 먹어보겠다며 벼르고 있었는데, 코스트코의 파이나 케이크는 보통 크기가 아닌지라 매번 놓쳤습니다. 사과파이도 항상 나오는 것은 아니라, 호박파이처럼 날이 서늘할 때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올해도 잊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뜬금없이 코스트코의 사과파이가 드시고 싶다 하셨습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던 걸까요.=ㅁ= 덕분에 어제 코스트코 다녀오면서 한판 사왔습니다. 가격은 기억 못합니다. 2만원 안쪽이었을 거라 짐작할 따름이지요. 코스트코의 원형 케이크 중에 2만원 넘는 것은 아마 없을 걸요?


냄새가 맛있었는지, 아버지는 결국 못참으시고 집에 오기 전에 파이 가장자리를 뜯어 드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에 와서 칼로 슥슥 썰었는데, 상당히 큽니다. 직경은 40cm? 하여간 커요.; 그런 파이다보니 자르는 건 둘째치고 꺼내는 것도 어렵습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숟가락을 써서 꺼냈습니다. 집에 케이크 서버는 없고, 서버를 쓴다 해도 속이 흘러 내릴 것 같더군요.

꺼내면서 캐러멜이 아니라 캐러멜 소스를 듬뿍 들이부은 것 같은 색을 보고는 달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달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상상한 것 같은 그런 단맛보다는 덜했다는 의미입니다. 달긴 단데, 집에서 조정해서 만든 사과파이 정도의 단맛. 그리고 사과가 설컹거리지 않고 아삭아삭합니다. 홍옥을 쓴건가 궁금해서 성분표 스티커를 보았는데, 미국산 사과를 썼다는 내용만 있네요. 일단 부사는 아닐 겁니다. 홍옥일 가능성이 높지만 홍옥일지, 아니면 비슷한 다른 사과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적당한 시나몬향, 아마도 레몬을 들이붓지 않았을까 싶은 새콤한 맛, 아삭한 사과조림, 그리고 캐러멜 소스의 조합이 상당히 좋습니다.

커피보다는 우유가 잘 어울릴 맛입니다. 우유에 저 사과파이 한 조각이면 하루치 식사가 끝나지 않을까 싶은 칼로리지만 .. .. .. 그래도 가끔은 시고 단 맛이 땡기니까요. 지금처럼 업무와 기타 등등이 폭발하는 상황이라면..(눈물) 다만 앞서 설명했듯이 예쁘게 잘라 담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솔직히 여럿이 모인 파티에서 저거 하나 사다놓고 조각조각 잘라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이 제일 편하게 먹는 방법이겠지요.=ㅠ=


스타벅스에서 보고서 쓰던 날의 모습입니다. 아이패드로 문서를 보면서 노트북으로는 영어 단어를 찾으며 보고서 작성을 하지요. 아이패드와 노트북이 동시에 필요한 건 그 때문입니다. 종이에 적었다가 나중에 옮기는 것도 몇 번 해봤는데, 종이에 적으면 옮겨 적으면서 다시 본문을 훑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더군요. 무겁더라도 노트북을 지고 다녀야 합니다. 노트북 배터리를 새로 구입하거나 리필하면 배터리만 들고 다녀도 될텐데, 리필하러 가는 걸 계속 미루고 있어 이모양입니다.-_-; 늦어도 10월 초까지는 리필 완료를 해야지요. 좀 비싸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달콤한 애플스트루들이 정식 이름입니다. 달콤함은 제가 붙인 수식어가 아닙니다.
애플 스트루델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데 영어식으로 읽었나봅니다. strudel은 오스트리아 과자지요. 아빠는 요리사에서도 가끔 나오지만 저렇게 삼각 페이스트리(pastry)가 아니라 길다란 빵 모양입니다. 얇게 펼친 반죽 위에 여러 고명과 소를 얹고 둘둘 말아 구운 뒤 잘라 먹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건 그냥 애플 파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문제는 속 내용물인데...;
달콤하다는 이름에 맞게 답니다. 그리고 시나몬이 들어 있습니다. 저, 시나몬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OTL 국물이 넉넉하게 있도록 조린 모양인데 달고 시나몬 향이 나지만 사과의 신맛은 상대적으로 부각이 안되니 미묘합니다. 게다가 빵부분이 너무 두껍고요. 가격이 3500원인지 3800원인지 그랬는데, 이 가격이면 차라리 사과 잼을 넣은 동네 제과점 애플 파이를 세 개 먹겠어요. 몇 입 먹고 나서 호기심은 고양이(지갑)을 죽인다는 옛 속담을 떠올렸습니다. 같이 나온 체리빵은 안 먹었지만 이걸 먹고 나니 기대감도 덜합니다.; 그래도 조만간 도전할 것 같군요.
바움쿠헨을 처음 안 것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제대로 인지한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1. 아빠는 요리사(쿠킹파파)
몇 편이었더라. 딸 하나만 둔 과장님이 크리스마스 때 딸이 만든 케이크를 같이 나눠 먹는 에피소드에서 등장했지요. 아키다 과장님이셨나.. 하여간 일미과장과도 꽤 친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때 집에서 만들었다는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바움쿠헨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전기 플레이트를 잘 안쓰는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하나씩 상비하나 보더군요. 그런 걸로 만들었나봅니다.
(어쩌면 제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혹시 집에서 그런 류의 전기 프라이팬 쓰시는분?;)

2. 프리티 보이(오마케노 고바야시군)
츠바메 선생님이 바움쿠헨을 좋아해서, 가정 방문 때 내내 바움쿠헨을 대접받는다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원조는 E가 붙은 앤의 이야기 같더군요. 시리즈 네 번째 권에서 호박 절임을 정말 좋아했는데 모든 집에서 호박 절임을 내놓는 바람에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하여간 치히로네 집에서는 직접 바움쿠헨을 만들어 주는데 그 크기가 상당했지요.-ㅁ-; 그러니까 제과점에서 본격적으로 만들 때 쓰는 것 같은 바움쿠헨을 만들더랍니다. 크기가 정말 P5에서 봉 하나를 떼어온 것 같은 정도..;




바움쿠헨의 이름은 독일어로 나이테라는데서 유래했다는데 단면 모양이 나이테 같아 그랬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건 모양이 좀 다릅니다. 일본 여행 선물로 유명한 바움쿠헨이라는데 말이죠...




동그랗습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신기하더군요. 뭐,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를 알고 있으니 대강 짐작은 합니다. 아마 결정(...) 중심체를 반죽에 퐁당 빠뜨렸다가 굽는 걸 반복하면 되지 않을지...(먼산)




저기 보이는 투명한 것이 결정 중심(...)입니다.
노랗고 투명한 저것. 바로 홍옥입니다.-ㅂ- 홍옥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 바움쿠헨이더라고요.




바움쿠헨 맛이야 핫케이크와 그리 다를바 없습니다. 폭신폭신하고 달달한 케이크인데 속에 사과가 들어가 있으니 아주 궁합이 좋습니다.-ㅠ- 새콤달콤한 홍옥에 케이크가 있으니,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사과와 폭신한 빵의 조화가 상당히 좋습니다. 커피보다는 홍차와 잘 어울리겠는데 받아서 홀라당 먹어버렸으니 차와 같이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다음 여행 때 시간이 되면 하나 사와서 가족들과 나눠 먹고 싶더군요.
맛있는 간식을 사다주신 듀시스님께 감사를!>ㅠ<
사과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먹지만 사과의 품종에 대해 생각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습니다. 평소 못 보았던 빨갛고 예쁜 사과가 홍로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조금씩 품종에 대해 관심을 가졌지요.

아오리는 다들 아실 맨 처음 나오는 푸른 사과. 신 맛이 강하며 씹을 때 약간 질긴 느낌이 있습니다. 사과 속살도 연두색입니다.

요즘 많이 먹는 것은 아오리 비슷하지만 약간 붉은 기가 도는, 광택은 아오리보다 약한 무광의 사과 쓰가루. 이쪽은 신맛도 돌지만 단맛도 괜찮으며 속살이 엷은 노랑에 가깝습니다. 이쪽도 씹는 느낌은 아오리와 닮아 있고요.
(이름상 아오모리 산(産)이 아닌가 합니다.)

홍옥과 비슷하지만 꽃자리 주변이 약간 노랗거나 녹색을 띄고 있는 홍로도 좋습니다. 무광택의 광택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지요. 새빨간 사과인데 백설공주에게 갖다주면 독이 있건 없건 앞 뒤 가리지 않고 덥석 물지 않을까 싶습니다.-ㅂ-; 식감도 아삭아삭하니 좋고 속살이 밝은 노랑입니다. 물이 많은 편이고 달콤합니다.

홍옥은 부사와 홍로 사이쯤에 나옵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사과파이 재료로 안성맞춤인 홍옥이 나옵니다. 이쪽은 홍로와 다르게 유광입니다. 왁스를 바른듯 반짝반짝 빛나는 붉은색입니다. 맛은 누구나 다 아는 신 맛. 속살은 엷은 노랑이지요. 홍로보다는 조금 덜 노랗지 않나 합니다.

그 다음에 아는 사과라고는 부사. 분명 부사와 홍로 사이에도 다른 사과가 더 있을텐데 아직 그쪽의 이름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직접 보지 않는 한은 구별이 잘 안되더군요. 부사는 가장 길게(긴 시간 동안) 먹는 사과인데 제게는 그리 맛있는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푸석푸석하고 퍼석퍼석하고 맹맹한 것도 많다는 이미지라서요. 그래도 초겨울에 부사가 없다면 사과는 못 먹습니다. 하하..;








근데 왜 이 시간에 사과 이야기를 쓰고 있는 걸까요. 업무 회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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