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공포소설에 약합니다. 공포소설은 잘 보지 못할 뿐더러, 가끔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악몽을 꿀 때가 있습니다. 그건 어렸을 적의 일이긴 했지만 육영사에서 나온 추리소설 전집의 표지를 보고 무서운 책이라고 생각해서 밤마다 악몽을 꾼 적이 있었지요. 그 책은 고이 큰집으로 보냈다가, 1년 뒤에 『기암성』을 읽고는 이 책이 무서운 책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도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거 참 묘한 전집이었지요. SF 단편선도 상당히 들어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공포소설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퇴마록 국내편을 본 날 악몽을 꿨습니다. 국내편 2권이었나, 집에 혼자 지키고 있는데 밖에서 개가 들어오려고 하는 급박한 상황 말입니다. B님은 아마 그 편 눈물 겹게 보셨을 테지만 저는 그날 밤 방문 밖에서 그런 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상상하며 악몽을 꾸었습니다.


그런 제가 나이 먹어서는 미쓰다 신조까지 보게 되더군요. 오노 후유미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나이 먹는 것은 무뎌진는 것인가라고 안심 혹은 방심한 사이 이번 책에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아놔. 정말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위에 눌릴 것 같은' 상황은 아주 오랜만에 겪었습니다. 오노 후유미의 『잔예』나 『귀담백경』보다 이게 더 무서웠어요.


『백사당』과 『사관장』은 짝을 이루는 책입니다. 이 둘을 묶어서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가 됩니다. 맨 뒤의 책 소개에도 둘다 작가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라고 나옵니다. 맞아요. 짝을 이룹니다. 그래서 더 방심했습니다. 왜냐하면 『백사당』은 이야기 구성이 조금 독특할 뿐 아주 무섭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물론 어디선가 엿보는 시선이 느껴진다거나, 망자의 몸을 닦기 위해 상주(당주)가 전용 공간에 들어가 시체와 단둘이 밤을 지새워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설정만으로도 무섭긴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한 때 유행하던 유머에 가장 아르바이트 소득이 높은 것으로 시체닦이가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의 시신을 닦는 것이니 더 무서울 수 있다고는 해도, 시신을 닦는 것이 쉬울리가 있나요. 은근 무거운데다 해야 하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복잡할 겁니다. 왜냐면 닦는 목적이 마가 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거든요. 다시 말해 그 과정에 *******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걸 위해 손도끼도 준비한다고 하더군요. 하여간 그런 복잡한 과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만듦새가 허술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의 수기라고는 하던데...



라고 생각했더니 뒷 이야기가 바로 이어집니다. 『사관장』. 편집자이자 호러작가인 미쓰다 신조는 평소 알고 지내던 편집자에게서 나이 지긋하게 먹은 남자를 소개 받습니다. 본인의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 작가지망생이라는데 자신의 경험담인 공포소설을 써냈다더군요. 그래서 공포소설이나 관련 서적을 기획하는 미쓰다 신조에게 소개를 한 겁니다.

미쓰다 신조는 그 사람이 어렸을 적 겪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걸 원고로 보고 싶다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 얼마 뒤 손으로 쓴 원고가 도착하는데, 그 원고를 읽는 사람마다 기묘한 일에 휘말립니다.


전체 줄거리를 요약하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막판에 반전이 있습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수기인지 헷갈린다는 겁니다. 미쓰다 신조는 작가 시리즈와 도조 겐야 시리즈라는 두 종류의 시리즈 소설이 있고 이 중 작가 시리즈의 주인공은 미쓰다 신조입니다. 즉, 자신의 예전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인물인 겁니다. 앞서 『잔예』에서의 장치와 동일합니다. 그렇다 보니 읽고 있는 동안에 이 상황 자체가 진짜 미쓰다 신조가 겪는 일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사건이 주로 발생하는 곳이 도쿄 진보쵸 주변과 교토, 나라입니다. 세 지역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포 장치는 배가 됩니다. 그야, 아는 지역이다보니 머릿속에서 대강 상상이 되거든요. 더 잘 그려질 수록 공포는 더 커집니다.^-T


앞서 나온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도 맨 뒤가 굉장히 유야무야 했고, 『작자미상』도 그랬습니다. 어디까지가 소설적 장치인지 헷갈리는 것은 이번 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의 '소설'에서도 결국 주인공은 휘말려서 괴이에 빠져버리는 것 같습니다만, 이번 권에서는 ..(하략)




그리하여 어젯밤 베갯머리 책으로 이걸 선택해 읽고 나서는 결심했습니다. 월요일에 출근하면서 미쓰다 신조의 책 세 권을 가져왔는데, 이중 마지막 책인 『노조키메』는 읽지 않겠다고요. 과연...?




미쓰다 신조.『백사당』, 『사관장』,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4, 각 14500원, 13800원.


번역은 크게 걸리는 것 없이 넘어갔습니다. 무엇보다 두 권을 한 사람이 번역했으니까요. 김은모씨는 제가 집어든 책에서 자주 마주치는 번역가입니다. 제 취향에서 조금 하드한 책을 집어 들었다 하면 종종 만나는...;ㅂ;



태그에 추리소설을 넣은 것은 이게 미스테리적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스릴러도 넣을 걸 그랬나요.

가끔 원서와 번역서 사이에서 구입을 고민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원서로 보고 싶다는 마음과, 원서가 번역서보다 비싸다는 상황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이지요. 이 책의 가격은 1만 2800원. 10% 할인을 받으면 1만원대 초반입니다. 그런데 원서는 1620엔이라 1만 6천원에서 7천원 가량 합니다. 훨씬 비싸죠. 그럼에도 원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 책이 한국식으로 응용한 책인지, 아니면 일본의 번역을 그대로 들고 온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책 중간에 등장하는 하귤은 일본의 여름귤을 염두에 둔 것인지, 아니면 제주도에서 가끔 나온다는 여름귤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일본의 여름귤인지 알 수 없습니다. 원서를 보면 적어도 일본의 식자재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파악이 가능하니까요. 다시 말해 어디까지가 역자나 출판사 주이고, 어디까지가 원주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번역서와 원서 구입 사이에서 망설이는 이유인 겁니다.



그런 문제를 넘어서 등장하는 레시피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중간 중간 레시피 축약이 보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빵들입니다. 스콘도 도시형 스콘과 시골형 스콘이 둘다 등장하고, 쇼트브레드와 당근케이크, 서머푸딩과 오렌지 푸딩 등 책에서만 이름을 들어보았던 음식들이 등장합니다. 사실 서머푸딩은 『마스터키튼』에서 처음 보았지요. 서머푸딩의 향 때문에 결국은 영국으로 돌아가 버리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 ... 보통은 사랑과 애정이 향수병을 이기곤 합니다만 이 경우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붙잡기에 애정이 조금 부족했나 싶기도 합니다. 뭐, 부부 사이의 일은 자식들도 모르는 것이니 알 수 없지요. 하하하;



클로티드 크림 만드는 법도 나옵니다. 바나나브레드도 좋고요, 민스미트 만드는 법도 있네요. 올해는 한 번 민스미트를 직접 만들어서 크리스마스 푸딩이나 케이크에 도전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전 분명 그 즈음에 체중관리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뻗어 있을 거예요. 장담합니다.



사코 다마오. 『티타임과 영국과자』, 조수연 옮김. 진선출판사, 2015, 12800원.


언제나처럼 M님이 소스를 제공하셨습니다. 정말... 마비노기의 잉여력도 상당하군요. 마인크래프트도 무섭지만 마비노기의 아래 영상은.. 참....;;;





근데 보면서 상당부분은 촬영지를 알겠더랍니다.-_-; 뭐, 마비는 덕질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게임이라, 저 역시도 덕질 때문에 거기 남아 있긴 하지만... (판타지의 마법사 캐릭터 덕질 중) 하여간 마지막의 메이킹 필름까지 꼭 보시어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