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아침. 요즘 아침은 핫케이크와 우유입니다. 주스를 마시고 거기에 과자(...)를 곁들이긴 하지만 보통 주식은 핫케이크. 오뚜기 것을 쓰는데 많이 달아서 모리나가를 살까 했더니.. 니.. 한국에서는 300g에 5천원 가량인데 일본에서의 가격은 150g에 최저 133엔이고 600g에 322엔. 음. 으으으으음. 배송비 생각하면 한국 가격이랑 비슷하지만, 원래 가격을 보고 나니 그냥 만들어 먹는 것이 싸지 싶습니다. 물론 만들어 먹을 가능성은 한없이 낮지만....


참고로 오뚜기 핫케이크 가루는 1kg에 5천원 선입니다. 가격이 참 저렴하죠.



새 직장에 들어오면 어떤 일을 해도 전임자의 일을 안 건드릴 수 없습니다. 모르고 지나치면 모를까,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두자니 손이 근질근질합니다.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고, 저렇게 두어도 문제는 없는 것인데 눈에 걸립니다. 아. 이것이 일을 만들어 하는 인간의 업무 자세..? -ㅁ-;



장담 하건데 이달 안에 건드릴 겁니다. 뒤집어 엎겠지요. 두고두고 후회하느니.



어떤 업무건, 어떤 나이대건 간에 사람 관리하는 것은 참 번거롭습니다. 지금도 그것 때문에 골머리 앓는 중이네요.

만화를 크게 소년만화와 소녀만화를 나누었을 때 소녀만화를 더 많이 봅니다. 그 양쪽으로 나누기 어중간한 작품도 여럿 있지만 대체적으로 소년만화를 덜 봅니다. 『나루토』나 『은혼』, 『원피스』 등은 손댔다가 말았거나 손을 안댔습니다. 그 외에도 안 보는 작품이 여럿 있긴 한데, 소년만화를 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성적 묘사입니다. 여자주인공이 지나치게 특정 부위가 강조되었다든지, 일부러 노출도를 높인다든지, 남자주인공이 안 그런척 하면서 훔쳐본다든지 하는 장면들이 질색이거든요. 아니, 특정 부위가 강조된 것까지는 이해하는데 등장인물들이 그것에 대해 상당히 신경쓰는 것이 보는 제가 민망해서 말입니다. 크면 큰거고 작으면 작은 거지 왜? 오히려 그게 남성을 잠재적인 늑대나 발정기의 동물쯤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불쾌합니다.

이쯤에서 짐작하시겠지만 사에바 료 같은 인물은 최악의 인간으로 찍혀 있습니다. ... 아, 물론 이보다 더 최악인-인간이라고 취급하기 어려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뺍니다. 소년만화의 주인공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일단 그렇다는 거죠.


『오센』이 음식이나 요리를 소재로 한 만화에서 상당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손을 늦게 댄 것은 그 때문입니다. 몇 장 넘겨보면 소년만화의 전형적인 분위기가 폴폴 풍깁니다. 그 장벽을 못넘고 미루고 있다가 뒤늦게야 보게 되었지요. 이미 책은 절판되었고 집에 구비하려면 원서를 사거나 킨들판으로 구해야할 겁니다. 킨들판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는데 있지 않을까 추측할 따름입니다. 괜히 검색했다가 덥석 구입하면 골치 아프니 지금 찾아보진 않으렵니다.



지금까지 챙겨봤던 음식 소재 만화는 여러가지 있지만 오센과 비교하자면...


『아빠는 요리사』는 일미의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가정요리나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특이한 지역 요리를 다룹니다. 가끔 다른 지역에 놀러가거나 하여 음식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데, 대평 과장님의 아들이 삿포로 발령 받은 것은 홋카이도 음식을 소개하려는 작가의 음모(...)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성이가 오키나와 대학으로 진학한 것과도 같은 맥락일 거고요.

하여간 이 작품은 집에서 해먹는 요리를 주로 다룹니다. 본격적인 음식 조리라든지보다는 집밥의 느낌에 가깜더군요.



『맛의 달인』은 음식과 식재료, 그리고 그걸 꽃 피운 일본의 식문화와 문화 전반을 다룹니다. 일본의 고유문화가 사라지고 식문화가 붕괴하는 모습들을 종종 다루면서 자아 성찰하는 모습을 보면 .... 아직 한국은 멀었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진지한 내용으로 다룬 음식 만화는 『식객』 정도잖아요? 그리고 깊이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분량은 한참 부족합니다. 꾸준하게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부럽다는 겁니다. 거기에 지속적인 성찰이 가능하다는 것도요. 각 지역을 다니면서 음식을 비교하고 음식을 만드는 주재료가 어떻고 그곳의 자연환경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까지 다루는 것은 영상물로는 있을지 몰라도 만화로는 없습니다. 영상은 그걸 상영하는 매체가 있어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종이로 출간하면 바로 책으로 볼 수 있는, 눈을 제외한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지 않은 만화를 선호합니다만 한국에서는 드물죠.



『오센』은 앞의 두 요리만화와는 다른 궤적을 달립니다. 읽는 내내 소년만화 부분만 뺀다면 하쓰 아키코의 작품들과와도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센이 렌과 같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고; 일본 전통문화를 강조하고 그걸 소화하는 모습이 말입니다.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나 만들어온 음식 자체가 일본의 식문화와 문화 자체를 녹여낸 것과 같습니다. 소년만화다보니 식객이나 맛의 달인 같은 장광설은 없고 꽤 간략화된 이야기만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보고 있노라면 묘사된 음식을 실제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을 걸요. 저 몇 팀 안되는 손님들을 받아서 저 직원들을 유지하려면 기본 단가가 높을 테니 말입니다.

거기에 가끔은 사회문제를 지적하기도 하고 전통 문화가 사라지는 세태를 한탄하기도 합니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만들어 내 오래 쓰고 물려 주는 그런 문화와는 달리 현대의 문화는 옛맛을 잊고 거기에 길들여졌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된장만드는 편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주인공의 선배가 된장국(미소시루) 한 그릇으로 부서질뻔한 가족을 일으키는 그 장면이 눈물 날 것 같아서...;ㅠ; 정말로 맛있어 보였거든요.



요약하자면 이 책을 보고 나서 방에서 밥 해먹을 결심을 했더랍니다. 몸 상태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것도 있었지만 『오센』을 보고 나니 힘들더라도 해먹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오더군요. 물론 실천에 옮기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



왜 사람들이 그렇게 칭찬하는지 읽어보니 알겠더랍니다.-ㅠ-




기구치 쇼타. 『오센 1-7』. 세주문화, 2001-2004, 각 권 3500원.



덧붙여.

그렇다고는 해도 불편한 장면이 꽤 많았기 때문에 집에 종이책으로 구입하게 될 것 같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공간을 감수하고까지 구입하고 싶은 책은 아니었거든요. 아무래도 오센의 노출도가 심한 것이.. 하하하하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