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니는 동안은 살만한게 없다고 투덜대다가, 간사이 공항에서 드디어 제몫으로 두 가지를 구입합니다. 사진의 카스테라와 커피도구입니다.

 

왼쪽은 상자 상단에도 있듯이 KIX, 간사이 국제공항 한정판 카스테라입니다.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간사이 공항 한정판으로 만드나 싶기도 하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요. 그걸 가타카나도 아니고 히라가나로 상자 아랫단에 흘려 쓴 것도 재미있습니다. 게다가 저 카스테라 이름이 아주 패기 넘치지요. 이름이 黑船, 쿠로후네입니다. 뭐냐면 일본이 강제로 항구를 개방하게 한 미국의 그 검은 배 말입니다. 그걸 나가사키 카스테라 이름으로 붙였네요. 뭔가 역사적 사실을 따지기 시작하면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자기 디스=자학 같기도 하고. 미묘하군요.

M님 왈, 그건 관동지역 이벤트라 신경 안 쓰는 건지도 모른다고.... 그렇군요. 그러면 이 과자는 간토와 킨키와 규슈의 혼종, 혹은 협업, 혹은 키메라겠군요.

 

오른쪽의 커피도구는 커피 필터와 스탠드, 컵 세트입니다. 심지어 아리타야키입니다. 그쪽 도자기가 좀 유명하잖아요. 사실 썩 취향은 아니었지만 이 커피도구에 홀린 이유는 간단합니다. 커피뿐만 아니라 차를 우릴 때도 쓸 수 있다고 홍보하더라고요. 소개하는 직원이 직접 차를 내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니, 차는 우리는 거지 내리는 건 아닌데 왜..? 근데 그게 또 왜 멋져 보이는 거지? 반쯤은 직원의 홍보에 홀려서 샀습니다. 살까 말까 고민할 때마다 하나씩 마케팅 포인트를 짚어주는데 그대로 홀렸습니다.

 

 

 

 

차를 무슨 커피 도구에 올려 쓰냐고 하시겠지만, 아리타야키로 만든 도자기 필터입니다. 엡, 돌 필더로도 보이는, 그 검은색의 현무암 아니고 다공질의 구멍 뻥뻥 뚫린 깔대기에 커피 내려 먹는 그거 맞습니다. 지지난 도쿄 여행 때 긴자의 핸즈에서도 여러 종류를 본 적 있었지요. 하지만 이렇게 컵까지 세트로 해서 파는 걸 보고는 홀렸습니다. 컵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줘도 됩니다.(...) 제게 필요한 건 저 스탠드 뿐이지만, 그래서 커피 필터와 컵은 딸려 오는 셈이지만, 제몫으로 충동 구매 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가격은 1만엔. 출국장에서의 구매다보니 면세혜택을 받아서 딱 1만엔입니다.

 

 

세트 이름이 39인 것도 구매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39가 뭔지,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그거 미쿠라고 읽잖아요.

 

 

 

 

카스테라는 가만히 있고 옆에서 커피도구만 사부작사부작 달라집니다.

 

구매 당시에 계산대에서 상자를 개봉하고 물건을 일일이 확인합니다. 파손된 부위가 없고, 문제 없는 물품을 가져가는 거라고 고객에게 확인시키는 거죠. 이건 USJ에서 G가 팝콘통 구매할 때 시간이 걸린 이유이기도 하답니다. 나중에 들었지만 구매하는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통 하나하나가 문제 없이 작동하고 흠집나거나 문제 있는 부분이 전혀 없음을 확인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구매줄이 줄어드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리지요.

 

 

 

 

태공이 근엄한 얼굴로 시승식을 합니다. 집에 들어오는 컵 종류는 모두 태공이 앉아보니까요. 크기 비교로도 적절합니다.

 

아래의 컵은 이중컵입니다. 도자기 커피필터만 구매하면 6천엔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 커피 스탠드가 갖고 싶었던 터라, 컵도 같이 구매한 겁니다. 구매하고 조립해보니, 컵뿐만 아니라 스탠드 아래의 받침대도 함께 따라왔습니다. 도자기 이중컵이라니 재미있지만, 저것도 까슬까슬한 촉감이라 제 취향은 아닙니다. 저는 무광보다는 유광자기를 더 좋아하거든요. 까슬까슬한 건 손에 잡는 맛이 없습니다. 매끈하게, 손에 착 감기는 도자기를 더 좋아하니까요. 거기에 손잡이가 없으니 더더욱.

 

 

 

그래도 이중컵이니까 차가운 음료를 담아도 물기가 맺히지 않는 건 좋습니다.

 

뒷배경이 잡히지 않게 찍으려다가 실패한 사진이로군요. 잔 바닥에도 39 ARITA, Made in Japan이라고 적었습니다. 아. 저 글씨체가 마음에 드네요. 예쁘다. 미쿠컵.

 

 

카스테라 개봉 사진은 그보다 더 뒤에 찍었습니다.

 

 

 

카스테라 이름이 QUOLOFUNE라니. 음. 으으으으음.

 

 

맛은 무난합니다. 가격이 1100엔이었을 거고요. 역시 세금은 붙지 않음. 그러나 평소 먹는 것이 후쿠사야나 분메이도의 가장 작은 카스테라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카스테라는 큽니다. 혼자 즐기기에는 크기가 크죠. 그러니 보통은 분메이도의 작은 카스테라를 사와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거든요.

역덕의 아이템으로는 재미있지만 혼자 즐기기에는 재미없는 카스테라였습니다.'ㅠ'

 

 

아. 커피 내린 후기를 빼먹으면 안되죠. 어떤 면에서는 플란넬(융) 필터보다 도자기(돌) 필터가 훨씬 직관적인 맛을 냅니다. 취향이 종이 필터쪽이지만 이쪽도 굉장히 강렬한 맛이더라고요. 오늘 막 도착한 커피를 써서 내리면 어떤 맛을 낼까 궁금하기도 하더랍니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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